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학년 선생님들과 식사를 했다. 20년도와 21년도 통틀어 한 번인가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올해는 그래도 한 달여를 보내고 함께 밥을 먹어서 감개무량하다. 새로 오신 부장님과 다른 학년에서 오신 두 분을 제외하고 기존 멤버다. 그동안 6학년을 4년간 함께 하는 선생님도 계신다. 그만큼 서로 끈끈하고 우애가 깊다. 학년에 일이 생기면 똘똘 뭉쳐 함께 헤쳐나가는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하나같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닮았다. 서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자극받는다.
동네에 있는 곳인데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야외에서 고기 굽는 식당에 처음 갔다. 고기가 두툼해서 굽는 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많이 먹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엄청 웃었다. 야외여서 안 좋은 점은 환기통이 없어 연기가 우리에게 오는 것이었다. 입은 옷과 머리카락에서 엄청난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맛있게 먹으면서 다음에 가족과 함께 오면 정말 좋을 거라 생각했다.
혹시나 일찍 끝나면 태권도에 갈까 하고 차에 옷을 챙겨 갔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 사실 그전날 후려차기를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온몸 근육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후려차기가 은근히 온몸을 다 써야 해서 그런가 보다. 태권도에 못 갔지만 가족 같은 선생님들과 좋은 추억을 만든 것이 행복하다.
<학급 세우기>
오늘 학교에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원래 학급회의 시간이 한 시간 계획되어 있었고, 토론 주제가 여러 가지 있었다. 어린이날 1학년 같은 반 학생들에게 아이들이 선물할 아이템을 고르는 것, 1인 1역 정하기, 3월 돌아보기이다. 처음에 자신들에게 마지막 어린이날인데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는 걸 어색해했지만 선물을 정할 때는 정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러 가지 상품들이 등장하고, 서로 장단점을 주고받았다. 두 번째 학급회의인데 이번에는 의자를 둥글게 놓고 앉아서인지 더 토론하기에 좋았지만 발언권을 얻지 않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어 시끌벅적했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제재도 의논을 했다. 가운데 들어와 앉아서 1분 동안 기다렸다 다시 자기 자리로 가기로 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발언권이 없다. 그다음부터는 정말 조용히 진지하게 토론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어 마칠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토론 거리가 두 가지나 남아 있어 5교시 미술 포스터 스케치할 시간을 할애해 회의를 더 진행하게 했다.
1인 1역이 꼭 필요할까 싶었다. 올해처럼 교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을 처음 보았다. 아이들이 가고 난 바닥에 쓰레기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쓰레기를 가끔 내가 비우고 있었는데 반 아이 한 명이 내가 분리수거 하는 걸 알고 1인 1역을 정하자고 말했었다. 5교시 역할 정하기는 직업처럼 하기로 했다. 아침에 체온 재는 것과 창문 여는 것, 그리고 공용 물품 닦는 사람을 방역요원이라 하고, 친구가 다쳤을 때 약 발라주는 사람을 의사 선생님, 영어나 과학실 갈 때 줄을 세우고 앞서 가거나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을 검사하는 선생님, 복도나 교실에서 뛰거나 위험한 장난치는 사람에게 경고하는 경찰관… 이런 식이다. 이것도 어찌나 오래 진지하게 토의를 하는지 멈출 수가 없었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계속하겠다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시간이었다. 조용히 진지하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는 건 정말 혼자 보기에 아까운 장면이다.
6교시 막바지에 대략 윤곽이 잡혔으나 3월 돌아보기는 하지 못하고 마무리했다. 포스터 그리는 방법을 아주 간단히 살펴보고 아이들을 보냈다. 다음 미술 시간에 스케치와 채색까지 해야 해서 바쁘겠지만 교실의 주인인 아이들이 자신의 마을의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요즘 사회시간에 이론적으로 배우는 그 어떤 수업보다 값지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도 정말 두근두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