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처음 홍콩으로 직장을 옮기기로 했을 때, 회사에서 relocation package로 숙소를 '한 달' 지원해 준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꼴랑 한 달이라고?"
알고 보니 홍콩은 집을 이사일 한 달쯤 전부터 찾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목표 이사일에서 두어 주 남은 상태에서 집을 찾아 계약을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홍콩 집주인들은 보통 세입자가 이사 나간 후부터 집 보여 주기를 진행하고, 렌트를 올려 받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등을 완료해서 내어 놓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공실인 상태에서 집을 보여 주니, 집주인들이 빨리 들어올 수 있는 세입자를 선호하곤 한다.
집을 찾을 때에는 부동산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살고 싶은 동네 및 단지에 대한 사전조사를 좀 하고, 부동산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중개인들과 약속을 잡아 집을 보러 가게 된다.
Step 1: 사전조사
몇 가지 유용한 어플/웹사이트를 소개한다.
1. https://hk.centanet.com/findproperty/en/list/transaction
최근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실제 가격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오는 호가는 집주인의 희망가격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실거래가를 알고 있으면 네고에 유용하다.
2. https://www.spacious.hk/en/hong-kong/for-rent
360 VR View가 있어 보기 좋은데, 내 경우에는 여기 올라오는 물건들이 가격이 더 높았던 기억이 있다.
내가 주로 메인으로 쓰는 사이트/앱이다. 물건도 제일 많고 가격도 현실적이었다.
목표하는 동네에 간 김에 부동산에 들어가 물건 보여달라고도 해 보았지만 이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아예 집 키를 부동산에 맡겨 두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약속이 잡히면 집주인이 키를 가지고 나오거나 미리 부동산이 집주인으로부터 키를 받아 놓거나 하기 때문이다.
Step 2: 집 보러 가기
마음에 드는 집을 위 사이트에서 발견하면 부동산에 연락할 수 있다. 보통 사이트에 나와 있는 물건들은 '미끼상품'처럼 부동산에서 걸어두고, 막상 연락하면 그 집은 나갔으니 다른 집들을 보여 주겠다고 하는 경우들이 많다. 미리 부동산에 내 예산과 꼭 필요한 내용들 (Furnished vs. unfurnished, 방 개수, 화장실 개수, 헬퍼룸 유무 등)을 전해 놓고 약속을 잡는다. 나는 홍콩에서 세 번 이사를 했는데, 처음에만 좀 오랜 기간 집을 찾고, 그 이후로는 그냥 한 주말에 몰아서 집을 본 후 결정해 버렸다.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면, 보통 그날 두어 시간 동안 볼 대여섯 군데 이상의 물건들을 쭉 리스팅 해서 목록을 건네주고, 볼 집으로 데려간다. 따라서 여러 부동산을 하루에 만난다면 세 시간 간격쯤으로 잡으면 적절할 듯하다. 나는 첫 거래와 두 번째 거래를 같은 부동산에서 했는데, 이 분은 미리 집 사진과 면적과 가격을 왓츠앱으로 보내 주어서 좋았다.
한국처럼 집주인이 한 집을 여러 군데 부동산에 내어 놓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호가도 부동산마다 다른 경우가 있다. 부동산과 집 보기가 끝나면, 부동산에서 다시 목록을 보여 주며 이 물건은 우리 부동산과 본 것이니 계약을 우리 부동산과 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헤어진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했는데, 실거래 정보가 올라오므로 이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겠다.
보통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 전, 7-8월 여름방학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므로 이 기간에 물량도 많지만 가격도 세다. 겨울은 비수기라서, 특히 구정 근처나 크리스마스 부근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지지만 대신 물량도 많지는 않다.
집주인들이 외국인의 경우 특히 직장을 알기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소득이 안정적인 지를 보기 위해서), 명함 등을 준비해 가 부동산에게 건네주면 좋다.
