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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의 세계

3화: 준이 머릿속은 알로라 지방

by 작가

3화 준이 머릿속은 알로라 지방

공부를 다 하면 게임 15분.

이게 준이 삶의 모든 목표다.

15분은 짧다.

하지만 그 15분이 준이 하루를 반짝이게 한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국어 지문을 읽으면서도 준이 머릿속에는 그 15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오면?

엄마가 웃어준다.

그 웃음이 좋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건 솔직히 귀찮지만 엄마가 웃으면 뭔가 준이가 세상에 기여한 느낌이 든다.

"이 집안에 나 없으면 큰일 나겠구나…" 뭐 그런 기분?


요즘 준이는 포켓몬스터에 푹 빠져 있다.


특히 알로라 지방.


오늘도 준이 머릿속은 알로라 지방에서 머드나기랑 뛰어놀고 있다.


현실에서는 책상에 앉아 있지만 준이 머릿속에서는 이미 초원을 뛰고 있다.

머드나기가 ‘뿌와앙!’ 하면서 진흙을 쏜다.

아… 행복하다.


빨리 게임해야 하는데 구몬국어가 발을 잡는다.

국어는 진짜 어렵다.


수학은 그래도 답이 딱딱 떨어지니까 좋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렸다.

깔끔하다.


근데 국어는…

지문이 너무 길다.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포켓몬들이 싸우기 시작한다.

피카추가 “피카피카!” 하면서 뛰어다니고, 이상해 씨가 “이상해!” 하면서 덤벼든다.


준이는 지문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준이 눈은 이미 포켓몬 배틀을 보고 있다.


결국 문제를 풀다 말고

“아니, 글이 머릿속에 상상이 안 된다니까?”

투덜거린다.


준이는 상상을 잘하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국어 지문은 상상이 잘 안 된다.


수학 문제는 내가 직접 머릿속에서 수를 움직이며 계산하지만,

국어는 그냥 글자가 준이를 공격한다.


‘이 글의 중심 생각을 찾으시오.’

‘다음 글에서 글쓴이의 마음을 고르시오.’


"아니… 글쓴이 마음은 글쓴이나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준이 머릿속은 늘 바쁘다.


수학 공식이 떠다니고,

포켓몬이 뛰어다니고,

게임의 배경음악이 흐른다.


엄마 목소리도 들린다.

“준아, 숙제했어?”

“준아, 밥 먹자!”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다.

“아 맞다, 오늘 재활용?”


준이 머리는 하루 종일 채널 돌리듯 바뀐다.

수학 채널 → 포켓몬 채널 → 게임 채널 → 밥 채널 → 환경 채널.


준이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이랑 놀 때도 좋지만 혼자서 준이만의 세상에 들어가 노는 것도 좋아한다.


학교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준이를 이상하게 볼 때도 있다.


근데 괜찮다.

준이는 그 시간에 알로라지방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이 머릿속에서는 준이가 포켓몬 챔피언이고, 친구들이 다 준이 라이벌이다.

준이는 그들과 포켓몬 배틀을 하고 결국 이긴다.


현실에서는 쉬는 시간이 끝나서 종이 울리지만 머릿속에서는 준이가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엄마는 준이에게

“준아, 너는 생각이 많아서 좋겠다. 세상 지루할 틈이 없겠네.”라고 말한다.


맞다.

준이는 지루할 틈이 없다.


근데 생각이 많으면 가끔 머리가 피곤하다.

준이는 가끔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조용히 앉아서 천장을 본다.


그러면 포켓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게임 소리도 꺼지고,

수학 공식도 사라진다.

천장을 오래 보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준이는 아직도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어른들은 늘 “공부 열심히 해야 돼”라고 말한다.

하지만 준이는 공부는 결국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준이가 좋아하는 포켓몬 도감처럼 세상을 하나씩 채워가는 거다.


오늘은 알로라 지방을 배웠고

내일은 새로운 수학 공식을 배운다.


그리고 언젠가는 준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모아서 준이만의 도감을 만들 거다.


그 도감에는 이런 것도 들어 있을 거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면 엄마가 웃는다.’

‘수학 문제 풀면 게임 15분.’

‘국어는 어려워도 언젠가 재밌어질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은 늘 바쁘지만, 그게 바로 나다.’


준이는 오늘도 머드나기와 뛰어논다.

그리고 게임 15분을 위해서 숙제도 한다.


하지만 사실 게임보다 더 재밌는 건 준이 머릿속 세상이다.


준이 머릿속은 언제나 준이를 기다리고 있다.


준이는 그 세상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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