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한강 소설집)
도서관에 갔다가 여수 여행에 대한 책이 있나 싶어 ‘여수’를 검색했는데 여행 책은 없고 한강의 소설집이 있어 빌려왔다. 한강님의 소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있고, 좋았던 것도 있었다. 문장이나 표현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여수의 사랑’을 시작으로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질주’, ‘진달래 능선’, ‘붉은 닻’ 이렇게 여섯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모두 다른 이야기인데 주제가 비슷하다. 누군가를 잃거나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이를 만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여성이 주인공인 것도, 남성이 주인공인 것도 있는데 대부분이 20대 혹은 30대였다. 책을 다 읽고 알고 보니 그녀가 20대 대 썼던 글들이었다. 핸드폰도 없이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불과 20여 년 전, 혹은 그보다 조금 전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주인공들 대부분이 큰 슬픔에 더하여 정신이나 신체에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구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위장이 약하거나 정신적인 이유로 인함이다. 여수의 사랑은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너무 심각한 고통을 겪는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제목이 여수인 이유는 두 주인공이 여수 출신(자흔은 아마도 여수)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둘은 각자 엄청난 일을 겪었다. 아버지로부터 동반자살을 당할 뻔하거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고아원과 양부모 가정을 오가기도 했다. 야간열차에는 심각하게 아픈 쌍둥이 형제에 대한 걱정과 연민, 진달래 능선에는 딸의 죽음 등 가족을 잃은 슬픔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너무 슬픈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각오를 하고 책을 펴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여수를 즐기기 위해서 책을 열었다가 어두운 이야기로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책을 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책이었다. 젊은 시절의 한강 작가의 생각, 혹은 고민을 짐작해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