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준이의 꿈
7화: 준이의 꿈
준이는 요즘 꿈이 많다.
엄마는 준이가 장래희망을 자꾸 바꾼다고 말하지만 준이 마음속엔 항상 딱 하나의 꿈이 있다.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
진짜다.
준이는 얼른 어른이 되어
돈도 많이 벌고,
게임도 실컷 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싶다.
근데 딱 하나만은 정말 싫다.
엄마 아빠가 늙는 거.
늙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가?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고,
주름이 생기고,
예전처럼 준이를 번쩍 안아주지도 못하는 거다.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우리 집 기둥 두 개가 흔들리는 거다.
‘그럼 준이는 어디에 매달려 놀아야 하지?’
준이는 어른이 되면 알바도 하고 돈도 벌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다.
“근데 그때 엄마 아빠가 늙어 있으면 어떡해.”
“내가 사주는 치킨을 같이 못 먹고, 게임도 같이 못 하면 어떡해.?”
“아니, 게임은 안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차라리 괜찮지. 근데 치킨은 먹어야지.”
준이는 요즘 청개구리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해도 <청개구리> 동화는 싫다.
“아니, 동화 속 청개구리 엄마는 왜 그렇게 일찍 죽어?”
“왜 자꾸 애들을 울려?”
준이는 그 동화만 보면 눈물이 나온다.
<심청전>도 그렇다.
심청이가 눈물 펑펑 흘리면서 아버지 위해 인당수에 빠지는 거 보고 있으면 갑자기 엄마가 떠오른다.
그러면 준이는 울컥해서 괜히 화낸다.
“엄마는 나 힘들게 하지 마!”
엄마는 갑자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준이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어느 날 밤 준이는 엄마 옆에 누워서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 무덤 꼭 산에 만들 거야. 그리고 그 옆에 댐도 만들 거야.”
엄마가 깜짝 놀랐다.
“뭐? 엄마 죽으라고?”
엄마 눈이 갑자기 커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중에… 진짜 나중에… 내가 아주 아주 늙은 다음에…”
준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엄마가 대뜸 “죽으라고?” 하고 화내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런 엄마가 좋다.
진짜다.
엄마가 화낼 힘도 없을 만큼 늙는 건 더 싫으니까.
엄마는 화도 내야 한다.
내가 숙제 안 하면 버럭! 하고,
게임 오래 하면 “그만!” 하고.
그게 엄마다.
엄마가 늙어서 화도 못 내고 가만히 있으면 그건 좀 무섭다.
왠지 세상이 준이한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 같다.
사실 준이는 미래가 조금 무섭다.
나중에 엄마 아빠가 늙으면
준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준이가 돈도 많이 벌고,
집도 사고,
엄마아빠 여행도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준이는 아직 할 줄 아는 것이 많이 없다.
그걸 생각하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엄마는 준이가 이런 말 하면 꼭 웃는다.
“너 아직 초등학생이야.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
준이는 정말 진지하다
준이는 미래 계획을 다 세웠다.
첫째, 엄마 아빠가 늙지 않게 하기.
둘째,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같이 살기.
셋째, 아르바이트해서 용돈 벌기.
넷째, 엄마 무덤 산에 만들기. (근데 아주아주 나중에!)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또 “죽으라고?” 하겠지만,
준이는 진짜 사랑해서 하는 말이다.
준이 꿈은 엄마 아빠랑 오래오래 사는 거다.
근데 오래 산다고 해서 재미없으면 안 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더 많이 웃어야 한다.
엄마가 늙어도 아빠 머리숱이 줄어도 우리는 계속 웃을 거다.
엄마는 요즘 가끔 피곤해서 소파에 누워만 있다.
그때 준이는 엄마 다리를 주물러 준다.
엄마가 “우리 준이 다 컸네.” 하면 준이는 은근히 뿌듯하다.
“나 효자야.” 하면
엄마는 “당연하지!” 하며 웃으면서 말한다.
준이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엄마 무덤을 산에 높이높이 만들고 댐도 많이 만들 거다
그때 준이는 조금만 울기로 결심했다.
대신 엄청 크게 외칠 거다.
“엄마, 나 진짜 잘했지?” 하고 말이다.
근데 그건 아주 아주 오래 후의 일이어야 한다.
지금은 엄마랑 소파에서 같이 눕고,
아빠랑 장난치고,
치킨 시켜 먹을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아무도 늙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