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미국, 어느 캠핑장의 아침

미국 - 그랜드 캐니언(2)

by 지민규


본격적으로 그랜드 캐니언 여행을 떠나는 날. 그날은 그랜드 캐니언 근처의 한 캠핑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6시, 보통이라면 아직 자고 있을 시간.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텐트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소리 없는 알람처럼 나를 깨웠다. 분명 로키산맥을 여행하는 동안 많이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 알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투어 때문에 다시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일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캠핑은 생각보다 할만한 게 별로 없었다. 풍경을 구경하거나, 밥을 먹거나, 이야기하거나... 무엇을 준비해 갔느냐에 따라 조금 추가되는 정도가 전부였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캠핑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들이 전부였다. 거기에 이른 아침, "먹거나, 이야기하거나"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텐트를 나와 처음 본 풍경은 영락없는 캠핑장의 모습이었다. 자리를 구분하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과 여행 온 사람들의 캠핑카와 텐트들로 가득했다. 캐나다에서 수없이 봤던 모습이지만 그 너머의 풍경은 캐나다와 달랐다. 지금의 캠핑장은 그랜드 캐니언 근처의 큰 호수를 따라 만들어졌고, 캠핑장 너머로 그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의 고운 모래들과 나무 하나 없는 바위 산, 말 그대로 황무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만약 모래밭과 바위산 사이에 호수가 없었다면 황량한 사막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곧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연의 모습이 온전히 남겨진 호수와 산. 그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호수를 향해 걸었다.


파웰 호수 와입만 풍경




호수까지는 금방이었다. 아주 잠깐의 산책. 아니, 산책이라고 부르기도 미안할 정도의 거리. 길을 따라 5분은 걸었을까? 캠핑장과 호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 너머로 호수가 보였다.


바로 앞에서 바라본 호수는 황량해 보였던 첫 모습과 정반대였다. 따뜻했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모래와 황량한 산 그리고 잔잔한 호수가 전부인 그곳에서 왜 이런 기분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평온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아마도, 시야 안에서 여러 의미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화려한 도시의 풍경과는 반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담기는, 특별한 의미를 찾을 필요 없이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 풍경이 편안하고 따뜻했던 것은 아닐까...


특별하지는 않아도 따뜻하고 조용한 풍경은 여행으로 지친 이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나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모래밭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저 사람들처럼. 잔잔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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