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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15. 2022

아들 결혼식에서 아빠의 덕담

딱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사랑하고 존중하라는 것이다

 아들이 결혼식에서 아빠가 덕담을 해 달라고 했다. 

 주례 선생님을 모시지 않는 대신 아빠가 신랑 신부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결혼식에서 해줄 말의 원고를 일주일 동안 쓰고 고쳤다. 

 결혼식 전날에는 아내 앞에서 원고를 들고 리허설도 했다.


 결혼식장에서 사회자가 신랑의 아버지가 신랑 신부에게 덕담을 해주는 순서라며 단상으로 불렀다. 

 먼저 축하해 주기 위해 찾아주신 하객들에게 드리는 인사로 시작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소중한 주말 시간을 함께해 주신 

양가의 친지분들과 하객분들에게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마침 아들의 결혼식이 5월 21일 부부의 날이었다.

 "오늘 5월 21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입니다. 오늘 부부가 되는 신랑 신부에게는 더욱 뜻깊고 경사스러운 날이 되겠습니다. 

우리 부부도 35년 전에, 오늘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였습니다. 

그날 대학 은사님이 해주신 덕담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하녀 같이 대하면, 스스로 머슴처럼 사는 것이고, 

남편을 머슴같이 여기면, 하녀처럼 살게 되는 것이니, 

왕이 되고 싶으면, 아내를 왕비같이 대우하고, 

왕비같이 살고 싶으면, 남편을 왕같이 여기라’, 하셨습니다.

 

인생의 귀한 출발을 하는 신랑 신부에게 덕담을 하자면, 

세상의 좋고 귀한 말을 다 가져와도 모자랄 것입니다.   

오늘은 두 사람에게 우리 부부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고, 

가정을 가꾸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한 가지만 당부하겠습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신랑 신부에게 대화를 하듯이 그동안 준비했던 덕담을 해주었다. 

새내기 신혼부부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다소 긴장한 티가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한평생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서로에 대한 존중이 따라야 한다. 

존중은 영어로 Respect이다. 

이 말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re 와 spect 즉, 다시 보다 혹은 다시 생각하다는 의미이다.  


상대를 존중하라는 것은, 그때그때의 감정대로 즉각 반응하지 않고,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 보기보다는, 상대의 감정이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가 가진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신부가 먼저 긴장을 풀고 나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신랑 신부로 이 자리에 선 너희들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기에 다른 생활 방식이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란다.  

당장은 신혼여행지에서, 장차는 살아가면서, 

어쩐지 안 맞거나, 불편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맞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무리하면 

상처를 주거나,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단다.  

Respect라는 말대로, 다시 생각하여,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겠다.  

이것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란다. 


상대를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하녀와 머슴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고, 서로 왕과 왕비 같이, 대우하며 존중하는 것이란다. 

사랑하면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면 그 사랑이 더욱 깊어진단다." 


 이제 아들도 나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살아가면서 바쁘고 힘든 일로 몸과 마음이 지친다면, 사랑과 존중을 위한 에너지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함께 산책하기를 강추한다.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털어놓고 이야기하거나, 

상대를 격려하고 응원하기에는, 산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부부가 산책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겨하면, 산책하는 그 시간은 두 사람의 건강과 함께 행복을 차곡차곡 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것은 지난 35년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니, 완전 믿어도 된다."

'완전'을 강조했더니, 이 대목에서 하객들의 웃음이 터졌다.  


 "인생길은 늘 즐겁고 평탄하지만은 않단다. 

 굽이굽이 인생길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인생길 굽이마다, 동행하는 사람을 믿고, 지켜봐 주고, 든든히 편이 되어주면 

 어떤 일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단다."  


 이제는 신랑 신부가 맹세를 할 시간이다. 혼인서약의 별책부록과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신랑 신부에게,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라는 덕담을 하였습니다. 

그럼, 신랑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한평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겠습니까?" 


신랑 신부가 분명한 목소리로 '네 하고 답했다. 특별히 신랑은 큰 소리로 답했다.

"신랑 신부는 ‘네’하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백년해로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복합니다.   

아들아, 며늘아.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입학식과 졸업식, 혹은 학교 학예회, 연극 등 나름 중요한 행사에 항상 참석하여 함께 했다.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아빠로서 즐거운 일이 없었다. 오늘 결혼식을 통하여 아들의 아버지만이 아닌 며느리의 아버지가 되었다.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아들의 군대, 자녀의 결혼, 여행과 영화 이야기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위 글과 비슷한 감성 에세이는 브런치 북 ( https://brunch.co.kr/brunchbook/yubok2 )과 함께 브런치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hwan )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출처)

https://kr.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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