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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 넘은 여자들 May 25. 2024

영어 공부 팁

조은경

사진: Unsplash의Romain Vignes

왜 하필이면 왜 한국에서 태어나서, 그 엄청난 영어 권력을 누리지 못하는 걸까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직장 동료가 유려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낼 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저걸 내가 말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게 되는 순간. 또는 중요한 발표를 해야 하는데, 내용과 진행을 다 해 두고도 임팩트 있는 전달을 위해 프로젝트팀의 Native Speaker에게 발표를 권하면서 한편으로는 속상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등이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영어 공부는 내가 밥 먹고 숨 쉬듯 평생 꾸준히 해야 할 수밖에.


대부분의 나의 세대 한국인들처럼, 영어를 제대로 정규과목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부터였다. 

대학생일 때 다행히 부모님의 은총으로 캐나다에 한 달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호사를 누렸지만, 그 한 달은 나의 영어 말하기 듣기 실력을 증진시키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히려 듣기와 말하기 실력 향상은, 어학연수 이후 재학 중이던 대학교 부설 어학당을 꾸준히 다니는 동안 향상이 되었다. 토플이나 토익은 따로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지만 점수가 다행히 잘 나왔고, 학교 내 국제학부 수업도 이학년 때부터 한 학기 당 한 과목은 꾸준히 수강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영어학원, 전화영어와 영어 말하기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다. 회사에서는 해외 사업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미국이나 인도에서 파견 온 직원들과 장기 프로젝트를 할 일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내가 제일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고 그 덕분에 많은 기회가 주어졌었다.


삼십 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살면서, 나는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착각이 깨진 것은 MBA 본 학기 시작 전, 준비 수업에 처음 들어가면서였다. 내가 진학한 MBA 프로그램은 본 학기 시작 전, 원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회계 기초를 짧게 준비 수업으로 운영했는데, 첫 수업에 들어간 순간 너무나 충격이었다. 대체 무슨 말인 지, 교수의 말이 아주 빠른 것도 아니었는데 대략 50%만 알아들은 듯했다. 또한 수업을 진행하며 과제로 텍스트북을 읽어가야 했는데, 내 영어 리딩 속도는 너무나 느려 과제 분량을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벅찼다. 나의 터무니없던 영어부심 버블이 와장창 깨진 순간이었다.


삼십 대 초반 일 년의 해외생활 경험으로 영어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말을 빼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부족한 영어로 어찌어찌 글로벌 역할을 쭉 하여 왔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 성실함과 일머리 덕분에 영어가 유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 잘한다 소리도 들었다.


제대로 벽에 부딪힌 것은,  새로운 직장에서 말발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이후였다. 오래 있던 직장에서 승진을 하고 직급이 높아져 있었을 때에는 나의 네트워크와 사내 평판이 이미 자리 잡혀 있었기에, 소위 말하는 Executive Prescence라는 것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새로 옮긴 직장에서는 그런 기반이 전혀 없었기에, 첫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나의 개인 브랜드를 잘 수립했었어야 하는데 나는 그 점을 매우 간과했다. 특히 부족한 영어로 무게감 있는 전달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해외 근무를 하면서 몇 년간 오히려 등한시했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엊그제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보니, 이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지 벌써 500여 일이 지났다고 한다. 그동안 130개의 수업을 수강해 왔다, 약 4일에 한 번 꼴로 수강한 셈이다. 가격의 압박이 없다면 더 자주 하고 싶지만, 가격 압박 덕분에 수업을 소중히 사용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사용하는 이 플랫폼이 정말 좋다. 창업자분들의 진심이 곳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scale up 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한데, 이 회사가 꼭 더욱 성공하기를 응원하고 있다.


지난 나의 500일간의 여정에서 핵심 팁만 뽑아 공유해 본다.


