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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09. 2021

눈 딱 감고 질렀습니다 캠핑카!

꿈이 현실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어요.


이렇게 빨리 이루게 될 줄 몰랐다.   

막연하고 먼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일을 벌이다니.


텐트를 비롯한 캠핑 장비를 사서 주말마다 바쁘게 다닌 지 딱 열 번 만이다.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했으니 3개월 정도 지났다. 처음 텐트로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또 그게 그렇게 신선하고 재밌고 좋더니... 이제는 "나이 오십 넘어서 텐트에서 자는 게 좀 무리이긴 하지. 바닥에서 냉기도 올라오고..."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캐나다나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열 대 중 한 대는 RV (Recreational Vehicles)인 것 같다.  그동안 캠핑장을 다니며 힐끔힐끔 옆 사이트에 세워진 멋진 RV 들을 많이 봐왔다. 그때마다 우리 둘의 대화 주제는 당연히 RV 다. 저건 너무 커서 부담스럽겠다. 색은 이게 좋겠고, 스타일은 이런 게 운전하기 편할 거 같아.  어차피 이제 애들이 다 커서 따라다니지도 않는데 우리 둘이 놀러 다니기 딱 좋은 구조를 찾아보자...  등등등

이렇게 미래를 그리곤 했었다.


그러다 문득 '왜 다음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왜 아니지?  지금 충분히 나이 먹었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 그럼 지금인가?  그렇지 그때가 바로 지금이야.


무조건 직진, 추진력 일등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인터넷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도대체 가격은 어느 정도 하는 걸까?  종류별로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건 어떤 타입인지.  인터넷 검색으로 대강의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미 우리가 원하는 그런 중년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 RV를 구입해서 적응해가는 과정까지 상세히 영상을 남겨놓으신 분들 덕분에 하루하루 아는 게 많아졌다.  


Alice Lake Provincial Park Campground, BC, Canada


일단 범위는 좁혀졌다.  운전석이 같이 붙어있는 Class B, C는 너무 비싸서 지금은 안될 거 같다.  어차피 남편 차가 트럭이니, 남는 힘은 트레일러 끄는데 쓰면 될 거 같아서 Travel Trailer로 결정했다.  엔진 고장 같은 걱정도 안 해도 되고.

  

이제는 주차가 문제.   우리 아파트는 RV 주차가 허용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스토리지를 빌려서 세우는 수밖에 없는데, 밴쿠버 내에는 가능한 스토리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가까운 리치먼드에 빈 공간이 딱 하나 남아있는 스토리지를 기적적으로 찾았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니 캠핑이 갑자기 너무 있기가 있어져서 RV 판매도 스토리지도 완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스토리지를 미리 예약해놓고 거기에 맞는 사이즈의 트레일러로 계약을 했다.  너무 긴 것은 허용하는 캠핑장도 제한적이고 운전하기도 힘들어서 20' 짜리로 결정했다. 몰랐던 사실인데, 이런 RV는 모터홈(Motorhome) 이라고 집으로 간주하기에 20년 상환으로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이자율이 별로 싸지는 않지만 20년 상환으로 계약을 하면 지금 당장 목돈이 없어도 되고, 매달 할부금 부담도 그다지 크지 않게 장만할 수 있다.   


Alice Lake Provincial Park Campground, BC, Canada


설레는 맘으로 처음 트레일러 끌고 주말 캠핑을 떠났다.  이거야말로 진짜 주말 별장이다.  원하는 장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동식 주말 별장.  간단한 부엌 도구와 옷도 챙겨 서랍에 넣어두고, 이불도 챙기고.  이미 웬만한 캠핑 장비는 다 있으니 정리만 하면 된다.  밴쿠버는 여름 몇 달을 제외하고는 늘 비가 오는데, 이제는 비가 와도 끄떡없다.   


텐트 안에서도 너무 행복하다며 좋아라 했는데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나니 이건 또 비교가 안되게 좋다.

싸우려 들면 싸울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사소한 일부터 자기주장을 고집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이제 결혼 생활 25년 내공이 있지.  이런 것쯤은 부딪히지 않고 나이스 하게 비켜갈 수 있다.

행복도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하질 않았던가.  이번에도 계속 행복 만들기 중이다.


남편은 옆에서 계속 물어본다.  결혼 잘했다 싶지?  니 맞춤형으로 이렇게 놀아주는 거 나밖에 없지?

사실 그렇다.  이리저리 많이 부딪히기도 하고, 둘 사이 위기도 있었지만 오십이 넘고 보니 제일 편하고 재밌고 잘 맞는 건 남편밖에 없다.   딱 이 나이부터 서로가 서로한테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부디 둘 중 하나 아프지 않고 이런 생활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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