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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Nov 12. 2024

당신은 이제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 <레 미제라블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301번.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1801년  신문에 실린,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가, 가택 침입과 폭행에 의한 절도죄로  오 년 형을  받은 어느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 가 이 소설의  출발점이 되어 줍니다.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종교적인 고찰이 담겨진 작품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장 발장은 누나의 일곱 아이들을 위해 빵 한 개를 훔쳤다가 네 번의 탈옥 기도로 19년형을 살고 나옵니다.  노란 색 통행권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쫓겨나던 중 성당으로 숨어들게 되고, 친절을 베푼 주교의 은그릇을 들고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주교는 자신이 주었다며 은 촛대까지도 챙겨 주게 되고,  얼마 후 장 발장은 마들렌 시장이 됩니다.  한편 탕핀은 앞니 두 개를 팔아 가며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대지만 감당하지 못하자, 결국 창녀가 되고 병이 들어 죽고 맙니다. 


  *   단두대는 환영(幻影)이다.   (···)그 존재가 보는 사람의 영혼을 그 속으로 던지는 무서운 몽환 속에서, 단두대는 무시무시하게 보이고,  제가 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 같다. 단두대는 사형집행인의 공범이다.  그것은 게걸스럽게 먹는다.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  
















  *  성공이란 참 끔찍스러운 것이다.  진실한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인다.  


  *  "사제님은 저를 멸시하지 않으십니다.  사제님은 저를 댁에 받아들여 주십니다."   (···)사나이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붉은 죄수복에 둥그런 쇠 차꼬,  잠자리는 널빤지,  취위와 더위,  노동,  죄수들, 몽둥이찜!   아무것도 아닌 일에 쇠사슬을 두 겹으로 채우고,  말 한마디 잘못하면 토굴 속에 집어넣고,  누워 있는 환자에게까지 쇠사슬을 채우고,  개들이,  개들이 더 행복하지요!  그렇게 십구 년간을요!  제 나이 마흔여섯입니다. 지금은 이 노란 통행권!  이렇습니다."

                                               

  *  장 발장은 흐느끼고 떨면서 감옥에 들어갔고,  무감정한 사람이 되어 거기서 나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슬하에서부터,  누나에게 길러질 때부터 단 한번도 다정한 말과 친절한 눈빛을 접해 본 일이 없었다.   (···)그에게는 증오심 외에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그는 형무소에서 이 유일한 무기를 날카롭게 갈아 두었다가 나갈 때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  장 발장은 너무도 무지몽매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행을 겪은 뒤에도 그에게는 모호한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때로는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하는지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장 발장은 암흑 속에 있었다.  암흑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암흑 속에서 증오하고 있었다.  


  *  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부른다.  누구 없소!  누구 없소!  그는 줄곧 불러 댄다.


  *  주교는 이 불쌍한 사나이의 온 영혼을 휘황찬란한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장 발장은 오래오래 울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우는 동안에 그의 뇌리에는 더욱더 많은 빛이 스며들었다. 이상한 빛이,  즐겁고도 무서운 빛이,  그의 지난날의 삶, 최초의 잘못, 오랜 속죄,   (···)그가 마지막으로 한 일,  어린아이한테서 40수를 훔친 일,  주교의 용서 후에 있었던 만큼 더욱더 비겁하고 더욱더 영악한 그 범죄,  이러한 모든 것이 또렷하게,  여태껏 본 적 없을 만큼 선명하게 그의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끔찍스러워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무시무시해 보였다.















  *  테나르디에 부부는 아이에게 자기 딸들의 헌 속옷이나 헌 셔츠 같은 것을,  다시 말해서 누더기를 입혔다.  먹을 것이라고는 모두들 먹고 남은 찌꺼기나 먹였으니,   (···)코제트는 개, 고양이의 밥그릇과 같은 나무 주발로 식탁 밑에서 개, 고양이와 함께 식사를 했다. 


  *   코제트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다른 두 아이의 놀림감이었는데,  조금 발육하기 시작하자마자,  다시 말해서 다섯 살이 채 되기도 전부터는 이 집의 하녀가 되었다.   (···)겨울이 되면 이 가련한 아이의 모습은 실로 애통했다.  아직 여섯 살도 안 된 아이가 구멍투성이의 헌 베옷 누더기를 걸치고 달달 떨면서 그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고, 새빨갛게 언 그 조그만 손에 커다란 비를 들고 해도 뜨기 전에 길을 쓸고 있는 것이었다.  


  *  인생 최고의 행복은 사랑을 받는다는 확신이다. 자기 자신의 뜻대로 사랑을 받는다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자기 자신의 뜻에 반해서까지 사랑을 받는다는 그러한 확신 말이다. 















 *  마들렌 이저씨는 마들렌 씨가 되었고,  마들렌 씨는 시장이 되었다.   (···)그는 시장의 직무를 다했으나,  그 밖에는 외롭게 살았다.   (···)그는 친절하고 침울했다.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은 부자이면서도 거만한 것 같지 않아.  저 사람은 행복하면서도 만족하는 것 같지 않아."


