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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Dec 27. 2023

올림표와 음표를 지워 버린 - <유리알 유희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74번.





 << 헤세의 시선 >> -  "<유리알 유희>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소설이다. 자기 치유를 위한 명상 수련이라는 신비로운 지식의 질서에 관한 판타지이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 선정이유입니다.


  *  그의 삶이 서서히 친구 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 명확하게 구성된 성직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하고 직선적이고 모범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이었지만, 성공과 찬사로 가득 찬 이 삶의 궤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고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정말 고독한 생활이었다. 


  *  그의 길은 원형을 그리며 나아갔다. 타원이든 나선이든 또는 다른 어떤 형이 되었든 직선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직선은 기하학에나 있는 것일 뿐 자연이나 인생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  그는 자신이 안전하며 더 이상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이 순간 완전히 아쉬운 일도 없고 구속도 없으며,  일할 의무도 무엇을 생각할 의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밝고 생기 있는 하루가 부드러운 빛으로 그를 감싸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모습,  완벽한 현재였으며,  요구도 없었고,  어제도 내일도 없었다. 


 *  두려움은 인간의 삶을 짓누르는 압박이었는데,  이 무거운 압박이 없었다면 그들의 삶에서는 공포뿐만 아니라 강렬한 맛까지도 함께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두려움의 일부를 외경심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  성숙한 나이에 이르고 삶의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에도 크네히트의 삶은 거듭되는 시련을 거쳐야 했다. (···) 그는 정신적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불쾌감과 반발을 자아내며,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을 먼발치에서는 존경하기도 하고 곤경에 처하면 그를 찾기도 하지만, 결코 사랑하거나 자신의 동료로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피하려 든다는 사실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 요제프 크네히트 유희 명인의 말 or 편지 or 시 >> - 카스탈리엔의 문제점에 대해 고뇌하고 있던 중, 학창시절의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고민은 더욱 커집니다. 결국 청원서를 넣은 후 유리알 유희 명인자리를 내려놓고 속세로 나와 친구 아들 티토의 가정교사가 됩니다. 그러나 속세와 신성성의 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보이는 티토와 수영을 하던 중, 사망하고 맙니다


  *  내가 바라는 일은 작은 것이야.  아마 자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작을 거야. 작은 과 매일 먹을 ,  그러나 무엇보다 교사이자 교육자로서 일과 임무가 필요하네.


  *  저는 제가 과연 직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낼 수 있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직무 자체,  제가 돌보아야 하는 유리알 유희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 세계사는 지금의 우리가 스쳐 간 다음에도 많은 카스탈리엔 사람과 명인들을 짊어지고 용인할 테지만,  늘 자신이 키워 놓은 모든 것을 다시 뒤엎고 집어삼켜 버렸듯이 언젠가는 그렇게 이 건축물을 뒤엎고 집어삼켜 버릴 것입니다. 





 




  *  저는 정치적, 특히 군사적 혁명이 일어날 경우엔 유리알 유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유리알 유희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희는 단번에 영락하여 다시 되살릴 수 없게 되고 말 것입니다. 새로운 전쟁 시대에 잇따른 분위기는 유리알 유희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  제가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라고는 해도 우리 유희의 종말을 막거나 유예시키는 것이 저(또는 우리의) 과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라도 역사가 되고 지상의 한 현상이 되는 즉시 무상한 것이 되기 마련입니다. (···) 유리알 유희가 사라지면 카스탈리엔과 세상은 손실을 입게 되겠지만,  세상은 그 손실을 당장은 거의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  제가 찾는 것은 세속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구를 채워 주는 무엇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절대적인 것입니다.  저는 기대가 어그러질 경우에 대비한 보험증서를 주머니에 넣고 세상으로 나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 청원서를 낸 이후로 저는 어디에도 머물러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디딘 그 길은 지금 저의 유일한 길이고 전부이며,  저의 법칙이고 고향이며, 저의 봉사입니다. 


  *  저는 언젠가부터 유리알 유희 명인으로서의 저의 일이 영원한 되풀이,  공허한 습관이자 형식이 되었으며, 아무 기쁨도 감격도 없이,  심지어는 많은 경우에 아무런 신념도 없이 해치우는 한계선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만둘 때가 된 것이지요. 


  *  평생 동안 만 줄의 시를 쓴 사람이 하찮은 운율의 필요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법은 없다네. 


  *  훗날 언젠가는 작가로서의 행복이 내게도 꽃필 날이 있을 테지.  즐거우면서도 사려 깊게 사물을 파악하고 그러나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얼마 안 되는 몇몇 좋은 친구와 독자를 염두에 두는 그러한 작가가 내 눈앞에 떠오르네. 









  *  <절충> - 이제껏 알고 지낸 정든 두 차원 말고 / 또 다른 차원들이 정말 있다면 / 거기서 우리 어찌 안전하게 살 수 있으리 / 거기서 우리 어찌 마음 놓고 살 수 있으리 / 그러니 평화를 얻기 위해선 / 하나의 차원은 없애 버리자!


  *  <오래된 철학책을 읽으며> - 어제까지도 매력과 고귀함에 넘쳤던 / 세기의 결실인 심원한 사상들이 / 갑자기 빛바래고, 시들어 의미를 잃는다 / 올림표와 음표를 지워 버린 악보처럼


  *  <유리알 유희> - 우주의 음악에, 명인의 음악에 /  경건하게 귀 기울이며 / 축복받은 시대의 고귀한 정신들을 / 정결한 축제에 불러내려 하노라 / 마술적 상형문자의 신비에 의해 / 우리들 드높이 고양되누나, 그 주술에 / 가없는 것,  몰아치는 것,  삶 자체가 / 명징한 비유로 녹아 있기에 / 비유들은 성좌처럼 투명하게 울리고 / 작용하여 우리 삶에 의미가 되네 / 거룩한 중심을 향하는 것 외에 / 누구도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리.


















                                                           <페이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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