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79회 차
퇴근하고 가족과 밥을 먹으며 온갖 수다를 떨다가 아들이 사 온 아이스 음료를 먹으니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추워져서 미니 장판을 켠 리클라이너에 앉아 잠시 책을 읽다 태권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앉았다 얼핏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니 8시 8분이었다. 옷은 입고 있었지만 태권도장까지 거의 20분 가까이 걸려 8시 20분 수업에 늦을까 봐 혼비백산하여 달려 나갔다.
도착하니 신입 혼자 몸풀기 체조를 사범님과 하고 있었다. 내가 가니 혼자 수업받는 줄 알았다며 반가워했다. 다리 찢기부터 합류하고 곧 관장님이 수업을 시작하셨다. 지르기 날이어서 우리는 여섯 가지 지르기 동작을 차례로 연습한 후 글러브를 끼고 바로 짝을 지어 지르기 연습을 계속했다. 그 사이 중학생이 와 사범님과 짝이 되었고, 나는 이번에도 신입과 짝이었다. 열정이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신입이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덩달아 나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속 같은 동작을 1분 하면 1분이 엄청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발차기보단 지르기가 훨씬 체력 소모가 덜한 것 같다. 줄넘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땀이 덜 났다.
지르기와 피하기 연습을 하고 품새에 들어갔다. 다음 주 승급심사에서 태극 4장을 하므로 중학생과 맹연습을 했다. 거울을 보니 예전보다 조금 더 절도 있어 보였다. 옆차기 할 때 흔들거리긴 하지만 동작이 훨씬 정교해졌다는 느낌이다. 살짝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품새의 생명은 팔과 발이 동시에 중지하는 것이다. 힘을 뺀 동작 끝에 절도 있는 마지막 동작이 딱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품새인 것이다. 어떤 이는 정해진 품새만 하는 것이 실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반복된 수련은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일 것이라 믿는다.
팔 벌려 뛰기를 한 다음 어깨와 견갑골을 펼쳤다 오므리는 걸 열 번 했다. 견갑골 근육을 잘 풀어주면 지르기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어깨와 등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태권도하기 전에는 어깨 결림이 굉장히 심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직 있긴 하지만 훨씬 적어졌다. 몸의 각 부분을 골고루 움직여 주니 그런 것 같다.
나오는 길에 핸드폰을 보니 막내가 아이셔와 쌍쌍바(쌍쌍바는 오빠랑 꼭 나눠 먹는다)를 사 오라고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이 취향 성인의 심플한 요구에 웃음이 나왔다. 밤에 외출했다 들어갈 때 뭐라도 사서 갈 수 있는 게 또 저녁 성인 태권도반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