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찍은 날

태권도 96회 차

by Kelly

수요일. 근무 중에 갑자기 사범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금요일로 예정되었던 대회 영상 촬영을 당겨 수요일에 한다는 것이다. 도장에 있을 때만 연습하고 따로 하진 않았는데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코로나 걸리는 일이 생길지 몰라 수요일에 미리 찍는다고 하셨다.


아이들 교과서에 이름을 쓰고 책상을 조금 물린 다음 태극 4장과 6장을 한 번씩 연습했다. 중간에 동작을 틀리거나 생각이 안 나 머뭇거릴 때가 있어 걱정이었다. 손기술도 연습했는데 2번과 3번 동작이 조금 헷갈렸지만 품새보단 나았다.


조금 일찍 가서 연습하려고 10분 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학생이랑 사범님, 관장님이 도복을 입고 연습 중이셨다. 관장님이 연습하는 건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절도 있고 멋있으셨다. 바람 가르는 소리. 사범님과 학생도 열심히 연습했다. 두 분도 영상을 찍는 줄 알았더니 그전에 미리 찍었다고 했다.


나와 함께 대회에 나가는 중학생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지난주 금요일에 함께했던 이들 모두 자가검진키트로 음성인 걸 확인해야 했다) 이번 주 계속 못 나오고 있고, 대회 촬영도 못하게 되어 나만 영상을 찍었다. 50분 정도 계속 품새랑 손기술을 연습하고 거의 9시가 넘어 촬영을 시작했다. 너무 연습을 많이 한 건지 인사할 때부터 몸이 흔들렸다. 그래도 손기술은 한 번 틀려 다시 해서 마무리했는데 품새는 두세 번 찍었다. 4장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6장 비틀어 막기 하는 손이 반대로 나가 4장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 다행히 마지막에 큰 사고 없이 끝까지 찍긴 했는데 관장님이 금요일에 오게 되면 한 번 더 찍자고 하셨다. 혹시 모르니 수요일 영상도 지우지 말고 두신다고 했다. 보내달라고 할까 하다가 보면 창피할 것 같아 그냥 두었다.


내가 영상을 찍는 10분 이상 동안 다른 분들은 모두 카메라 뒤쪽에 앉아 응원했다. 몇 명 되진 않지만 보고 있으니 창피하고 잘 되던 것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두 번의 승급심사 덕분에 크게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금요일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짬짬이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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