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뚱 Sep 17. 2023

나눔 받은 옷

너무 좋아요.~♡

뭔가 달라졌는데, 옷 샀어요?

요즘 내가 주변 지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 평소에 입던 목 늘어진 면 티셔츠가 아닌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입고 다니니 많이 달라 보이나 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헌 옷이라고 하기엔 너무 새 옷 같은 옷을 나눔 받았다. 갑자기 살이 너무 빠진 지인의 따님이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들이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입던 옷인데 혹시 괜찮은지. 괜찮으면 입겠는지.


나는 반색했다. 어릴 때 여러 사람들의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보통 주변 지인들은 물려 입는 게 싫었다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그와 정반대로 아주 좋아했다. 가난한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온 촌스러운 옷보다 얻은 옷이 더 예뻤고 고급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마법으로 누더기 같은 옷을 벗고 반짝반짝 샤랄라 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는 신데렐라가 되는 기분이랄까.


여태 내가  대부분의 옷들은 계절마다 바뀐 몸무게 탓에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한 들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불어난 살들은 새로운 옷을 요구했고 그에 응답이라도 하듯 불손한 살을 가리기에 급급한 의류 구입 행위를 했다. 그러니 새것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는 거의 없었다. 여기다 계절마다 늘어나는 의류 구입비가 부담이 되어  쇼핑은 즐거움이기보다 노동에 가깝게 변질됐다.


대부분 옷은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구입의 우선순위는 뭐라 해도 가격이었다. 누가 봐도 저렴하다 인정하는 수준옷만 선택했다. 쇼핑의 즐거움을 노동으로 생각한 나는 쇼핑의 기본인 여러 곳을 비교해 가성비를 따져 고르는 도 포기하게 했다. 여기다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옷을 스크롤해 고르는 작업은 생각보다 머리가 아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러옷감의 질이 좋을 리 만무했다. 우습게도 그렇게나 싫어했던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준 옷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옷들이었다. 울퉁불퉁한 살을 가리기 위해 풍덩한 것을 고르다 보니 옷맵시는 찾을 수 없었다. 또, 쉽게 늘어나는 면 종류의 옷이다 보니 그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목둘레가 늘어난 티셔츠와 무릎 나온 바지가 볼썽사나웠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세탁해 입을 때마다 뜨거운 다림질로 옷의 성질을 조금 눌러 주는 정도였다.


이번에 나눔 받은 옷은 며칠 전까지 내가 입었던 허접한 옷과 달라도 달랐다.  다림질이 되지 않아도 하늘하늘한 원단의 성질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살짝씩 부는 바람에 웃는 것처럼 살랑거렸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살랑이는 옷깃을 닮아 내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그어졌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까지 나눔 받은 예쁜 옷을 부지런히 입고 다녀야겠다. 늘어나고 풍덩한 옷과 영원히 이별할 수 있는 몸을 만들며 한 계절 행복하게 보내려 노력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흥! 칫! 뿡! 칫! 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