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경험한 날

태권도 189회 차

by Kelly

금요일에 알게 된 교사연구년 공문을 월요일 다섯 시까지 낼 수 있는 건 정말 엄청난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절실한 마음으로 주말 동안 계획서를 썼다. 이전에 두 번 냈다가 한 번은 서류심사에서 다음은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 이번에는 꼭 되었으면, 싶었다.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내기 전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준비할 서류들도 많았는데 월요일 1-3교시가 전담 시간이어서 일찍 가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책 제본 가능한 곳도 알아 두고 교감선생님께 서류들을 부탁드렸는데 담임교사 경력 증명을 내가 있었던 모든 학교들에 팩스민원을 넣어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행정실에서 양식을 받아 작성한 후 다섯 학교에 보내고 일일이 전화로 급함을 알렸으나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도 계셨고 교감선생님이 출장 중이라 어렵다는 곳, 그리고 너무 오래되어 서고를 뒤져야 하는 곳도 있었다. 답이 안 오면 담임이었던 시간의 점수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4교시 수업을 하는 동안 마음을 졸였는데 점심시간까지 다 들어와 가슴을 끌어내렸다. 점심시간 동안 다 해서 이메일로 제본 업체에 보냈어야 했는데 아직 안 된 것들이 있어 하지 못하고 5, 6교시 수업을 시작했다. 뜨개질을 처음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실과 뜨개질 수업을 한 것이다. 영상을 공유했는데도 아이들이 너무 어려워했다. 한 어머니께서 도와주시러 오셨었는데 그분이 아니었다면 혼자 26명을 다니며 일일이 알려주어야 했을 것이다.


눈 코 뜰 새 없이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보낸 후 다시 매달렸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작년 자료 하나를 뽑아야 하는데 올해는 뽑기가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교감선생님이 작년 자료를 보관한 USB를 찾아내셨다. 그런데 교감선생님 컴퓨터에서 열리지 않아 여기까지 와서 포기해야 하나 보다 하고 있을 때 교무부장님 컴퓨터에서 열리는 게 아닌가. 어찌나 감사하던지.


모든 서류를 스캔해서 제본 업체에 보내고 공문도 보내야 하는데 교무부장님이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시간을 벌었다. 택시를 불러 놓았더니 학년 아이들 문제로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 중이셨다. 죄송한 마음을 뒤로하고 오래 기다린 택시를 타고 제본업체로 가면서 공문 낼 곳을 확인하고 여러 고마운 분께 메시지를 드리다 보니 차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같은 이름의 공장으로 간 것이다. 다시 원래 가려했던 곳으로 차를 돌렸고 무사히 도착했다.


가서 보니 컬러로 인쇄해야 하는데 흑백이어서 다시 제본기를 돌려 컬러로 책을 만들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어 우산을 하나 서 들고 교육청에 가서 잘 내고 왔다.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했고 하루 동안 감사한 도움의 손길들이 너무 많음에 또 감사했다. 학교 안에서는 알 수 없는 학교의 모습을 밖에서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꼭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하루를 지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천국과 지옥을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한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느긋하게 책을 읽고 밥을 먹고 태권도에 조금 일찍 갔다. 줄넘기를 5분 정도 하고 바로 두 팀으로 나뉘어 나와 중학생은 품새와 발차기를 하고 주황 띠 두 분은 2단 옆차기를 배웠다. 2단 옆차기는 일명 날아 차기로 내가 태권도를 배우게 된 동기인데 아직 나도 한 번도 못 해본 걸 하시는 두 분이 부럽긴 했지만 내 코가 석자라 태극 4장부터 8장까지 기억을 더듬어 가며 열심히 익혔다.


국기원 심사가 인근 도장에서 11시 반에 있을 예정이라 10시까지 우리 도장으로 오라고 하셨다. 이번 주는 매일 오라고 하셨는데 목요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 못 온다고 말씀드렸다. 열심히 연습해서 꼭 검은띠 1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빵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