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일주일

by Kelly

개학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올해도 만났다. 경청하는 자세가 바르고, 활기차고 의욕에 가득 차 있어서 수업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든 정말 재미있게 한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5교시가 끝난다. 5교시 후 점심을 먹고 6교시는 집에서 가정학습을 또 하는데 다음 주는 내 차례여서 퇴근 후 영상 제작을 했다. 9시 반이 되어서야 쉬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랜만에 영상을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사실 학교에서 하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마이크와 스피커와 모든 기기들이 말을 듣지 않아 시간을 많이 보내고 결국 지도서와 교과서를 안고 집으로 왔다.


요즘 학교생활은 솔직히 너무 바쁘다. 학기 초라 서류 일이 산더미다. 계속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서류들을 내라고 하는데 하나 준비하면 두 개가 쌓이고, 둘을 해결하면 네 개의 업무가 새로 생기는 격이다. 원래 일을 빨리 하는 편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시간이 부족하다. 해도 해도 끝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지만 마음속 부담으로 있었던 영상을 무사히 만들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다음 주에 있을 회장 선거 때문에 들떠 있었다. 후보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하고 후보 신청서를 대여섯 장 인쇄했다가 총 10장 넘게 선거관리위원 친구들에게 주었다. 내일 더 복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매사에 의욕적이고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참 마음에 든다. 점심도 어찌나 잘 먹는지. 서로 친해져서 밥 먹는 동안 마스크 빼고는 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좀이 쑤셔하는 눈치다. 너무나 조심스러웠던 작년 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주변에서 확진자 나온 학교가 있다는 말에 걱정되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자주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니 행복하다.


우리 학년 선생님들은 일이 쌓여 있어도 월요일 회의는 꼭 한다. 요즘은 수업 도구들도 의논하지만 비접촉 놀이에 관심이 많다. 학교에 오는 일이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수업 중간에 놀이를 넣는데 예전처럼 도구를 이용할 수 없으니 맨몸으로 접촉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놀이들을 다들 찾는다. 함께 공유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하루하루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수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다 잘하는 것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실수도 정말 많이 한다. 어제는 정말 사상 최대의 사건이 있었다. 요즘 안내장을 집으로 보내고 받는 일이 많은데 지난주에 받아 두었던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 열몇 장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는 것이다. 생각을 해 보니 작년 서류 남은 것들을 파쇄기에 넣으면서 따라 들어간 것 같았다. 색깔이 비슷했고, 파쇄하는 동안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어쨌든 오늘 그 아이들에게 안내장을 다시 인쇄해서 나눠주며 사과를 했고, 부모님들께도 일일이 메시지로 다시 부탁을 드렸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부모님들 대부분이 괜찮다고, 알겠다고 답을 보내주셨다. 아무리 바빠도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겠다.


이번 학기에는 스포츠 강사님이 오셔서 체육 시간에 함께 하니 정말 든든하다. 집에서 잘 움직이지 않던 아이들이 체육시간에나마 마음껏 뛰길 바란다. 내일은 또 아이들과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아침에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움이라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이다. 아이들도 학교에 오는 것이, 그리고 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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