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 태권도 232회 차

by Kelly

지난주일 족구를 하다가 남편 다리 근육이 끊어졌다. 다리가 퉁퉁 부어 들어온 후 출근도 하지 못하고 계속 거실 소파에 누워 지냈는데 약속 있다고 아픈 몸으로 나가더니 다음날 입원을 했다. 퇴근하고 짐들을 챙겨 병원에 가져다주고 잠시 이야기 나누다 미안하지만 도장에 갔다.


겨루기 선수 출신인 아직 학생 여자 사범님이 수업을 했고, 관장님과 홍사범 님은 우리와 같이 수업에 참여했다. 관장님이 수업에 함께하신 적은 처음이라 우리는 계속 웃었다. 박사범 님은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카리스마가 넘쳤고 학생들은 지시에 따라 훈련했다.


줄넘기를 먼저 했는데 오랜만에 해서인지 계속 걸렸다. 오기로 쌩쌩이를 넘었더니 내 기록인 21개를 단숨에 넘어버렸다. 22개를 넘기나 했더니 딱 걸려 너무 아쉬웠다. 잠시 후에 다시 한번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기록을 넘기나 했는데 또 영락없이 21개를 했다. 아쉽지만 조만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우리는 ‘뒤로 밀착’하여 한 줄로 서 반환점 돌며 여러 가지 발차기와 뛰기를 했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 해 보는 재미있는 뛰기도 있었다. 둘이 짝을 지어 점프 세 번 후 상대 손에 손뼉 치기, 점프 두 번, 한 번 후에 손뼉 치기를 했고, 다음에는 한 명은 통과하지 못하게 팔 벌려 방어를 하고 한 명은 그 벽을 통과하는 것을 했다. 손에도 닿으면 버피 3개를 하기로 했는데 통과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체육시간에 아이들과 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뒤차기를 했는데 다리를 뻗기 전까지 동작만 했다.


이것만 하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우리는 바로 장비를 착용했다. 막내가 내 차 열쇠를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남편 차로 갔더니 발보호대가 없어 도장에 있는 것을 사용했다. 스펀지가 부드러워 착용감이 나쁘진 않지만 공용이라 좀 찝찝했다. 다음에는 내 걸 가져가야겠다. 둘씩 짝을 지어 조금 전에 했던 뒤차기를 몸통보호대에 대고 살살 찼다. 뒤를 돌면서 바로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잘 되었다.


마지막에는 겨루기를 짝을 바꾸어 가며 두 번을 했다. 홍사범 님은 살살 봐주면서 하시는데 관장님은 엄청 공격을 많이 하셨다. 아프진 않았지만 손쓸 수 없이 빠르셔서 오기가 생겨 같이 막 공격했다. 수업이 끝났나 했더니 박사범 님이 체력훈련을 한다고 앉았다 한 팔을 들며 점프하는 것을 스무 번 하라고 했다. 그것쯤이야 했는데 10번을 넘어가자 너무 힘이 들어 겨우 스무 번을 채웠다. 관장님이 수업 중간중간에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느냐고, 1분이 너무 길다고 하시는 게 너무 웃겼다.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셨으려나? 땀은 엄청 흘렀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도장 근처에 작은 영화관이 하나 있는데 그동안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아들이 재미있게 봤다는 영화를 보았다. 너무 과격해서 리뷰는 못 쓸 것 같다. 세 시간이나 되는 영화인 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오면서 보니 남편이 낯선 병원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아침에 다시 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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