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18번.
아서 밀러는 이웃집 세일즈맨 아저씨가 자신의 아들이 승승장구할 거라고 자랑하는 모습에서 이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보통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는 시회비극론을 내세워, 산업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소시민의 삶과 행복, 좌절을 보편적인 양상으로 담아냅니다. 29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의 수많은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입니다.
<< 윌리 로먼의 말 >> - 주인공으로 62세입니다. 잘나가던 세일즈맨이었지만 보험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총명했던 두 아들에게 실망하게 되고, 직장에서도 해고되자 가족에게 보험금을 나눠주기 위해 차를 몰아 자살을 하고 맙니다.
* 난 열여덟, 열아홉 소싯적에 이미 외근 영업직 사원이었지요. 마음속에는 세일즈가 내 미래를 보장해 줄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요. 그때 (···) 파커하우스 호텔에서 세일즈맨 한 사람을 만났지 뭡니까. 데이브 싱글먼이었지요. 팔십 넘은 노인이었는데 서른한 개 주에서 판로를 개척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노인네가 방에 올라가면 녹색 벨벳 슬리퍼를 신고······ 수화기를 들고 바이어에게 전화를 해서는, 방을 뜨지도 않은 채 영업을 하더란 말입니다. 나이 여든넷에, 그걸 보니 세일즈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듭디다.
* 그때엔 (···) 영업할 때도 존경과 우정과 감사가 있던 시절이란 말입니다. 요즘은 그런 것일랑 깡그리 사라지고 말라비틀어지고, 우정이라든가 인간미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단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이제 더 이상 나를 몰라봐요.
* 저는 이 회사에서 삽십사 년을 봉직했는데 지금은 보험금조차 낼 수 없는 형편입니다! 오렌지 속만 까먹고 껍데기는 내다 버리실 참입니까?
* 우습지 않아? 고속도로 여행, 기차 여행, 수많은 약속, 오랜 세월, 그런 것들 다 거쳐서 결국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 아무것도 심지를 않았어. 땅에 묻어 둔 게 아무것도 없어.
* 어떻게 하면 그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빛과 가족애로 가득했고 겨울엔 썰매 타느라 두 볼이 붉어지는 줄도 몰랐죠. 언제가 어떤 즐거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고 뭔가 좋은 일이 앞에 있었어요. (···) 빨간 자동차는 항상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어떻게 해야 내가 그 애에게 뭔가 남겨 주면서 나를 더 이상 혐오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 난 싸구려 인생이 아냐! 나는 윌리 로먼이야!
<< 린다의 말 >> - 세일즈맨의 헌신적인 아내입니다.
* 인생은 버리며 사는 거예요. 항상 그런 거지요.
*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 그이가 젊어서 일을 잘할 때는 회사에서 좋아들 했지. (···) 지금은 1100킬로미터를 달려서 가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반겨 주는 사람도 없어. (···) 찰리 아저씨네 가서 50달러를 꾸어서는 마치 자기 봉급인 것처럼 내게 내밀 때 어떤 생각이 들겠니?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까?
* 그이가 알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죠? 윌리를 비난하고 있나 봐요.
<< 비프의 말 >> - 세일즈맨의 큰 아들입니다. 유망한 미식축구선수였지만 아버지의 불륜녀를 보게 된 후 충격으로 방황하게 됩니다. 도벽으로 인해 감옥에도 가게 됩니다.
* 내가 올리버 밑에서 세일즈맨이었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나조차도 내가 그 밑에서 세일즈를 했다고 믿었으니! 사장이 나를 힐끗 보았는데, 그때 난 깨달았어. 내 인생 전체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 덩어리였는지! 우리는 지난 십오 년 동안 꿈을 꾸고 있었어. 나는 물품 배송 직원이었어.
* 아버지 당신 모습을 한번 보세요! 아버지가 어떤 모습인지 한번 보시라고요!
* 아버지! 전 오늘 손에 만년필을 쥐고 11층을 달려 내려왔어요. 그러다 갑자기 멈춰 섰어요. (···) 그 건물 한복판에 멈춰 서서 저는, 하늘을 봤어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봤어요. 일하고 먹고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그런 시간들을요. 그러고 나서 만년필을 내려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했죠. 뭐 하려고 이 빌어먹을 놈의 물건을 쥐고 있는 거야?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 찰리의 말 >> - 세일즈맨의 친구로 돈을 빌려주고 일자리를 주선해줍니다.
* 이 세상에서 중요한 건 팔아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명색이 세일즈맨이면서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우스운 일이로군.
* 아무도 이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어. 넌 몰라. 윌리는 세일즈맨이었어. 세일즈맨은 인생의 바닥에 머물러 있지 않아. 볼트와 너트를 짜 맞추지도 않고, 법칙을 제시하거나 치료약을 주는 것도 아니야. 세일즈맨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에서 내려와 미소 짓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그 미소에 답하지 않으면, 그게 끝이지. 모자가 더러워지고, 그걸로 끝장이 나는 거야. 이 사람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어.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
<페이지생략><주인장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