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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의 세계

9화 형이 갖고 싶다

by 작가

9화 형이 갖고 싶다


준이는 검도를 다닌다.


도복을 입고,

죽도 들고,

뛰는 그 운동이다.


그곳에 준이가 보기에 가장 부러운 친구가 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그 친구는 형이 있다.


준이가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고 있을 때,

그 친구 형이 옆에 다가와 "준아 이리 와!" 하고 가르쳐 준다.


순간 준이는 포근한 감정이 느껴졌다

'형이 있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형이 있으면 나를 도와주는 든든한 사람이 생긴다'


그날부터 준이 머릿속에는 '형'이 가득 찼다.


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한테 달려가서 말했다.

"엄마. 나 형 갖고 싶어."


엄마는 순간 멈췄다.

"형…?"

"응. 형. 형이 너무 갖고 싶어."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형은 갖는 게 아니야. 태어나는 거야."

"그러면 하나 태워줘!"

"무슨 소리야, 그건…"


준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 동생도 안 바랄게. 누나도 안 바랄게. 그냥 형만! 하나만, 딱 하나만! 라이트 형제도 형제잖아!"


엄마는 준이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준아 너 사촌 형아들 있잖아, 형들은 이제 공부해야 해서 너랑 안 놀아 줘”


솔직히 말하면 준이는 예전엔 형 같은 게 필요 없었다.

왜냐면 이사 오기 전에는 사촌 형, 사촌 누나랑 맨날 같이 놀았기 때문이다.


형이랑 술래잡기도 하고,

누나랑 블록도 쌓고,

남매처럼 컸다.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몰랐다.

형, 누나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근데 이사 오고 나서 그게 사라졌다.

그렇게 혼자 지내오다 최근에 근처에 외사촌 형, 동생이 이사 왔다.


그럼 뭐 하는가 학교 끝나면 다들 바쁘다.

학원 가고,

숙제하고

준이랑 놀 시간이 없다.


준이도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버렸고, 형도 중학생이 되어서 둘 다 바쁘다.


준이는 요즘 아주 진지하다.

형이 꼭 필요하다.


형이 있으면,

게임도 같이 하고,

내가 맞으면 같이 복수해 주고,

밤에 화장실 갈 때 같이 가 주고,

엄마 몰래 과자도 나눠 먹고,

이 모든 걸 생각하니 형이 너무너무 갖고 싶다.


준이는 밤마다 기도했다.

"제발 저한테 형 한 명만 보내주세요."


기도 끝에는 항상 '라이트 형제'를 떠올렸다.

준이도 그런 형이랑 하늘을 날고 싶었다.


자전거도 같이 타고,

종이비행기도 같이 날리고,

진짜로 비행기도 만들고.

엄마는 그런 준이를 보더니 한숨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준아, 엄마는 딱 하나만 키워 형이 생기면 너는 형이 온 곳으로 보낼 거야."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내가 형이 온 곳으로 간다고?’


엄마가 다시 말한다.

“네가 형아 같은 멋진 사람이 되면 되지 형아가 왜 필요해?”


준이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사실 아직도 형이 너무 갖고 싶다.

하지만 형이 없다고 준이가 외로운 건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다.


준이가 누군가의 형 같은 사람이 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덜 심심하다.


준이는 오늘도 검도장에서 그 친구 형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형아가 될 거야”

그날이 오면 나는 진짜 멋진 형이 될 거다.


그날까지 준이는 열심히

검도도 하고,

게임도 하고,

형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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