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15번.
단테 알리기에리의 처녀작입니다. 이 작품은 단테가 말년에 완성한 <신곡>의 이해를 위한 교두보가 되어줍니다. <신곡>이 인간의 죄악과 구원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젊은 시절에 집필한 <새로운 인생>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인간과 신을 연결시켜 주는 사랑의 화신이며, 이상적인 관념입니다. T.S.엘리엇은 "서양의 근대는 단테와 셰익스피어에 의해 양분된다. 그 사이에 제3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 언급합니다.
【 새로운 인생 】 -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진 열여덟 살 무렵부터 써온 서정시들을 모아 주석을 단 것입니다. "오직 그녀의 인사를 받는 것만이 내 사랑의 목적이었다."라고 할 만큼 순수했던 단테의 사랑이 아름다운 문체의 시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 내가 보기에 그녀는 갓 아홉 살이 된 것 같고, 나는 거의 아홉 살이 끝나 갈 무렵에 그녀를 만났다. (···) 그 순간 심장의 은밀한 방 안에 기거하고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해서 가장 미세한 혈관마저도 더불어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생명의 기운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나보다 강한 신이 있구나. 그가 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 사랑의 미로에서 길을 헤맨다. (···) 견디기 힘든 힘으로 사랑의 신이 나를 부순다. (···) 마지막 희망으로 그대 모습 보고자 하지만, 두 눈을 들어 보려는 순간 피가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고, 모든 맥박이 한꺼번에 뛰다가 멈추는 것 같다.
* 마음의 슬픔으로 울고 있는 눈은 슬픔이 소진할 정도로 오래 울어서,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다. (···) 여전히 흐느낌으로 나는 말하리라. 그녀는 갑자기 천국으로 가버렸다고. 나와 같이 통곡하도록 사랑의 신만을 지상에 남겨둔 채. 베아트리체는 높은 천국으로 가버렸다.
* 내게 지금 통곡을 가져다준 그 여인을 내가 다시는 못 볼 것이라는 생각이 내게 찾아올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내 가슴속에 끊임없이 생겨나서 나는 말한다. 내 영혼이여. 너는 왜 머물러 있느냐?
【 단테의 생애 】 - <데카메론>의 저자 조반니 보카치오가 단테의 생애를 이야기해 줍니다.
* 알리기에리 가문의 한 사내로부터 아들이 태어났다. 사내의 부인은 (···) 맑은 시내가 흐르는 푸른 벌판의 큰 월계수 나무 아래에서 사내아이를 해산하는 꿈을 꾸었다. 그 아들은 월계수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와 맑은 시냇물만을 먹고서 거의 즉각적으로 목동이 되어 자신이 열매를 먹은 월계수 나무의 잎사귀를 따려고 온 힘을 다해 애쓰는 것이었다. 그가 애쓰다가 넘어졌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다시 일어섰을 때 그녀가 보기에 그는 사람이 아닌 공작이 되어 있었다. (···) 이 사람이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단테였다.
* 그는 시가 많은 얼간이들이 생각하듯 헛되고 단순한 우화나 경이로운 이야기가 아니고 그 속에 역사적, 철학적 진실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시인들의 생각은 역사, 도덕 및 자연철학 없이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오늘날의 사람들은 사랑에 이르기도 전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욕망을 채우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서,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불가사의한 존재, 심지어 희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분열된 자신의 공화국을 하나로 통일시키겠다는 염원에서 단테는 (···) 위대한 것들이 분열로 인해 얼마나 쉽게 파멸해 버리며, 사소한 것들이 조화로 인해 얼마나 무한한 성장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었다.
* 우리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이탈리아어가 처음으로 드높여지고 존경받게 만든 것은 단테다. (···) 그 어느 누구도 자국어를 예술적인 도구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국어를 가벼운 사랑 문제를 다루는 데에만 사용했다. 단테는 고상한 주제도 이 언어를 통하여 다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우리들의 속어를 다른 어떤 언어보다도 영예롭게 만들었다.
* 확실히 시인들은 미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행동에 있어 과일 속에 숨어 있는 심오한 이해력을 지닌 사람들이며, 껍질과 잎사귀에 드러나 있는 훌륭하고 극도로 정교한 웅변술을 가진 사람들이다.
* 현명한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단테는 학식이 출중한 인물이었는데, 어째서 <희극>과 같이 대작이자 그렇게 고상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이전의 다른 시인들처럼 라틴어로 쓰지 않고 피렌체 방언으로 썼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두 가지 주된 이유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첫째로 동료 시민들과 다른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두루 소용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그로 하여금 속어를 사용하도록 한 둘째 이유는 (···) 아직 젖을 빨고 있는 사람들의 입속에 빵껍질을 넣어주는 것은 헛된 짓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문체로 작품을 다시 시작했고, 속어로 이를 계속 써나갔다.
<페이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