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애벌레 호텔
11화: 애벌레 호텔
준이와 산책을 나갔다.
공원 구석에 있는 풀숲에서 애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준이의 두 눈이 반짝였고 바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엄마! 얘 집에 데려가자!”
우리는 작은 통에 애벌레를 모셔 왔다.
준이는 ‘애벌레 호텔’을 만든다며 풀도 뜯어 넣고 나뭇가지도 세워주고 흙도 살살 깔아줬다.
“잘 먹어. 얼른 나비 돼!”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을 들여다보며 애벌레를 확인했다.
하지만 며칠 뒤 애벌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점점 색이 검게 변하고 몸이 쪼그라들었다.
“준아 애벌레 죽은 것 같아”
준이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건 번데기야. 이건 탈피야. 나비 될 거야!”
그렇게 며칠을 버텼지만 애벌레는 결국 더 이상 변하지 않았다.
준이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통을 들고나가 풀밭에 놓았다.
“잘 가. 미안해…”
삼가 그 작은 생명들의 명복을 빕니다.
자연 속에서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었던 운명이었겠지만
준이를 만나 조금 일찍 생을 마감한 것은 아닐까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준이는 결코 자연을 파괴하는 아이가 아니라,
누구보다 작은 생명을 귀히 여기고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이번 일이 준이에게 슬픔으로만 남지 않고,
생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