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준이의 계단 정복기
2화 계단 정복기
준이는 어릴 때부터 뭔가 조금 달랐다.
눈으로 보이는 크기랑 실제 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 키도 그렇다.
준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준이보다 큰지 작은지 헷갈린다.
엄마랑 거울 앞에 서서도
“엄마, 내가 엄마보다 큰 것 같아.”
하고 말하면 엄마는 웃으며 말한다.
“아니야, 아직 멀었어.”
형제들이 비슷하게 생기면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기는 확실히 안다.
아기는 작으니까!
그건 눈으로 봐도 확실하다.
그리고 계단.
계단은 준이에게 진짜 미지의 세계였다.
오르막은 마치 등산 같았다.
“후… 후…”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고 마지막 계단에 도착하면
“등산 성공!”
내리막은 더 무섭다.
거의 절벽 같다.
발을 잘못 디디면 데구루루 굴러서 저 아래까지 굴러갈 것 같았다.
엄마는 매번 준이 손을 잡아주지만 준이 심장은 늘 두근두근했다.
준이도 이제 5학년, 많이 자랐다.
요즘은 계단쯤이야!
척척 오르내린다.
그래도 아직 깨지 못한 레벨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거긴 어둡다.
불이 켜지기 전까지는 거의 좀비 영화 세트장 같다.
‘혹시 귀신 나오면? … 엄마 먼저 보내서 불이 켜지면 내려가야지.’
그래서 엄마를 보내고 난간을 잡고 천천히 내려온다
학교 계단은 준이에게 늘 딜레마다.
준이 반은 맨 위층이다.
높다.
아주 높다.
계단을 올라가려면 집중력을 오래 써야 한다.
학교는 변수가 너무 많다.
떠드는 소리,
준이 옆을 스치는 사람,
장난치며 밀치는 친구까지.
준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발 조심… 집중해야 돼…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러워…?”
결국 준이는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엘리베이터는 준이만의 안전지대다.
그런데 어느 날
준이가 늘 타던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아이가 말했다.
“야, 너 엘리베이터 타지 마!”
그 말이 준이 심장을 콱 때렸다.
준이는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그럼 나 보고 계단 가라는 거야? 사람 많고 시끄럽고 무서운데?”
그날은 유난히 학교가 더 시끄럽게 느껴졌다.
발자국 소리,
웃음소리,
친구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준이 귀 속에서 커다랗게 울렸다.
집에 와서 울면서 말했다.
“엄마… 그 친구가 나 엘리베이터 타지 말래…”
엄마는 한참 준이를 보더니 갑자기 빵! 하고 웃었다.
크게 시원하게 웃었다.
준이는 순간 화가 났다.
“나 울고 있는데 왜 웃어?”
엄마는 준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준아, 그 친구가 너를 자기랑 똑같이 생각해서 그런 거야. 너 이제 많이 자랐다는 뜻이야.”
엄마는 또 크게 웃었다.
눈물이 핑 돌던 준이는 괜히 따라 웃었다.
그리고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날 준이는 결심했다.
“그래, 계단 도전이다!”
학교 계단 앞에서 준이 심장은 쿵쿵 뛰었다.
첫 계단.
“쿵.”
둘째 계단.
“쿵.”
친구들이 뛰어가도,
떠들어도,
준이는 발을 딛는 데 집중했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섰을 때 준이는 속으로 외쳤다.
“됐다! 내가 해냈다!”
엘리베이터 없이 학교에 도착한 건 작은 모험 같았지만 준이한테는 큰 승리였다.
집에 와서 자랑하니 엄마는 또 박장대소했다.
“봐라, 내가 뭐랬어! 너 이제 계단으로 다녀도 된다니까! 다이어트도 할 겸 그냥 걸어”
준이는 어깨가 으쓱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 목표는 지하 계단이다!’
아직 어렵지만 준이는 계단을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준이만의 모험 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언젠가 그 친구 앞에서 당당히 말할 거다.
“나 이제 계단 잘 다닌다!”
이 이야기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세상을 조금씩 정복해 가는 이야기다.
세상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지는 날,
준이는 조금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