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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 태권도 461회 차

by Kelly

금요일, 연주회를 앞두고 오케스트라 금요일 추가 연습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 주 화요일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날 아침에 완전 깜박하고는 악기도 챙기지 않고 출근했다. 토요일에 손님들이 집에 올 예정이라 마치고 장 봐서 음식을 미리 조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퇴근해 집에 가는 길에 어깨가 너무 뻐근해 마사지를 받고 나왔는데, 갑자기 오케스트라 연습이 그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이미 연습이 시작될 시간이었고, 거리는 멀었고, 바이올린도 안 가져와 가는 건 포기했다. 얼마나 놀라고 나 자신에게 실망을 했는지...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지? 폰 일정표에 기록해두지 않은 게 이렇게 치명적일 수 있다니. 게다가 연습 전 우리끼리 연습을 주도하시던 단장님의 부탁으로 내가 연습 리드를 하기로 했었는데 말이다.


단장님께 바로 전화해 이실직고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생각이 난 건 금요일에 같이 수업받는 교수님의 메시지 덕분이었다. 원래 시간인 8시 40분이 아닌 7시 50분에 같이 가는 건 어떻겠느냐는 의논을 한 적이 있어 일찍 가겠느냐는 메시지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금요일 연습 때문에 태권도에 늦겠다고 생각하던 나는 연주회가 끝나기 전인 11월 21까지는 원래 시간으로 하자고 했다. 연습이 8시 반에 끝나고 도장까지 가는 시간이 있으니 빠지지 않으려면 그 시간을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장을 봐 집에 와서도, 요리를 하면서도 자책을 계속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 도장으로 갔다. 퇴근하며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거의 없어 스스로에게 놀란 날이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 줄여야 하는데 줄이고 싶은 게 없다. 오케스트라 단톡에 못 가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 말고도 많이들 빠지셔서 개인연습을 하고 마쳤다고 한다. 설마 나처럼 잊고 안 간 분이 또 있을까?


토요일에 대회에 나갈 아이들은 뒤에서 추가 연습을 했고, 우리는 앞에서 사범님과 수업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고 벽 잡고 발차기 연습을 조금 한 후 같이 기본 동작 연습을 했다. 앞굽이와 뒷굽이로 나아가며 여러 가지 막기를 했다. 앞 뻗어 올리기부터 옆차기까지 발차기를 한 후 고려를 한 동작씩 다시 배웠다. 고려를 여러 번 한 후 미트 발차기를 했다. 돌려차고 내려차기 또는 돌려차고 연결 발차기였다. 아이들과 수업할 때도 하면 좋았겠다.


플랭크를 하고 수업을 마쳤다. 앞으로 월요일은 원래 시간 7시 50분에, 수요일은 예배에 가야 해서 7시 10분에, 금요일은 8시 40분에 가기로 했다. 조금 헷갈리지만 잘 기억해야겠다. 기억하고 해야 할 게 너무 많은 요즘, 기록의 중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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