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29번.
마흐푸즈는 아랍 문학을 세계 문학의 반열에 들게 한 이집트 출신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이슬람교에 위배되는 신성 모독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어 2006년에서야 이집트에서 출판되어 집니다. 소설 속 '동네'는 우리가 사는 세상 가운데 병든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그리고 주된 등장 인물은 역사적, 종교적 관계망 안에서 해석되어지는 인물입니다. 자발라위는 하느님을, 아드함은 아담을, 이드리스는 사탄을, '대저택'은 에덴동산의 천국을, 자발은 모세를 , 리파아는 예수를 의미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자발라위는 동생을 질투한다는 이유로 이드리스를, 형의 꾀임에 빠져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아드함을 '대저택'에서 쫓아내버립니다. 형제는 '대저택' 근처에서 척박한 삶을 살아가고, 이야기는 이들의 자손들로 이어지며, 세상은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며 차츰 혼탁해져갑니다. 피지배층들은 힘들 때마다 '대저택'을 가리키며 한탄과 하소연을 해댑니다.
*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나의 고난에 대해서 쓰지 않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고난에 비하면 나의 고난은 정말로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불가사의한 우리 동네에는 신기한 곡절이 많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요? 우리 동네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 "나의 감독 아래 아드함이 재산을 관리할 것이다." 자발라위가 말했다. (···)분노가 치민 이드리스가 이를 삭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형제들은 그를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드함을 제외하고 그들 모두 막내가 장남인 이드리스를 제친 것에 무언의 항의를 하며 아버지의 권위에 분노했다.
* 자발라위는 몹시 모욕적으로 아드함을 쏘아봤다. "그래서 너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제치고 너를 더 좋아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데 동의했단 말이지. (···)쫓겨나기 전에 어서 이 집을 떠나거라." 자발라위는 투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 '대저택'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아드함과 우마이마가 쫒겨났다. (···)그들은 아무 희망도 없이 슬픔에 젖어 울면서 초라하게 집을 나섰다. (···)아드함은 순간적으로 이드리스가 교활하게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열하고 악의적인 그의 참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너무도 순진하고 어리석었고 그 못된 형이 악의에 찬 기쁨에 겨워 춤을 춘다는 것도 깨달았다.
* 그는 흥분해서 혼잣말을 했다. "왜 당신은 잔인하게 활활 타오르는 불 같은 화를 내셨나요? 자존심이 당신의 피와 살인 자식보다 더 소중합니까? 당신은 우리가 벌레만도 못하게 사는 것을 아시면서 어떻게 호의호식하십니까? 독재자! 용서, 온화, 관용이란 말이 당신의 대저택에는 들어설 여지가 없죠?"
* "손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는 양치기가 뭔지도 몰라. 빌어먹을 늙은이! 유언장이 궁금해. 우리를 위해 뭐가 상속되는지 알고 싶어!" (···)까드리는 일어서서 '대저택'을 향해 야유하듯 외쳤다. "우리에게 상속을 하셨나요? 아니면 살아서 우리에게 벌을 준 것처럼 죽어서도 우리를 그런 식으로 벌을 주실 건가요? 대답하세요, 자발라위!" '대답하세요, 자발라위!' 가 메아리쳤다.
* "나는 거짓말과 속임수를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자신에게 오점을 남긴 사람들을 집에서 내쫓았다. (···)내가 너에게 바깥에 사는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준 적이 없는 기회를 너에게 주었다고 보는데, 이 집에서 살면서 여기서 결혼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말이다." 자발라위가 조용히 말했다. 후맘은 너무나 기뻐서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고동쳤다.
* 아드함은 자신에게 물었다. '삶이 이런 식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 아버지, 아버지는 왜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시고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은 저희들의 소망에 부채질만 하시나요?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렀는 데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았다면 무엇으로 당신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이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서받지 못한다면 희망이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 자발라위는 아드함에게 자신의 후손을 위해 재산이 쓰여질 것이라고 약속했더랬다. 안마당이 있는 공동 주택이 지어지고 수익이 분배되어 후손들은 한동안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자발라위가 문을 닫고 세상을 등지고 나서 관재인은 (···)돈으로 산 두목을 방패막이 삼아 모든 수익을 착복했다.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막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가난에 쪼들리고 비참하고 비열해졌다. 강자는 공갈을, 약자는 구걸을 일삼았다. 모두가 마약에 중독되어 갔다. (···)수장들만 뱃속 편하고 풍요롭게 살았다.
* "당신들 위에 군림한다고 수장들을 증오하던 당신들이 작은 힘을 갖게 되자마자 원수가 되어 서로 괴롭히다니! (···)질서 아니면 파멸이군요!" 자발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 자발은 전에는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정작 수장은 그가 불리기 원치 않았던 호칭 도는 형식적으로 붙여진 장식이었어도 그의 집안사람들은 그를 구역 우두머리 수장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사람들은 정직과 안정을 꾀하고 유지하여 그는 정의와 질서의 상징이 되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이 지향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이것이 자발의 이야기다. 그는 우리 동네에서 억압에 맞서 싸운 최초의 사람이었으며, 자발라위가 세상과 동떨어져 은둔 생활을 한 뒤 최초로 그를 만나는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었다. (···)그는 그의 집안에서 정의와 힘, 그리고 질서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 망각이라는 전염병이 돌지 않았다면 그는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망각은 동네에 전염병처럼 늘 창궐한다.
* "혼자 외롭게 지내느라 너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얼마나 많이 놓쳤는지 몰라!" 샤피이는 말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 '대저택'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나무에 둘러싸인 그 집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할아버지, 어디에 계세요? 왜 잠시라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세요? 왜 한 번도 밖으로 나오시지 않으세요?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동네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세요?"
* 리파아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넘쳤다. "아드함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간절히 바랐어요. 자발 역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서만 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요구했죠. 하지만 우리는 재산이 모두에게 분배되지 않으면 아무도 이런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어요. (···)재산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풍족한 삶이 주는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 "사람들은 자발라위의 힘과 영화를 탐냈어. 그들은 자발라위의 다른 우월한 면모를 망각한 거지. 그렇기 때문에 자발이 재산 소유권을 사람들에게 갖게 했어도 그들을 변화시킬 수 없었던 거야. 그가 죽고 나서 힘 있는 자들이 강탈하자 힘없는 자들은 원한을 품고 다시 불행하게 됐어. (···)언젠가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힘과 권위와 빼앗은 돈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 "행복은 망상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입니다. (···)행복은 힘과 권위와는 다른 중요한 것입니다." 리파아는 남자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 리파아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의 유일한 목표는 동네 사람들의 행복입니다. (···)앞에 있는 행복을 왜 그렇게 멀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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