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으로 안락사를 선택하기까지...
럭키(골든레트리버)와 다롱이(스피츠)와 함께 한지 10년이 지났다. 9살이 되자 럭키는 암투병을 시작했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내 곁을 떠났다. '사별'이 주는 먹먹함의 정도는 크고 아팠다. 하루하루 항상 곁에 있어서 익숙했었다. 그래서 소중함을 더 못 느끼고 지낸 세월이 더 많았다.
골든레트리버는 2년이 고비라는 말이 있다. 우리 집 침대 다리 하나가 사라졌고 책상다리 하나도 사라졌다. 강아지들 방으로 사용한 작은 방의 벽 한 면은 80%의 벽지가 사라졌다. 정말 사고뭉치였다. 내가 한 거 아니야!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볼 때 느끼는 허탈감이 제법 매운맛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서 10년이 되고 '사별'을 선택해야 됐다.
럭키는 9살이 된 어느 날 배변활동을 힘들어했다. 오른쪽 항문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저 종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손으로 만져보자 단단한 느낌이 종양이겠다는 생각부터 들게 했다. 고가의 CT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초초한 시간이 흐른 뒤 아주 고약한 악성 종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리고 골반 안쪽 깊숙한 림프에도 전이가 되었다고 했다. 서둘러 항문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고 배변활동을 수월하게 해 줬다. 수술은 잘 됐고 무사히 일주일정도 회복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재밌는 건 럭키가 입원해 있는 일주일 동안 집에 혼자 남겨진 다롱이가 럭키를 찾지 않는 것이었다. 10년을 함께 한 강아지 친구가 집에 없는데 그렇게 평온할 수 없다. 어쩌면 혼자 모든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기쁘고 행복한 것 같았다. 럭키가 집으로 복귀 한 뒤에도 다롱이는 눈에 띄게 기뻐하지 않았다. 럭키가 많이 서운할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짠했다...
러키를 혼자 산책시키는 날이면 다롱이가 나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항상 다롱이가 밥을 다 먹으면 남은 밥을 먹고, 산책을 할 때 덩치 큰 개가 다가오면 나와 다롱이를 지키려고 경계태세를 가동하던 럭키라서 의식하지 못했지만 적잖이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 럭키라서 또다시 배변을 잘하지 못하게 됐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종양제거 수술을 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았아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다시 X-Ray 검사에서 전이된 림프의 크기가 사람 주먹보다 크게 자라 있었다. 종양덩어리가 소변관과 대장을 막아서 대소변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병원에선 수술 외엔 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다른 대형병원도 방문해 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재수술을 해도 전이된 곳이 다시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4개월 만에 손톱만 하던 종양이 주먹보다 커졌다. 활력도 좋고 건강한 럭키라서 종양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소변을 보지 못해 배가 부풀어 올라 병원에서 소변을 빼내는 시술도 받았다. 대변을 보지 못하여 변을 묽게 하는 약을 먹이려고 했으나 약을 거부해서 소용이 없었다. 점점 선택을 해야 하는 압박이 나를 짓눌렀다.
2024년 설연휴 마지막 날 럭키의 안락사를 결정했다. 산책을 하면 너무 건강하게 잘 뛰어놀고 활력도 좋아서 안락사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고통이 따랐다. 멀쩡한 개를 죽여야 한다는 죄책감도 컸다. 10년을 자식처럼 키운 강아지를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고통이 너무 힘들었다. 옆에서 아내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게 럭키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락사를 했다. 럭키와 '사별'을 했다. 아내와 나는 진료실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약물이 주사되자 맥없이 쓰러지는 럭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별'이 '이별'보다 1,000배는 먹먹하더라... 이별은 다시 볼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 있지만 사별은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상실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삶은 무한하지 않음을, 이별은 항상 옆에서 있음을 느끼게 됐다. 많이 슬펐다. 수많은 이별을 해봤지만 정말 아픈 이별을 배우게 됐다. 가족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10년을 함께하지 못했다. 10년을 함께 살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상실감과 고통이 더 컸다.
럭키는 나에게 '사랑'도 가르쳐주고 '사별'도 가르쳤줬다.
인터넷 기사에 맹인 안내견에 관한 기사가 있어 클릭해 보니 럭키와 무척 닮은 맹인 안내견의 사진이 보였다. 그 순간 럭키가 보고 싶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퍼지듯 심장 주변으로 먹먹함이 퍼져갔다. 아... 참 많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럭키를 통해서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이별도 견디고 사별도 견딜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