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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Jan 14. 2023

어른이 뭐 이래!!!

따뜻한 포옹과 위로의 한마디 건넬 수 있을지......

무섭다. 두렵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오늘 오후 6시, 오랜만에 친정 식구 모두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모두 해봐야 삼 남매의 가족인데 그동안 한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았다. 구심점이 되는 부모님의 부재가 원가족의 거리감을 확실히 존재하게 다. 그렇다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 않아 하는 소리는 아니다. 오늘 같이 특별한 이유로 만날 때 조금은 더 따뜻한 분위기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큰 조카가 검사를 위해 서울의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꼬박 2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입원해 검사받기까지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나마 젊고 군인이라는 신분이 최대한 빠르게 입원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 검사를 끝내고 퇴원해 치료 스케줄을 잡기까지도 2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의 저녁 식사는 이렇게 다시 서울로 올라갈 조카얼굴을 보기 위한 자리이다.

 

소송은 3심 제도를 두고 있다.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순으로 판결이 나야 형이 최종 확정된다. 3심 제도는 법원 스스로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중한 재판을 하게 하고, 억울한 사람에게 다시 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   daum 백과 中   


지방에 사는 조카도 소송의 3심 제도처럼 병의 진단에 혹시나 모를 오진으로 억울함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여러 병원을 거쳤다.

이미 지방 병원에서 간암 의심 판정을, 지방 종합병원에서 간암 및 림프절 전이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오진일 가능성 1%의 희망을 가지고 서울의 대학병원 두 곳을 찾았다. 둘 중 최종 선택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2주가량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얼마 전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원발암 부위 췌장에서 시작해 간의 90%와 림프절로 전이가 되었다고 진단받았다.

"교수님, 암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어떻게 증상이 안 나타날 수 있나요?"

울먹이며 오빠가 물었다고 했다.

"이 암이 원래 그렇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그렇게 오빠는 최종 진단을 받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나에게 전화해 이야기했다.

울먹이는 오빠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어떤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전화를 끝내고 인터넷을 뒤져 조카의 병명을 검색해 봤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희귀 암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는 비기능성이라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

조카는 이미 전이가 됐고, 암의 크기도 크고 다발성이라 수술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조카가 받기로 한 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의 가격도 가히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오빠는 새벽부터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일한 만큼 금전적으로 여유는 없다. 흔히 말하는 몸뚱이로 벌어먹고사는 하급 노동자이다.

현재 조카의 상황으로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100% 비보험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개인 보험이 있으나 한도가 낮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힘든 치료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돈에 지칠까 봐.


눈물이 났다. 어른이 뭐 이래! 힘들어할 조카를 위한 따뜻한 포옹과 위로의 말을 준비해야 하는데, 속물 같이 돈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발, 저녁에 어른다움이 뭔지 보여 주길. 내 감정에 젖어 눈물부터 앞서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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