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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백 Nov 20. 2022

신춘문예 후기에 대한 긴 썰(3)

당신의 전화벨이 울릴 거예요


(이어서)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 건

평일 낮 2시쯤이었다.

샤워를 하는 중이었다.

받았더니 내 이름을 확인하고 ㅇㅇ일보 ㅇㅇㅇ이라고 기자의 통성명을 한 뒤, ㅇㅇ일보에 소설을 보낸 적 있는지 물었다.

맞는다고 하자, 중복 투고 여부를 물었고 아니라고 답했다. 작품이 지금 최종심에 올라 있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때부터 희망고문인데,

왠지 될 것 같다는 필이 있어서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두 시간 정도 지나서 당선 확정이 되었다.


다른 지인은 나이와 학력, 문창과 졸업 여부, 중복투고 여부를 묻고 그 자리에서 당선 확정이 된 걸 보면 신문사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내 경우는 최종심에서 한번 더 심사위원 분들의 의견 취합이 필요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 말고 다른 응모자도 같은 전화를 받고 기다리는 중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고,

혹은 최종 후보자라는 건 말만 그렇고 인적사항 확인 등을 거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기엔 두 시간은 너무 길지만.


기자는 심사위원이 누구였는지 알려준 뒤

다시 연락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글쓰는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소식이 너무 빠르게 퍼져서 축하 연락 받느라 바빴다.


사진과 프로필 사항, 수상소감 등을 메일로 보내고

원고를 수정할 수 있는 빠듯한 시간을 받았다.

심사위원의 소감을 기자가 전해주고, 어떤 부분이 다소 아쉬워서 보강하면 좋은지를 알려주었는데, 수정은 내 자유였지만 보다 완성도 높은 원고로 발표하고 싶어서 잘 다듬어 보았다.


신춘이 공정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학연 지연 건너 건너 무슨 연으로도 관련이 없는 분들이 심사를 하셨다는 걸 내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12월 중에 인터뷰 날짜가 잡혀서 다른 부문 응모자들과 신문사에 가서 사진을 찍고

소설을 쓰는 이유나 신춘의 동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금은 시상식 이후, 통장사본과 신분증사본을 제출한 뒤 세금(4.4퍼센트?)을 제하고 받았다.

작품이 발표된 지면이 있는 신문도 보내주셨다.


새해에 발표가 난 뒤 얼마 있다가 소설가협회의 전화를 받았다. 신춘 당선작 모음집에 원고를 싣기 위해서였다. 이때도 다시 수정이 가능하다. 사진과 프로필 등을 보내고 계약서에 서명도 하는데 인세가 아닌 게재료(?)로 15만 원을 받고 작품집 5권 가량도 받았다. 문장 웹진에서도 청탁을 받고 원고료 967000원을 받았다. 그외 다른 일들도 있었다.


신춘 등단은 일종의 자격증 시험 같이 느껴진다.

자격증을 받기까지도 어렵지만 그걸 받는다고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글 실력은 평타 이상은 돼, 하고 인증만 받는 느낌이다. 일 년 뒤면 신인들이 수십 명 다시 등장하고, 그 사이에도 온갖 문예지에서 쟁쟁한 문청들이 데뷔한다. 금세 뒤로 뒤로 밀린다.

1프로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신춘이 국가고시 자격증 같은 레벨이라 그런지, 어떤 투고를 하든 어떤 출판사나 문화예술업계에 지원을 하든, 분명 한 줄의 든든한 이력이 된다. 아, 당신의 실력은 일단 믿을 수 있군요, 정도의 값은 분명 가진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할 때도 편집부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 신춘문예 수상 실적이 있어서 믿을 수 있었다고.

그런 이력이 없다고 무조건 안 뽑히는 건 아니지만,

ㅡ원고가 좋아야 한다ㅡ

신춘, 문예지 출신이 널리고 널렸지만(그럼에도 내가 될 때는 어렵다)

당신이 누군데요?하는 의구심에

공개된 원고와 공개된 수상 실적이 있다는 건 분명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도서관에서 강의를 할 때도 이 한 줄의 이력이 보탬이 되었다.

문청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게 좋다.


무엇보다,

계속 써도 된다, 이 길을 쭉 가도 된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받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그러니 일생에 한번은,

신춘문예에

도전해 볼 만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 당신은 써야 한다.


이번에는 당신의 전화벨이 울릴 차례다.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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