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이드 투어가 필수였기 때문에 바로 갈 수는 없었다. 투어사에 방문하여 간단한 예약 확인 절차를 거치고 투어용 차량에 탑승했다. 군용 트럭처럼 투박하게 생긴 차량의 뒤편, 화물칸은 이미 앤텔로프 캐니언을 보러 가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곳에서 찍힌 아름다운 사진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겠지,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은 사진으로만 봤던 풍경을 직접 눈으로 담기 위해 차량에 몸을 실었다.
앤텔로프 캐니언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비포장 도로라서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무엇보다 모래가 많이 날렸다. 이동 시간이 짧아서 다행이지 만약 이런 길을 한 시간 넘게 계속 달렸다면 도착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미국 여행 중 아직까지 정확하게 기억나는 문장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이 차량 안에서였다. 주변 경치가 너무 예뻐서 핸드폰도 내려놓고 구경하던 나에게, 옆에 앉아있던 작은 꼬마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 봐! 핸드폰에 먼지가 가득해!"
그 말을 들은 나는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바라봤다. 분명 내려놓은 지 5분도 안 됐는데 한 달은 안 쓴 것처럼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건 뭐지?" 하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자,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아이는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웃어버리는 바람에 즐겁게 지나갔지만, 그 정도로 심하게 모래가 날렸다.
대신 소들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짧지만 굵었던 10분이 지나고, 우리는 무사히 엔텔로프 캐니언에 도착했다. 높이로 보면 5미터 정도... 다른 유명한 캐니언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크기. 그러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이 그 안에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앤텔로프 캐니언의 진짜 모습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곡선과 그 곡선을 비추는 빛.
어퍼 앤텔로프 캐니언 1
보통 풍경을 보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름답다? 예쁘다? 아니면 경이롭다? 모두 맞는 말이겠지만 앤텔로프 캐니언은 그것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이 단어들을 제외하고 적당한 단어가 있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해 봤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부족했다. 어차피 내 실력으로는 완벽하게 표현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굳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곡선에 손을 올리고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자연의 곡선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거칠고 투박했으며, 차갑고 딱딱했다. 마치 사포처럼 까칠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기나긴 세월이 만들어낸 거친 곡선,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곡선.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곡선은 그런 모양이었다.
그 감촉을 느끼며, 눈으로 앤텔로프 캐니언의 모습을 담았다. 앤텔로프 캐니언은 해가 가장 높이 떠있는 오전 11시 ~ 오후 1시 사이에 인기가 제일 많다. 그만큼 햇빛이 잘 들어와 내부를 밝게 비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들어간 시간은 오전 8시 30분, 피크타임에 한참 못 미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이 더 만족스러웠다(피크시간에 안 가봄).
아래는 고요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환해진다.
그 이유는 눈에 담기는 곡선의 명암 때문이었다. 이른 오전 시간, 적당히 기울어진 햇빛은 앤텔로프 캐니언에 완벽한 명암을 만들어냈다. 시작은 고요했다. 빛은 상층부의 곡선들에게 모두 가려지고, 아래 남은 것은 잔잔한 어둠뿐이었다. 그러나 무겁지는 않았다. 조금씩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과 합쳐진 어둠은 그곳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만들었다.
반대로 그 끝은 밝았다.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상층부는 곡선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오랜 시간 자연에 의해 조금씩 그리고 무질서하게 생겨난 곡선들... 전혀 정렬되지 않은 그것들은 오묘하게도 화려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 상반되는 분위기가 협곡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샌가 투어가 끝나버렸다. 아마 30분은 봤을까? 짧은 투어 시간은 앤텔로프 캐니언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자리에 누워 협곡을 지나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같은 수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것은 언젠가 다시 방문할 날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