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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10. 202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 아픔이 빚은 미문

지난 주말 박준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유명하고 훌륭한 글을 쓰는 분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받음 시집을 들고 다니며 읽었다. 밑줄 그을 곳이 많았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상투적인 칭찬으로는 부족한 시였다. 아픔과 고민의 흔적들이 진액으로 남아 큰 울림을 준다.


넷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잠깐 이야기를 나눈 바로는 너무나 평범하고 밝은 분이라 여겼는데 글을 읽어보니 그간 아픔도 많았겠다 싶다.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시에 등장하는 인천, 청파동 등지는 시인의 추억과 맞닿아있는 곳이다. 범위를 좁히고 구체화시킨 시는 시임에도 실제감을 더해준다는 걸 알았다.


수학여행 간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어린 소년의 외로움과 미워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은 같은 책 속에서 시차를 두고 만난다. 상상으로 쓴 시도 있을까? 왠지 시 속 일들이 모두 실제로 겪은 일의 파편일 것 같다.


내가 겪은 일은 아니어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더듬어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재미난 시간이었다. 마음이 딱딱할 때 가끔 들추게 될 것 같다. 자주 등장하는 미인을 질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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