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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May 13. 2024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월든>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95번.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손수 밭을 일구고 자급자족하며 문명에서 벗어난 생활을 합니다.  이 작품은 숲에서 보낸 소로의 일상을 기록한 17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로는 최소한의 비용과 간소한 세간살이로 숲에서 살아갈 때 인간이 과연 무엇을 느끼고 얻는지를 몸소 체험합니다.  그리고 소박한 삶,  자연과 일체가 되는 삶의 소중함을 진정성 있게 담아냅니다. 



 【 경제 】 


  *  이 책의 대부분을 쓸 때 나는 메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이웃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월든 호숫가의 숲에 손수 집을 짓고 혼자 살았다.  그리고 오롯이 내 손으로 일하면서 생활을 꾸려 나갔다.  나는 그곳에서 이 년하고도 이 개월을 살았다.  지금은 다시 문명 생활권의 체류자로 돌아왔다. 










 *  '생필품'이란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것 가운데 처음부터 또는 오랫동안 사용한 탓에 삶에 꼭 필요하게 되어, 야만스럽든 가난하든 심지어 어떤 철학을 가졌든 그것 없이는 살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물건을 뜻한다.  


  *  우리는 옷을 구입할 때 옷의 효용을 따지기보다는 새것에 대한 애착과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마음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 옷이란 입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쳐서 매일 조금씩 그 사람과 동화되어 간다. 


  *  여러분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할 생각이라면 입던 헌 옷을 입은 채 시작하기 바란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어떤 인물이 되느냐이지 갖추어야 할 물건이 아니다.   (···) 사람이 입은 옷이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신성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성실한 삶과 진지한 눈빛이다. 









 *  인간은 집을 비롯하여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을 원했다. (···) 우리의 집은 동굴에서 출발하여  야자나무 잎,  나무껍질과 나뭇가지,  이어 붙인 아마포,  풀과 짚, 널빤지, 돌과 기와로 지붕을 덮는 단계로 점점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야외에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우리의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정적이다.  이제 집에서 들판까지 거리가 굉장히 멀어졌다.  

  *  사람들 대부분은 집이 무엇인기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웃이 소유한 정도의 집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려 산다.  (···)  우리는 어째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항상 바동거릴까? 때로는 더 적게 가지고도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고 애써야 하지 않을까? 


  *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배고플 때 과일을 따 먹던 인간이 농부가 되었고,  나무 아래를 피신처로 삼던 인간이 집을 돌보게 되었다.  더 이상 우리는 밖에서 밤을 보내지 않지만  땅 위에 정착한 뒤로 하늘을 잊어버렸다. 










*  내 가구는 침대 하나,  탁자 하나,  책상 하나,  의자 셋,  지름이 8센티미터쯤 되는 거울 하나, 부젓가락 하나,  철제 장작 받침대 하나,  솥 하나,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  국자 하나,  세숫대야 하나,  포크와 나이프 두 벌,  접시 세 개, 컵 하나,  숟가락 하나,  기름병 하나,  당밀 단지 하나,  옻칠한 램프 하나가 전부다.  일부는 내가 직접 만들었고,  나머지는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은 것이라서 목록에 넣지 않았다.  


  *  가구를 끌고 다니는 삶은 덫을 허리띠에 단단히 묶고 인간의 운명이 걸린 험준한 땅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 내 생각에 오늘날 영국은 엄청난 양의 짐을 끌고 다니며 여행하는 노신사 같다.  오랫동안 살림살이를 하면서 모아 둔 잡동사니를 불태울 용기가 없어서 계속 끌고 다니는 것이다. 


  *  무엇보다도 혼자인 사람은 오늘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할 사람은 상대방이 준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출발하기까지 한참이 걸릴지도 모른다. 










【 내가 살았던 곳과 거기에서 산 이유 】


  *  우리는 왜 이처럼 인생을 허비하면서 허겁지겁 살아갈까?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는 것 같다.  (···) 늘 일에 파묻혀 살면서도 의미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  하루를 자연처럼 살아 보자. 철로 위에 떨어진 견과류 껍데기나 모기 날개 탓에 탈선하는 기차처럼 되지는 말자. 


  *  시간은 내가 낚싯줄을 내리는 강물일 뿐이다.  나는 그 강물을 마신다.  그러면서 모랫바닥을 굽어보고 강이 얼마나 얕은지 가늠한다.  시간의 얕은 강물은 흘러가 버릴지라도 영원은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더 깊은 곳의 물을 마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처럼 깔려 있는 하늘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 독서 】


  *  독서다운 독서를 하는 것,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된 정신으로 읽는 것은 그 자체가 고귀한 수행이고,  여기에는 당대의 풍습이 평가하는 어떤 수행보다고 힘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  글로 기록된 문자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귀중한 유물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보편적이며,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품이다.  (···) 책은 이 세상의 귀중한 재산이며,  수많은 세대와 민족의 매력적인 유산이다. 


  *  더 높은 차원의 이 같은 독서는  (···) 발끝으로 서서 눈을 부릅뜬 채 깨어 있는 시간들을 온전히 바쳐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서인 것이다. 








 【 고독 】


  *  자연의 한복판에 살면서 자신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 암울한 우울증에 걸릴 리 없다.  (···) 사계절과 우정을 나누는 동안은 어떤 것도 내 삶을 힘겨운 짐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믿는다.  오늘 내 콩밭을 적시고 나를 집 안에 붙들어 매는 보슬비는 따분하고 우울한 비가 아니다.  콩만 아니라 나한테도 이로운 비다. 


  *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함께 있으면 금세 싫증이 나고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고독만큼 편안한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  우리는 서로 새로운 가치를 얻을 시간이 없이 너무 자주 만난다.  (···) 우리는 너무 바짝 붙어서 살기 때문에 서로 방해가 되고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만남의 횟수를 줄여도 마음에서 우러난 중요한 대화를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 방문객들 】


  *  내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다. 


  *  우리가 쓰는 문장도 중간중간 벌려서 단락을 지을 공간이 필요하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인 간에도 적당히 넓고 자연스러운 경계선은 물론 공간이 넉넉한 중립 지대가 있어야 한다.  나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유쾌하면서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  방문객들을 여러 차례 맞이하다 보니 그들의 몇몇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들이나 젊은 여자들은 대체로 숲속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 반면에 사업가들,  심지어 농부들조차 내 고독한 삶이나 일이라든지 내가 세상과 떨어져 사는 것만을 궁금하게 여겼다.  (···) 딸기를 따러 오는 아이들,  깨끗한 셔츠 차림으로 일요일 아침 산책을 나온 철도원들,  낚시꾼과 사냥꾼들,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유를 찾아 자신들의 마을을 떠나서 숲으로 들어온 정직한 순례자들이었다. 



                                                                                                               < 2부로 이어집니다.>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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