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회

성장하는 아들을 응원하며

by 핑크뚱

학예회 날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인 공개 수업이다. 내 마음은 평소랑 사뭇 다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긴장된 마음을 다독일 겸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이르게 도착해 학교 주변을 걸었다. 사락사락, 바스락바스락 내 발소리에 낙엽도 함께 장단을 맞춰줬다. 머리 위로는 아들의 얼굴을 닮은 말간 해도 함께 걸었다. 길 위로 흩뿌려진 황금빛 은행잎에 말간 해가 환하게 내려앉는다. 깊어가는 가을이 더 진하고 아름다워 내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2020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혹독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일상을 멈추게 했다.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들의 유치원 졸업식을 지웠고, 초등학교 입학도 늦췄다. 끝내 입학식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어린 시절 누렸던 일상이 아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라 더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물리적 시간은 내 마음 따위에는 관심 없이 빠르게 흘렀고 아들은 3학년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 공개 수업이 진행되는 날. 학예회는 시간 간격을 두고 1~2학년, 3~4학년, 5~6학년 학급 단위로 치러줬다. 아들은 난센스 퀴즈를 준비했다. 몇 주 전부터 도서관에서 퀴즈 책을 빌렸고, 퀴즈를 맞힌 사람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했다. 제법 순조롭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함께 준비한 친구가 학예회 일주일을 남기고 개인 사정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살짝 삐걱거렸다. 매일 아들은 “긴장돼요. 떨려요. 악몽이에요.” 불안한 마음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가 이날 더 긴장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온몸으로 황금빛을 가득 품고 학교로 들어갔다. 아들 교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벌써 시끌벅적하다. 예쁜 머리띠를 한 아들이 환한 얼굴로 나를 폭 안아왔다. 품에 안아 등을 쓰다듬으며 이쁘다 했다. 아들 반 친구들의 합창으로 학예회는 시작됐다. 날렵한 이단 줄넘기를 하는 친구, 피아노 연주, 칼림바 연주 등 한 명 한 명의 무대는 감격이었다. 아이들의 노력이 온몸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아들 차례가 왔다. 짝을 이룬 친구들보다 홀로 무대에 오른 아들이 외로워 보였다. 그러나 나의 기우였다. 마이크를 잡은 손을 떨지도 않고 또박또박 퀴즈를 읽었다. 준비한 초콜릿 상품의 반향이 컸다.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열렬히 참여했다. 순간 마음으로 안도의 바람이 불었다. 산책으로 감정을 내려 앉혔다고 했지만, 털어내지는 못했는데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


환하게 웃으며 진행하는 아들의 얼굴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엄마, 제발 걱정 많이 하지 마세요. 저는 엄마 생각보다 더 열심히 잘하고 있어요.” 이날도 내 생각보다 훌쩍 자란 아들을 마주하는 날이었다. 모두들 잘 살아가고 있다. 조급한 내 마음이 문제다. 마음아~조금만 천천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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