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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Nov 05. 2024

지혜가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 <우리 동네 아이들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30번.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신앙을 알레고리 기법으로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탐색해 낸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자발라위(하느님)가 황무지에 정착한 태고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연유로  "나는 혁명 지도자들에게 선지자의 길 아니면 폭력배의 길,  둘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지 묻고 싶었다."  라고 밝힙니다. 



 <<  작가의 시선 >> -  까심(무함마드)이 바로 세운 세상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폭력이 난무하고 억압이 지속되는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어지러운 세상이 된 동네에  아라파(과학)이 나타나지만,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고 자발라위를 죽게 하고 자신도 죽음을 맞게 됩니다. 


  *  동네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도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에 맨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파리 떼가 쓰레기 더미와 사람들 눈 주변을 오가며 날아다녔다.  사람들의 얼굴은 여전히 수척하고 초췌했고,  옷은 다 헤어져 누더기 차림이었다.  














*   '대저택'은 여전히 침묵과 추억 속에 잠겨 높다란 담 위로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오른쪽에는 관재인의 집이,  왼쪽에는 수장 두목의 집이 그대로 있었다.  그다음에 자발 구역이,  그리고 그 끝에서부터 시작되어 동네 한복판에 리파아 구역이 있었다.


  *  언젠가 까심이 야흐야에게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저는 가난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사람을 해치는 데 손을 담근 적이 없어요.  해치기는커녕 양들은 저의 사랑을 받아요.   제가 리파아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우리 동네에는 훌륭한 분이 없을까요!  아드함, 후맘, 자발, 리파아뿐이에요.  그에 반해 깡패 같은 수장들은 얼마나 많은데요."


  *  "저는 도둑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돈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까심이 군중을 향해 말했다.   (···)"칠흑같이 어두워질 때까지 함께 기다려야 합니다. 촛불 하나라도 밝혀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동네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구역도 의심을 사지 않을 거예요. 걸어가는 동안 돈을 훔친 사람은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고 돈을 땅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돈을 찾고 쓸데없는 싸움은 피할 수 있습니다."  














 *  얼굴에 홍조를 띠고 눈을 반짝이며 기쁨에 들뜬 까심은 양을 데려가려고 까마르 부인의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너는 지혜가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어."   그녀는 감탄해 마지않는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했다. 


  *  까심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여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불행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무모하게 행복을 꿈꾸는 동네 사람들로 인해 그는 얼마나 가슴이 저렸는지 모른다.  그들이 꿈꾼 행복은 얼마 못 가 쓰레기 더미 속의 지저분한 쓰레기가 되었다.  그는 어째서 자신에게 허락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주위의 비참한 현실에도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일생을 평온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던 자발과 리파아를 괴롭혔던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이 고통의 숨은 뜻은 무엇일까? 















 *  그의 두 눈에 진지함과 결의가 서려 있었다.   "나는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거예요.  어젯밤 사막에 혼자 있었을 때 힌드 바위 아래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그가 내 말을 가로막고  '저는 자발라위를 모시는 낀딜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그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고 대저택에 계신 자발라위도 동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다 알고 계신다고 대답했어요."


  *  까심은 얼떨떨해서 고개를 꺄우뚱했다.   "자발 구역과 리파아 구역 사람들은 조상 중에 자발라위를 만났거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있으면서 왜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그들이 나를 믿고 지지해 줘야 할 판인데,  왜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  까심은 처음으로 마음이 놓이고 행복한 기분이  들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시조께서 우리를 신뢰하셨어.  그리고 지금도 그분은 그의 후손들 가운데 몇몇은 신뢰받을 만하다고 자신하고 계실 거야."














  *   까심의 시선은 저 멀리 사막 너머에 있는  자발라위의  '대저택'을 더듬고 있었다.  그를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목청껏   "자발라위!"를 외치듯 그를 불러 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  어느 날 까심은  '대저택'앞에 서서 동네의 주민 모두를 그곳으로 불렀다.  (···)까심은 겸손하고 부드럽게,  그러나 위풍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위쪽을,  '대저택'을 가리켰다.   "여기 우리 모두의 시조인 자발라위가 살고 계십니다.  그분의 후손은 구역과 구역,  개인과 개인, 남녀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놀랐지만 얼굴에는 희색이 넘쳐흘렀다.  


  *  동네의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 동네에  망각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다면 이제 이 전염병을 퇴치할 때가,  영원히 근절할 때가 되었습니다."













