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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Aug 01. 2022

29대조(祖) 할아버지가 도와준 아들의 결혼

조선의 명신(名臣) 지(輊) 자 할아버지가 아들의 결혼을 도왔다

 큰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동기들 단톡방에 모바일 청첩장을 올렸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들이 아빠를 쏙 빼닮았네. 너 결혼식 때 내가 함을 지었잖아. 총각이라 오징어 가면을 쓰고. 근데 너의 아들이 결혼이라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해서, 반가워하며 성씨를 물었다. 류 씨라고 했다.

 속으로 긴장되었다. 

 '동성동본은 아니겠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니 두 사람의 사귐을 두고 보기로 했다. 

 '두 사람이 좋다면 동성동본이면 어떤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계절이 몇 번 바뀐 후, 아들이 드디어 결혼계획을 이야기했다.  

 아들에게 물었다. 

 “본관은 어떻게 되니?”

 본관은 모른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동성동본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제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혹시 신부가 동성동본이고 설사 같은 지파인들 무엇이 문제겠나. 류 씨는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어 천년이 넘은 성이고, 문화 류 씨 동성동본에 같은 좌상공파라고 해도 파의 시조가 이미 6백 년이 넘지 않았는가.'

 

 다음날 아들이 신부의 본관이 전주라고 알려주었다. 

 아들에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베리 굳!"

 

 최근에 집안 할아버지를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뵈었다. 어머니가 유 씨였음이 기억났다. 

 조사를 해보니 어머니는 전주 유 씨였다. 우리 아들의 경우와 똑같았다. 무릎을 쳤다.  

 나이 드신 시골의 집안 어른들은 같은 성이라고 괜히 불편해하실 수 있지 않은가.   


 축복만 받아야 할 선남선녀가 아닌가.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떠오르는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단톡방에 올려 공유했다.


 ‘큰 아이의 결혼이 다가오면서 조선 초 명신(名臣)인 지(輊) 자 할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유지(柳輊) 할아버지는 조선의 개국공신으로 집안의 중시조이신 만(曼) 자 수(殊) 자 할아버지의 3남 3녀 중 장남으로 지금 포천 오대단에 모셔져 있는 원(原) 자 지(之) 자 할아버지의 증손이십니다. 유지(柳輊) 할아버지는 성종을 도와 도승지와 경상도 관찰사, 평안도 관찰사, 대사헌과 공조판서, 예조판서, 병조판서를 거치고 종 1품 우찬성으로 재상을 지내셨습니다. 일생을 통해 뛰어난 학식과 정직하고 원만한 성품으로 성종대의 선치(善治)에 기여하며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유지(柳輊) 할아버지의 부친은 현감 유자미(柳自湄) 이시고, 어머니는 역시 현감의 딸인 전주 유 씨였습니다. 큰 아이의 신부는 본관이 전주입니다. 조선 초에 문화 유 씨와 전주 유 씨가 만나 귀한 아들을 낳았듯이, 수백 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도 문화 유 씨와 전주 유 씨가 만났으니 윗대로부터도 축복받는 결혼이 되리라 기대를 해봅니다.


큰 아이의 결혼식이 다가오자, 원(原) 자 지(之) 자 할아버지를 모신 곳에서 멀지 않은 포천의 왕망산 기슭에 나란히 몸을 누이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더욱 그립습니다.'


사촌 형제들과 친척분들이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아들에게 29대 조(祖)가 되시는 유지(柳輊) 할아버지는 당대의 임금에게도, 후대의 자손인 나와 아들에게도, 좋은 분이시다.  

 






(사진출처)

https://jeevankumar.com/2020/08/12/guidelines-for-healthy-mar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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