그리고 홍콩에서도 집의 향을 보아야 하는 가에 대해, 아무래도 역시 홍콩도 남향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북향집들도 많은 편인데, 여름에 확실히 덜 더운 반면, 집에 햇빛이 덜 들어서 습기 많은 겨울에 집에 곰팡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단점이 있다. 그리고 난방이 없는 홍콩의 겨울이 매우 혹독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두 번째 북향집인데 막상 살아보니, 지난겨울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더래서 생각보다는 괜찮았고, 그런 의미에서 고층과 환기가 우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Step 3: 계약하기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났다면 부동산을 통해 가격 네고를 하고, 가계약을 하고, 등기를 친다.
계약 시에는 두 달 치를 한꺼번에 내는데, 한 달 치는 보증금이고 다른 한 달치는 첫 달 월세에 갈음한다.
부동산 비는 한 달 치 렌트를 집주인과 세입자가 반반 갈라 내고, 등기 비용도 반반 부담이다.
보통 관리비 등은 주인이 다 픽업한다.
계약 기간은 2년 또는 1년 + 1년으로 많이 하는데, 1년 + 1년인 경우 1년은 무조건 렌트를 해야 하는 의무 기간이고, 그다음 1년에는 언제 든 정해진 notice period를 준수해 페널티 없이 이사 나갈 수 있는 형태이다. 집주인들이 렌트가 내리고 있는 기간에는 2년을 선호할 것이고, 렌트가 오르는 기간에는 1+1 형태를 선호할 것이니, 이 또한 네고의 대상이다.
Step 4: 이사하기
정식 계약 시작일 이전, 집주인이 보통 두 주 정도 짐을 옮기고 사전에 청소할 기간을 주곤 한다. 이 기간도 네고의 대상이다.
이 기간 동안 미리 가서 연막탄 형태의 바퀴벌레 약을 한 번 터뜨리는 것을 권고한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집이라면 아주 중요하다. 빈 집인 것을 어떻게 아는지 동네 바퀴벌레들이 다 놀러 오기 때문에 한 번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홍콩에도 입주 청소가 있을까?
집주인이 청소를 해 두긴 하지만, 보통 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고용해서 집 청소를 하고 들어가곤 한다.
입주청소 업체도 있는 듯 하지만, 헬퍼의 휴일인 일요일에 파트타임으로 부탁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약 두 명 정도, 그리고 반나절 이상 걸리는 듯하다.
연막탄을 미리 터뜨려 놓고 헬퍼 분께 부탁해 입주 청소를 하는 것이 확실하게 바퀴벌레 박멸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이삿짐은, 짐이 적을 경우 Gogovan 같은 곳에서 트럭을 불러 할 수도 있고, 짐이 많을 경우 mover 업체를 고용하여한다. 여기에도 포장 이사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포장을 미리 해 둘 수 있을 경우에는 비용이 많이 절감된다. 보통은 이사 업체에서 와서 짐을 보고 견적을 주는데, 직접 방문하지 않고 대신 집 사진을 보고 견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이사일에 임박해 집을 계약할 경우 단점은 이사업체를 계약하는 것이 좀 빠듯할 수 있다. 그래도 한인 이사업체도 있어서 이사업체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홍콩 집들은 집 사이즈가 워낙 작아, 집을 옮길 때 가구를 처분하고 가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여기는 가구를 버리는 것이 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리미리 가구를 중고로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한인 카카오 중고물품 챗그룹이나,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인 Carousell 등을 통해 사전에 처분한다. 가구를 운반해 가져가는 비용이 크므로, 아주 저렴하게 내어 놓거나 그냥 무료로 내어 놓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한국-홍콩 국제 이사를 두 번 할 기회가 있었는데, 첫 이사는 큰 여행 가방 2-3개로 되었다랬고, 두 번째 이사는 우체국 국제 선편으로 8-9박스를 옮기는 것으로 되었다. 집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그리고 홍콩 집 면적을 생각할 때, 가급적 가구와 짐을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좋은데 아무래도 살다 보면 늘어나는 것이 짐인 지라 쉽지는 않다.
홍콩에서 이사하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