1. Speech도 따로 연습해야 는다. 

그간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reading과 listening을 생활화하면 speech와 writing이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이건 단연코 아니다. 따로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는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이미 성인이므로, 아이가 배우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슥듭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 가소성 neuroplasticity의 힘은 믿고 있다!)


2. 복습이 중요하다. 

이 플랫폼을 사용하며 꾸준히 최소 주 일 회 수업을 듣기로 결심하고 실천해 왔는데, 문제는 수업을 준비하고 수강까지는 하는데, 복습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복습 스터디를 만들었다. 이 복습 스터디 활동은 약 5개월 간 해 왔는데, 매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주의 수업을 각자 복습하고, 서로 자신이 take away 하고 싶은 표현을 공유하고 마무리한다.


이 복습 스터디에서 너무나 좋은 점은, 인생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5개월 된 스터디이고 오프라인으로 만난 적도 한 번도 없지만, 이 스터디에 오는 분들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각자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는지 서로 공유하고 서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3. 메모 습관

이 복습 스터디를 하면서, 아울러 내가 사용하고 싶은 문장들이나 표현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의 압박으로 잘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 표현들을 사용해 글을 한번 써보고, 그를 외워 녹음해 들어보는 연습을 가끔 하려고 한다. 그리고, 특히 요즘 단어를 찾을 때 thesaurus를 같이 찾아 유사 단어도 적는다. 이렇게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같은 표현을 다른 단어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스토리의 structure를 잡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습 study에 더해 monthly presentation study도 만들어 버렸다! 이건 시작한 지 세 달 정도 되었는데, 목적은 배운 표현을 써볼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시간의 압박으로 월 1회로 운영하고 있지만, 일단 시작이 중요하니까 가볼까 한다.


부족하고 보충해야 하는 점:

나의 취약점은 발음과 intonation이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한데, 쉐도잉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단 최소한으로 하고 있는 것은 podcast를 출근길에 들으며 미친 사람처럼 보이든 말든 동시에 웅얼웅얼 따라 하면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하려면 한 문장 씩 끊어 따라 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을 다시 돌려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시간이 좀 더 많았을 때 발음 공부에 신경을 더 썼을 것 같다. 


내가 있는 홍콩에서는 Chat GPT가 막혀 있어서, 대신 POE라는 app을 사용해 책을 크게 읽으며 발음 체크를 해 달라고 하기 시작한 것이 두세 주 정도 되었다. 겨울 한국에 있을 때 Chat GPT를 시도해 봤는데, 이는 two-way 음성 대화가 되는 장점이 있는 대신 발음에 대해 훨씬 덜 엄격하고, POE는 음성 대화는 안 되지만 내가 읽은 것을 transcribe 한 후 잘못된 발음을 지적하는 것은 더 엄격하게 해 주는 편이다. 아울러 내가 사용 중인 플랫폼에서도 AI로 발음 체크를 해 주는데 이를 좀 더 활용해 발음 공부를 하려고 한다.


또 다른 취약점은, 간결하게 communication 하는 것이다. 이에는 structure가 중요하다.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부분인데, 항상 말할 때, 1/2/3 이렇게 넘버링을 하고, 두괄식으로 말하기 연습을 의식적으로 더 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연역식 흐름을 타곤 한다. 그리고, 필요 없는 context의 전달을 너무나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글 요약하기 연습을 더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 아직 어떤 식으로 좀 더 나의 공부 루틴을 잡을지는 숙제이다. 그저 시간 날 때마다 의식적으로 하는 수밖에..


토종 한국인에게 영어는 정말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래서 이렇게 수많은 기러기 가족도 양산되고, 한 살배기한테 영어 노출을 주야장천 해서 언어 혼동이 생기는 경우들도 생기는 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덕분에 우리의 다음 세대의 영어 실력은 정말 우리 세대보다 훨씬 일취월장한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세대라도 never too late. 마지막으로는 어떤 것이나 그렇듯,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 언어는 장기전이니까,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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