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태권도 285회 차

by Kelly

금요일, 어김없이 도장에 갔다. 저녁이 되니 조금 서늘해서 상의 반팔 대신 도복을 입을 걸 그랬나, 싶었다. 도착하니 홍사범님이 앞 반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나가셔서, 나와 새로 오신 4품은 박사범님과 수업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홍사범님이 오셔서 같이 했다. 금요일은 겨루기 날이라 겨루기 선수인 박사범님이 가끔 수업을 하신다. 스트레칭 끝에 여자는 되는데 남자는 안 되는 동작들을 해 보며 많이 웃었다. 그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박사범님이 방패미트를 들고 와서 겨루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짧은 돌려차기를 했다. 무릎을 몸쪽으로 당기며 무릎 아래쪽으로 발차기를 하는데 가까운 곳을 힘 있게 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때 똑같이 디딤발을 틀어 주어야 한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발보호대를 차고 하니 조금 둔하긴 했다. 우리는 한 명씩 돌아가며 어지러울 때까지 발을 바꿔 반복했다. 이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몸통보호대를 모두 착용하고 둘씩 짝지어 몸에 직접 발로 차는 것을 했다. 보호대를 찼다고 있는 힘껏 차는 게 아니라 닿게만 했기 때문에 전혀 아프거나 하진 않았다. 갑자기 박사범님의 발차기를 몸통으로 받아주던 신입 분이 눈물을 흘리시는 게 아닌가? 너무 놀란 우리는 혹시 너무 세게 맞으신 건가, 하고 여쭤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잠깐 앉아계시라고 하고 남은 시간 동안 우리끼리 했다. 사범님끼리 대련하시는 사이 신입 분 옆에 가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아주 어렸을 때 몸통보호대를 입고 겨루기를 하다가 너무 세게 맞은 적이 있어 그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커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린 시절 덜컹이는 완행버스에서 멀미할 때마다 나오던 트로트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트로트만 들으면 멀미가 나는 것으로 익히 경험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수업이 끝난 후 내려가는 길에 내 경험을 이야기하며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 알고 있고, 겨루기가 힘들면 금요일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는 게 어떤가 물었다. 아직 표정이 돌아오지 않아 다음 주에 안 나오는 게 아닌지 너무 걱정되었다. 얼마 만에 온 수련생인데... 오래오래 같이하셨으면 좋겠다. 안전하고 항상 유쾌한 우리 도장 겨루기 수업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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