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전 아이들과의 수업 동안 다시 태권도를 하고 있다. 목소리가 안 나와 배구 수업을 잠깐 하다가 다시 태권도를 한다. 도복에 띠까지 매고 왔다가 배구를 하는 걸 알고 실망하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태권도에 트라우마 있는 아이(무서운 관장님 덕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있다. 매 체육시간마다 스트레칭과 발차기를 같이 하고 있어 나도 운동이 되어 좋다.
원래는 몇 개월 다니고 배우는 것이지만 속성으로 돌려차기에 옆차기까지 하고 있다.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처음인 아이들은 무척 어려워하긴 한다. 그래도 미트에 발차기하는 건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발차기를 많이 배울수록 할 수 있는 게 많아져 수업 시간이 빠듯하다. 태극 1장도 1~3 단락을 나눠 지도하고 있는데 3 단락까지 다 나간 반도 있다. 아직은 동작들이 어설프지만 반복하면 더 정교해질 거라 믿는다.
저녁에 S님이 못 오시니 아이들 수업 때 같이 하려면 일찍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오랜만에 간 스터디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얼른 갈게요, 하고 답을 보내고 조금 후 정리하고 도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밸런스 바를 잡고 열심히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뒤에서 스트레칭을 한 후 봉을 잡고 발차기에 합류했다. 마치고는 금강 품새를 했다. 내년 초 3단 승단심사 때 볼 중요한 품새이므로 소홀히 할 수 없어 열심히 했다. 균형 잡기가 전보다는 조금 잘 되는 느낌이었다.
금강을 다 같이 여러 번 반복한 후 나와 중,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은 뒤에서 미트 발차기를 했다. 뒤 후려차기와 돌개차기였다. 전보다 아주 조금 잘 되는 느낌이긴 했으나 아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남자아이들이라 힘이 어찌나 센지 미트가 날아갔다. 내가 잡을 때는 띠에 손을 넣고 잡았다. 내가 잡을 때는 살살 차는 게 느껴졌다. 참 예의 바르고 멋진 아이들이다.
관장님은 바쁘셔서 일찍 들어가시고 이번에도 사범님만 계셨다. 새벽에 배가 아파 응급실에 가셨고, 염증이 있어 약을 드시는 중인데 수업 중간에도 배를 움켜쥐시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많은 아이들을 늦게까지 지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얼른 나으시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