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준이의 세계

6화: 준이는 다 계획이 있다

by 작가

6화: 준이는 다 계획이 있다.

“소떡소떡은 CU 거야.”

다른 편의점은 안 된다.

CU 것이 제일 맛있다

돈가스는?

“에바돈가스 아니면 안 먹어.”

꼭 치즈돈가스와 등심돈가스를 두 개 시켜서

치즈돈가스 한 개는 다 먹고, 등심돈가스로 입가심을 한 다음 몇 조각 남긴다.


햄버거는 더블치즈버거나 맥모닝이다.

“야채소스는 빼 주세요!”

치즈스틱은 무조건 두 개, 감자튀김과 물은 기본

이 네 가지가 딱 맞아야 햄버거 식사는 합격.

피자는 무조건 고르곤졸라.

“이게 진짜 피자지.”


파스타는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면 싹싹 긁어서 마지막 한 숟갈까지 먹는다.


치킨은 교촌.

고기? 고기는 소고기.

“한우야?” 먼저 묻고 맞다고 하면 표정이 확 풀린다.

그리고 엄청 잘 먹는다.

한우 앞에서 만큼은 준이가 제일 행복하다.


준이에게는 머릿속에 메뉴판이 있다.


메뉴판은 매일 업데이트된다.

새로운 음식이 들어오면 시험해 보고 합격이면 등록 불합격이면 영구 삭제이다.


그게 준이의 질서다.


길도 계획에 들어 있다.

학교 가는 길도 하나.

돌아오는 길도 하나.


“그 길 아니야!”

엄마가 갑자기 다른 길로 가면 바로 항의한다.


그 길이 제일 빠르고 제일 좋다.

괜히 돌아가면 하루가 이상해진다.


요일별 학원도 일정표가 있다.

화요일 검도,

수요일 구몬,

금요일 유도.


다른 날 갑자기 학원 가자고 하면?

“오늘은 아니야!”

계획이 깨졌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위~~ 이~~ 잉~~!!!”울린다.


준이는 계획이 틀어지면 잠깐 멈춘다.

화가 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해!”


그다음 가만히 생각한다.

‘어쩔 수 없나… 오늘만 하는 걸로 할까…’


새로운 계획을 만든다.

‘그래, 오늘은 특별 미션이다.’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면 다시 움직인다.


움직이다 보면 또 웃는다.


계획이 깨져도 세상은 계속 간다.

치즈스틱 하나만 있으면 다시 행복해진다.


준이는 내일도 계획을 세운다.


아침에 뭘 먹을지

어떤 길로 갈지

쉬는 시간에 뭐 하고 있을지

계획이 있으면 하루가 든든하다.


그리고 가끔은 계획이 깨지면서 하루가 더 재미있어진다.


준이는 알고 있다.

“계획은 필요해. 근데… 가끔 깨져도 괜찮아.”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끝낸다.

그리고 내일의 계획을 다시 만든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