*  자발과 리파아와 까심은 허울만 좋은 이름이었고  카페에서 마약에 절어 있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긴 것은 없지만 각 구역 사람들은 각 구역이 낳은 인물을 자랑스러워하며 서로 잘났다고 무섭게 말다툼과 주먹질을 했다. 


  *   몹시 걱정스럽고 괴로울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  자발도, 리파아도,  까심도 더 나은 건 아니야.  현세에서 우리가 파리라면 내세에서 우리는 흙먼지야.   (···)어제 일어난 일이 내일 다시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니야.  다시 이야기꾼의 꿈이 실현되고 어둠이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거야."


  *  아라파는 진저리가 나 창가에서 빠져나왔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이런 이야기에서 벗어날까?   (···)동네 사람들.  당신들은 이 이야기에서 대체 무엇을 얻습니까?'














 *  아라파는 바닥에 엎드려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통로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 기어 대저택의 정원 쪽 오솔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는 아드함이 그리워하다 죽은 바로 이 정원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여기서 자발라위는 이드리스를 집 밖으로 내쫓았을 터다.  그것은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대가로 인해 뒤집힌 아들의 운명이었다.  


  *  그 책은 젊은 시절 자발라위에게 사막과 사람들을 지배하게 해 준 마법과 유언장 조건이 담긴 중요한 것이다.   (···)왜 자발라위는 자식들에게 그 책의 비밀을 감추었을까?  


  *  시간이 죄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방바닥이나 노인의 시체 위에 쓰러졌을 것이다.  어떤 힘이 그에게 도망치라고  했다.  그는 시체를 넘어 그 오래된 책이자 저주의 책에 다가가지 못했다.   (···)아드함의 죄는 거역이었지만 자신의 죄는 살인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몸서리가 났다.  그는 모르는 사람을 죽였고 또한 죽여야 할 이유도 없는 사람을 죽인 것이다.  범법자들과 싸울 때 사용할 힘을 구하려 왔다가 그는 부지불식간에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  아라파가 열을 올려 대답했다.   (···)"속고 있는 이 동네 사람들······.   그들이 무엇을 알아?  아무것도 몰라.  그들은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 알아!  그들이 들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걸 기대하긴 어려워.  그들은 이 동네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은 파렴치한 놈들과 거지의 피난처일 뿐이야.  너희들의 시조 자발라위가 오기 전까지 이곳은 곤충만 사는 황무지였어."    


  *  어디선가 새벽의 고요한 정적을 뚫고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비명 소리와 통곡 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동네 끝에서 나와 알자말리야 쪽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아라파가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꾸물대지 않고 선뜻 대답했다.   "하느님의 뜻이에요.  그토록 오래 살았던 자발라위가 드디어 죽었어요."


  *  고요하다.  정말 고요하다.  자발라위의 무덤은 고요하다.   (···)아라파는 심란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이야기 꾼의 이야기는 너에게 무슨 교훈을 남겼니?  과거에는 자발,  라파아, 까심 같은 이들이 있었지.  그런데 왜 미래에는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면 안 되는 걸까?"







 








*  "우리는 왜 늙는 것일까?  우리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술을 마시고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데 어김없이 나이를 먹고 늙어 가.  해나 달처럼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어."  그가 비통하게 말했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감옥일지도,  남들에게 받고 있는 미움일지도,  그가 실패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  "아라파,  우리들은 왜 죽을까?"   아라파는 대답하지 않고 우울한 표정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발라위조차 죽었어."  바늘이 그의 심장을 콕콕 찌르듯 아팠지만 그는  "우리 모두 죽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죽은 이들의 자식입니다."  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올바로 사는 겁니다."  














  *  사람들은 이야기꾼의 거짓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경멸스러운 내색을 보였다.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로 관재인은 동네 사람들을 다루기 어려워졌다.   "과거는 이제 우리와 아무 상관없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아라파의 마법이야.  자발라위와 마법 중 하나를 택하라면 우리는 마법을 택할 거야." 


  *  동네는 다시  폭력 행위가 난무하고 증오와 공포가 팽배한 험악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내하고 끈질기게 학대와 억압을 견디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밤이 지나면 낮이 되듯 불의는 반드시  사라져.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압제가 멸하고 기적과도 같은 날이 훤히 밝아 오는 것을 분명 보게 될 거야."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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