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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Oct 05. 2023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2번. 

 


    << 서머싯 몸의 시선 >>  - 가장 뚜렷하고,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무늬가 하나 있다.  태어나,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식을 생산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죽는다는 무늬가 그것이다. 


  *  다시 자신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그는 한량없이 기뻤다.  사랑이라는 정신나간 일에 빠져 있는 동안, 그는 엄청난 인생의 기쁨을 잃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그런 것이 사랑이라면 이제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  필립이 오래전에 내린 결론에 따르면, 형이상학이란 무엇보다 재미있지만 실생활에서의 효용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책에서 지혜로운 말은 많이 읽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체험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  감정으로만 보면 이 열병을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은 이것이 결국 시간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 이제 모든 일을 차분히 생각해 보니 밀드레드로 하여금 억지로 자기를 사랑하도록 만들려 했던 것은 불가능한 시도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때로 그는 앞일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밀드레드에게 그처럼 많은 돈을 써버린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또 닥친다면 그는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안띠구와 부활절 축제



 *  필립은 자신이 예술가이고 환자들은 손 안의 진흙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야릇한 전율을 느꼈다. 그는 파리 시절을 떠올리며 흐믓한 기분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 시절 그는 아름다움을 창조해 보겠노라고 색채며 색조며 명암이며 하는 것들에 깊이 몰두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을 직접 접촉해 보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힘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 알고 보니, 자신에게도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에게 환자가 맡겨지면, 환자 쪽에서도 묘하게 그를 신뢰하여 그의 손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 같았다. 


  *  병원의 진찰실에서는 죽음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 생명의 탄생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선도 악도 없었다. 사실만이 존재했다. 그것이 인생이었다. 


  *  생각할수록 삶이란 얽히고설킨 혼돈만 같았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힘에 사로잡혀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목적도 증발해 버린다. 그저 뛰기 위해 뛰고 있는 것만 같다. 


  *  필립은 < 있는 그대로의 삶 >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불결, 악덕, 불구에 그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 파리 시절,  그는 삶에 아름다움도 추함도 없으며, 있는 것은 오직 진실뿐임을  배웠다. 미의 탐구는 감상적인 일에 지나지 않았다. 


  *  그는 늘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안띠구와 부활절 축제                                



  *  실연보다 빈곤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  강둑길에서 잠을 자다니, 창피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런 꼴이 되고 말았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나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려고 애써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일마다 틀어지고 말았다. 힘 닿는 대로 남을 도우려고 했으며, 자신이 남보다 더 이기적이었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  필립은 월급에서 제할 것 제하고 나니 십팔 실링밖에 남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벌어본 돈이었다. 하지만 기쁜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오히려 씁쓸한 기분뿐이었다. 남은 게 쥐꼬리만큼밖에 되지 않아 자신의 신세가 더욱 참담하게 느껴졌다. 


  *  그는 홀로 지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  어느 묘석에든 <잘 가시오>라는 슬픈 말이 새겨져 있다. 그 말뿐 다른 말은 없었다. 그 간결함이 오히려 마음을 무한히 슬프게 했다. 친구가 친구와 이별하고, 아들이 어머니와 이별했다.  이 감정의 억제가 살아남은 이의 슬픔을 더욱 뼈저리게 했다. 아득하게 먼 옛날의 일이다.  이 사별의 불행이 있은 뒤 세월은 몇백 년이 흐르고 흘렀다. 이천 년이 흐르는 사이,  운 사람이나 울린 사람이 이제 모두 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슬픔만은 아직도 살아 있다.


 *  없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던 친구가, 지나고 보니 없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활은 계속되고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느끼지 못한다. 




안띠구와 부활절 축제                                



 *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사람의 삶에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다. 


  *  크론쇼가 페르시아 양탄자를 선물했던 것은 바로 그것을 말해 주려 했던 듯하다.  직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았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사람은 다양한 실가닥을 선택하여 무늬를 짬으로써 자기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뚜렷하고,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무늬가 하나 있다. 태어나,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식을 생산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죽는다는 무늬가 그것이다. 


  *  고통도 문제가 아니듯 행복도 문제가 아니었다. 살면서 만나는 행복이나 고통은 모두 삶의 다른 세부적인 사건들과 함께 디자인을 정교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  시간의 걸음은 무거웠으나 멈추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  필립은 여름 학기말 시험이 끝나 다소 한산해진 의학교 교정을 걸어나왔다.  (···) 감개무량했다. 이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지난날의 과오와 어리석음, 불행은 다 잊어버리자. 흘러가는 강물을 보노라니 모든 것은 흘러갔고, 또한 모든 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으며,  어느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미래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따지고 보면 그가 겪은 불행이란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권태이든 격정이든, 쾌락이든 고통이든,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삶의 무늬를 더 풍부하게 하니까. 그는 의식적으로 아름다움을 찾았다. 



안띠구와 부활절 축제                                



  *  운명은 자연의 이치이다. 


  *  필립은 애설니네 말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홀로 살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앞날에 대한 계획으로 바빴다.  (···) 예술은 이제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복잡다단한 혼돈의 삶으로 어떤 무늬를 짜느냐가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다.  삶이라는 재료를 생각하면 물감이나 언어에 대한 집착은 아주 하찮게 보였다. 


  *  인생이 앞에 있으므로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  지난날의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필립은 자신의 과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삶을 그처럼 힘들게 만들었던 불구도 받아들였다. (···) 모든 사람이 몸에든 마음에든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그가 알아왔던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온 세상이 병원이나 마찬가지였다.)


  *  그는 지금까지 미래만을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 그래서 현재는 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이상?  그는 의미없는 삶의 무수한 사실들로 복잡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짜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단순한 무늬,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죽음을 맞는 그 무늬가 동시에 가장 완전한 무늬임을 깨닫지 않았던가?  행복에 굴복하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인지도 몰랐지만 그것은 수많은 승리보다 더 나은 패배였다



안띠구와 부활절 축제                                



 << 소프 애설니의 말 > - 가난하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저널리스트입니다.  나이차가 많지만 대화가 통하는 필립과 친구처럼 지내죠. 무일푼이 되어버린 필립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일자리를 주선해줍니다. 


 *  신앙이란 당신네 의사들이 내복약에 사용하는 약과도 같아요.  다른 약을 용해시키는 약 말입니다. 그런 약은 자체로는 효과가 없지만, 다른 약의 흡수를 돕죠. 



 << 필립의 말 >> - 열정적이었던 사랑과 무모해보이던 도전들을 겪어내며 단단하게 성숙해져갑니다. 


  *  책을 읽을 때는 제 눈으로만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가끔은 제게 의미가 있는 어떤 구절,  아니면 어떤 어구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걸 만나게 되고, 그러면 그것은 제 일부가 되지요.  (···) 제 생각에는 독자란 마치 아직 열리지 않은 꽃봉오리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읽거나 행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해요. 다만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들은 꽃잎처럼 열리지요. 하나씩 하나씩 말예요. 그러다 마침내 우리는 활짝 핀 꽃을 보게 되는 겁니다.


  *  사람 일이 다 그런가봐.  늘 한편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한편에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어. 


  *  사랑이란 참 끔찍한 거야. 그렇지?  그런데도 다들 사랑을 하고 싶어하니!










                                               <페이지 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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