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번.
【변신】 어느 날 아침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말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카프카는 독자들이 곤충의 형태를 자유롭게 상상하도록, 작품의 초판 표지 그림에 "곤충 그 자체는 그리지 말고, 멀리서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카프카스럽다'라는 단어는 '기이하고 부조리하며 위협적인' 감정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지칭된다고 하네요.
<< 카프카의 시선 >> -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의류 회사의 외판사원입니다. 사업이 망한 아버지 대신 가장 역할을 하며, 취미생활도 없이 집에 돈을 가져다주는 걸 보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끔찍한 벌레로 변해버리자, 직장 상사와 가족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맙니다. 결국 잡동사니와 먼지 가득한 방에 갇혀 가족들의 애정을 회상하며 죽어갑니다.
*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팔과 손이 필요할 텐데 그에게는 그 대신, 끊임없이 가지각색으로 움직이고 있는 데다가 그가 제어할 수도 없는 수많은 작은 다리가 있을 뿐이었다.
* 그는 다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일곱시 십오분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침대를 완전히 떠나야 한다. 여하간 그때까지는 일어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매장에서 내가 어찌된 셈인지 물어보러 누구든 오겠지, 매장은 일곱시 전에 여니까'
* 아직 그레고르는 여기 있을뿐더러 자기 가족을 저버릴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다.
* 맞은편 벽에는 군대 시절의 그레고르의 사진이 걸려 있어 대위 차림의 그가 손으로는 대검을 잡고 근심 없이 웃으며, 자신의 당당한 자태와 제복에 경의를 표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 "저는 고집불통이 아니고 일하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이 힘들기는 해도 여행하지 않고는 먹고 살지 못합니다. (···) 저는 부모님과 누이 걱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겁니다. 허나 다시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 애쓸 것입니다."
* 그는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비스듬히 걸려 누웠는데, (···) 꽉 끼여버려 혼자서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한쪽 편의 작은 다리들은 높이 허공에 떠 있고, 다른 편 다리들은 고통스럽게 바닥에 짓눌려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뒤에서 지금으로서는 그게 해결책이라는 듯, 세찬 발길질을 하여, 그는 피를 몹시 흘리며 자기 방으로 멀리 날아 들어갔다.
*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온식구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었고, (···)식구들은 돈을 감사하게 받았고, 그는 기꺼이 가져다주었으나, 특별한 따뜻함은 더 이상 우러나지 않았다.
* 그레고르는 놀라서 멈추어 섰다. 아버지가 사과로 자기에게 폭탄세례를 퍼붓기로 결심했으므로 더 달려봐야 소용이 없었다. (···)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을 스쳤으나 상처를 입히지 않고 미끌어 떨어졌다. 즉시 뒤이어 날아온 것은 그러나 그레고르의 등에 호되게 들어가 박혔다.
* 이 닳도록 일하고 지쳐빠진 식구들 중에서 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레고르 걱정을 해줄 시간이 있겠는가? (···) 아버지는 하급 관리들에게 아침 식사를 날라다 주고, 어머니는 모르는 사람들의 속옷을 위해 헌신하고 있었으며, 누이동생은 고객들의 명령에 따라 판매대 뒤에서 이리저리 뛰고 있었으나, 식구들의 힘은 이미 그 이상은 미치지 못했다.
* 누이동생은 아침과 점심 때 가계로 달려가기 전, 황급히 발로 아무 음식이든지 되는 대로 그레고르의 방 안으로 밀어넣었다가 저녁이면, 음식을 어쩌면 맛이라도 보았는지 아니면 --아주 번번히 그랬다-- 영 손도 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빗자루를 한번 휙 둘러 쓸어냈다
* 사람들이 다른 데 어질러둘 데가 없는 물건들을 이 방에 들여다 놓는 데 익숙해졌는데, 그런 물건들이 이제는 많이 있었다. (···) 모든 것들이 그레고르의 방으로 떠돌아왔다. 부엌에서 재 담는 통과 쓰레기통까지도···.
* '혹시 저 애가 우리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다면' 하고 아버지가 반은 물으면서 말하자, (···) 누이동생이 소리쳤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쫒아내고, 분명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게 하려는 거예요'
* 그의 마지막 눈길이 이제는 아주 잠이 들어버린 어머니를 스쳤다.
*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 이른 아침 가정부가 왔을 때 (···) 어둠 속에다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보세요, 이게 뒈졌어요. 저기 누워 있는데요, 아주 영 뒈졌다니까요!'
* 셋이 다 함께 집을 떠났다. 벌써 여러 달 전부터 하지 못했던 일이다. (···)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뒤로 기대고,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는데 좀더 자세히 관망해 보니 장래가 어디까지나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은 서로 전혀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던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특히 앞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이기 때문이었다. (···) 그들은 이제 좀더 작고 값싼, 그러나 위치가 낫고 전반적으로 보다 실용적인 집을 갖고자 했다. 마치 지금 집은 그레고르가 찾아냈기라도 했다는 듯이···.
【시골의사 】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시골의사인 '나'가 의사를 찾는 비상 종소리에 급히 집을 나섭니다. 그러나 마차를 끌 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왠 사내가 나타나 말 두 필과 하녀 로자를 두고 흥정을 걸어옵니다. 로자의 간청을 뿌리치고 겨우 환자집에 도착하지만 아프다던 소년은 멀쩡하고, '나'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 '나'의 말 >> - 시골의사입니다. 십 마일 떨어진 마을에 중환자가 발생했지만, 자신의 말이 추위에 죽고 맙니다. 말을 구하던 '나'에게 한 남자가 자신의 말을 하녀 로자와 바꾸자는 거래를 해 오고, '나'는 짐승같은 놈이라고 혼내줍니다. 그러나 '나'를 태운 말은 이미 출발하고 맙니다.
* 이제 비로소 다시 로자 생각이 난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그녀를 구하나, 어떻게 내가 마부에 눌린 그녀를 빼낸단 말인가, 그녀로부터 십 마일이나 떨어져, 통제할 수 없는 말을 마차 앞에 매어놓고 말이다.
* 이제 나의 구원을 생각할 시간이었다. (···) 절대로 이런 식으로 집에 돌아가지는 않겠다. 나의 번창하는 의사생활은 망했다. 후임자가 내 자리를 넘본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 그가 나를 대신하지는 못하니까 말이다. 내 집 안에서는 구역질나는 마부가 날뛰고, 로자는 그의 제물이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 않다. 벌거벗은 채, 이 불운을 극한 시대의 혹한에 맨몸으로 내던져져 (···) 늙은 나는 나를 이리저리 내몰고 있구나. 내 털외투가 마차 뒤에 걸려 있다, 하지만 내 손은 거기까지 닿지 않고 변덕스러운 환자 주위의 불한당들 중 어느 누구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속았구나! 속았어! 한번 야간 비상종의 잘못된 울림을 따랐던 것 --- 그것은 결코 보상할 수가 없구나!
<페이지 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