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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의 세계

8화 준이의 술래잡기 대모험

by 작가

8화 준이의 술래잡기 대모험


오늘도 준이는 어슬렁어슬렁 놀이터 주변을 걷는다.


준이는 걷는 데에도 할 일이 많다.


그냥 걷는 게 아니다.


걸으면서 풀도 보고,

나무도 보고,

돌멩이도 뒤집어보고,

작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도 보고,

구름이 이상한 모양으로 떠 있는 것도 본다.


이 세상은 정말 볼 게 많다.

준이만 아는 비밀 같은 세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친구들이 술래잡기를 하자고 한다.


"술래잡기? 오… 오랜만인데?"

준이는 속으로 혼자 기대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준이한테 아무도 “같이 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근데… 준이는 그냥… 같이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준이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누가 같이 하자고 안 해도 그냥 같이 한다.


준이 머릿속에서는 이미 시작했다.


친구들이 가위바위보를 한다.

준이는 옆에서 눈치 보다가 아무거나 쓱 내본다.

바위!


근데 아무도 준이 손을 안 본다.


“야, 너 걸렸어!” 하고 친구들이 서로 놀리는데 준이도 괜히 “하하 나도 안 걸렸다~” 하고 혼자 신나 한다.


드디어 술래잡기 시작!


친구들이 뛴다!

준이도 뛴다!

엄청 열심히 뛴다!


헉헉헉.

“와, 이거 엄청 스릴 있다.”


준이 뒤에서 누가 잡으러 오는 것 같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발바닥이 바닥에 찰싹찰싹 붙는다.


‘나는 지금 도망자다. FBI도 나를 못 잡는다!’

준이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달린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뛰어도 뛰어도 아무도 준이를 안 잡는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어라?

아까는 분명 있었는데?


주변을 보니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


아까는 시끄럽게 웃던 친구들이 다 사라졌다.


‘헐… 이건 설마… 나만 빼고 다 간 거야? 나만 모르는 사이에 끝난 거야? 아니면… 나만 놀린 거야?’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터져 나온다.

진짜 준이만 빼놓고 간 것 같았다.

준이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때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다.

“왜 울어?”


준이는 울먹이며 상황을 다 설명했다.

친구들이 술래잡기하는 것 같길래 나도 같이 뛰었는데, 한참 뛰다 보니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바보 같았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 너 아까 혼자 뛰고 있던데? 내가 봤어. 너 혼자 완전 열심히 뛰더라?”


엄마 말 듣자 갑자기 더 서럽다.

준이 혼자 그렇게 열심히 뛰었다니.


엄마가 말한다.

“다음에는 먼저 같이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누가 술래인지 확인하고 뛰어. 알겠지?”


준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나 혼자 열심히 뛰었는데! 그냥 같이 해주면 안 되나?’


그날 준이는 결심했다.

“나 이제 아무랑도 안 놀 거야!”


물론 엄마는 준이가 이런 생각하는 거 다 안다.

그리고 준이가 금방 또 놀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 순간에는 정말 진심이란 것도 안다.


준이는 그냥 탐험가 체질인가 보다 생각했다.

술래잡기보다 혼자 탐험하는 게 더 재밌다고 생각했다.


꽃잎 모으고,

개미집 찾아다니고,

풀잎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게 준이 취미다.


친구들이랑 뛰어다니는 것도 좋지만, 준이만의 탐험이 더 스릴 있다.


다음 날, 준이는 다시 놀이터 주변을 걷는다.


아직도 풀은 거기 있고,

나무는 거기 있고,

벌레는 또 새로 나타났다.

이 세상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밌다.


리고 준이는 생각한다.


‘그래, 술래잡기 안 껴줘도 괜찮아.

나는 나만의 술래잡기를 하면 되지.

오늘은 개미가 술래다!’


준이는 다시 뛴다.

이번에는 진짜로 잡히지 않기 위해......


준이만의 게임을 만든다.


준이 세상에서는 준이가 주인공이고 준이가 규칙을 만든다.


그리고 그건 은근히… 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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