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192회 차
금요일. 승단심사를 하루 앞두고 조금 일찍 도장에 갔다. 줄넘기와 기본 발차기 그래고 태극 4, 5장을 한 후 바로 나뉘어 연습을 시작했다. 주황 띠 두 분은 미트 발차기를 하시고 나와 중학생은 품새를 했다. 이제 품새가 많이 익숙해졌다. 중간에 잠깐 멈칫하거나 순간적으로 헷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멈춤 없이 4~8징을 쭉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작을 더 다듬어야 하지만 일단 이번에는 틀리지 않는 걸 목표로 두고 하기로 했다.
집에 와서 도장에서 받은 대한 태권도협회 승단심사에서 사용하는 흰색 도복을 빨아 널었다. 이 도복을 입으니 정말 태권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에 축구를 보면서도 한 번씩 연습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했으니 잘 해낼 거라 믿고 축구에 이겨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을 청했다.
토요일. 축구 보고 늦게 자는 바람에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씻고 넉넉히 식사를 하고 도복을 입고 도장으로 향했다. 온풍기를 튼 지 얼마 안 되어 실내온도 7도라 발바닥이 시렸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극 4장으로 정해진 품새와 8장을 계속 연습했다.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여서 쉬엄쉬엄 했다. 중학생도 일찍 와서 함께 연습했다.
승단심사가 있는 도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니 많은 노란 도장 차들이 서 있었다. 올라가 대기하는 장소에 있으니 꼬마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구나. 내 번호가 10번인 걸 보니 고등학생 이상이 내 앞에 9명은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번호가 400번 대였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품새가 이어졌다. 손과 발을 꼬물거려 가며 잊지 않도록 계속 연습했다. 심사장에 가서 아이들 하는 걸 보니 동작이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다들 목소리도 엄청 크고 정말 열심히 해서 너무 귀여웠다. 마지막에 아이들 끝에 나도 같이 서서 품새와 발차기를 했다. 떨려서 동작이 예쁘게 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다행히 틀리지 않고 했다.
내려오는데 촬영하시던 분이 따라 내려오시면서 오늘 잘했다고, 우리 관장님이 사범님들 지도하시는 분이라고 훌륭한 분께 배워 좋겠다고 하셨다. 너무 자랑스러운 마음이었다. 돌아오며 관장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보았더니 생각보다 너무 어설퍼 보이고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고개 하나 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