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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의 세계

1화 : 씨앗이 싹텃다

by 작가

1화: 씨앗이 싹텄다

어느 날 아침 준이는 눈을 뜨자마자 화분으로 달려갔다.


어제도 그저께도 매일 아침마다 화분을 들여다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엄마! 싹 났어! 싹 났어!”

준이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조그만 화분에서 초록색 꼬마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건 마치 작은 초록색 용이 땅을 뚫고 올라온 것 같았다.


내가 부엌에서 달려와 화분을 들여다봤다.

“우와, 진짜네! 우리 준이가 심은 씨앗이 드디어 깨어났네.”


그 싹은 준이가 얼마 전 수박을 먹다가 나온 씨앗을 화분에 꼽아 둔 것이다.

준이는 싹을 손으로 만지려다 말고 살살 숨을 불었다.


“안녕? 나는 준이야. 넌 누구니?”

싹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준이는 싹이 웃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준이는 종일 마음이 들떴다.

학원에서도 자꾸 화분 생각이 나서 선생님이 부른 것도 못 들었다.

“준아, 선생님이 부를 때 대답해야지.”


혼자 신이 나서 옆에 지나는 아무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다.


“우리 집 화분에서 수박씨 싹이 났어! 내가 심은 거야!”

“근데 나 이거 잘 키울 거야 진짜 수박 열릴 거야!”

“매일 아침 물 줄 거야..”


그날 밤 준이는 화분 옆에 앉아 조용히 속삭였다.

“작은 싹아 잘 자. 내가 너한테 이름 붙여줄게 너는 씨박이야.”


그리고 준이는 싹이 무럭무럭 자라서 커다란 수박을 맺는 꿈을 꾸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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