  *  마들렌 씨가 온정이 넘치는 조용한 모습을 하고 만인의 존경을 받으면서 거리를 지나갈 때, 흔히 쇳빛 나는 회색 프록코트를 입고,  퉁퉁한 지팡이를 손에 들고,  테가 축 처진 모자를 쓴 키 큰 사나이 하나가 그의 뒤에서 휙 몸을 돌이켜 그가 사라질 때까지 그를 지켜보는 일이 있었다.   (···)그는 자베르라는 사람으로, 경찰이었다. 


  *  자베르는 법무부 연간 통계표의  '깡패'라는 항목 속에 들어 있는 그 모든 족속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베르의 이름만 들려도 그들은 줄행랑을 쳤고,  자베르의 얼굴이 나타나면 그들은 화석처럼 굳었다.  이 무서운 사나이는 그러했다.  자베르는 줄곧 마들렌 씨를 응시하는 하나의 눈과도 같았다.  의혹과 억측으로 가득 찬 눈이었다. 














*  팡틴은  (···)테나르디에한테서 이러한 사연의 편지를 받았다.  "코제트는 이 고장에서 유행 중인 병에 걸렸소.   (···)일주일 이내에 40프랑을 송금하지 않으면 어린애는 살 가망이 없소."


  *  "당신 이가 참 곱소.  당신 전치 두 개를 내게 판다면 하나에 나폴레옹 금화 한 닢씩 드리겠소."  (···)"우리 아이는 이제 그 무서운 병으로 구원 없이 죽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기뻐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노파에게 탁자 위에서 번쩍이는 두 닢의 나폴레옹 금화를 가리켰다.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것은  피투성이의 미소였다.  불그레한 침이 입가에 묻어 있었고, 입안에는 새까만 구멍이 뚫려 있었다.  두 개의 이가 빠져 있었다.  그녀는 그 40프랑을 몽페르메유에 보냈다.  그런데 이것은 돈을 짜내려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술책이었다.  코제트는 앓고 있지 않았다.


  *  테나르디에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이제는 즉시 100프랑을 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 중병에서 갓 회복한 어린 코제트를 이 추위에 길바닥으로 내쫓을 테다.  (···)하는 사연이었다.  '100프랑이라.'  팡틴은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 100수씩이나 벌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   "에라 모르겠다!  그녀는 말했다.  "마지막 남은 것까지 팔아 버리자."  이 불행한 여자는 창녀가 되었다. 















 *  "인간들은 그렇게 천사를 만드는 것이오. 그것은 조금도 인간들의 잘못이 아니오.  인간들은 그렇게밖에 할 줄 모르오.  당신이 나온 그 지옥은 천국의 첫 번째 형태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만 했던 것이오."  그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그에게 이 두개가 빠져 있는 그 숭고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  마들렌 씨는 급히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300프랑을 보내면서 그 돈으로 만족하고 아이 어머니가 앓아누워 아이를 보고 싶어 하니 즉시 아이를 몽트뢰유쉬르메르로 데려와 달라고 했다.  그것은 테나르디에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쳇!  아이를 내놓다니!"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요 종다리 새끼가 이제부터 젖 나는 암소가 되겠어. 짐작이 간다.  어느 놈팡이가 그 어미 년한테 홀딱 빠진 거야."  그는 500여 프랑의 썩 그럴듯한 계산서를 첨부하여 답장을 보냈다.


  *   팡틴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오늘 아침에 벽난로 위의 먼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곧 코제트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정말이지 몇 년이나 제 아이 얼굴을 못 보고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잘못이에요!  인생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  그는 자기의 인생이 사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인했다.  그러나 그 목적이란 무엇인가?  (···)거룩하고 참다운 목적은?  자기의 몸이 아니라 영혼을 구원하는 것.  다시 정직하고 착하게 되는 것.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  자기가 항상 원한 것은,  주교가 자기에게 명한 것은 특히 그것,  유독 그것이 아니었던가?  


  *  그는 남한테서 그의 생존을, 생명을, 평화를, 햇볕을 받는 자리를 훔치고 있었다!   (···)자수하고, 그토록 비통한 오류의 희생양이 된 그 사나이를 구출하고, 자기 이름을 밝히고, 의무를 다하여 다시 죄수 장 발장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자기의 부활을 성취하고 자기가 벗어난 지옥의 문을 영원히 닫아 버리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외관상 그 지옥에 다시 떨어지는 것은 사실상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했다!  


  *  그는 주교가 거기에 있는 것만 같았다.  주교는 죽음으로써 더욱더 현존하여 그를 응시하고,  차후 시장 마들렌은 그의 모든 적선과 적덕에도 불구하고 주교의 눈에 타기할 인간으로 보이고,  죄수 장 발장은 주교 앞에서 갸륵하고 순결한 인간으로 보일 것만 같았다.  속인들은 그의 가면을 보지만 주교는 그의 얼굴을 보고, 속인들은 그의 생활을 보지만 주교는 그의 양심을 볼 것만 같았다.  















  *  재판을 받고 있는 그 사나이를 사람들은 모두 장 발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서 자기 생애의 가장 끔찍했던 시기를 자기의 망령이 재연하고 있는 것을 보는 듯했는데,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똑같은 가구,  똑같은 밤 시간,  거의 똑같은 판사들과 병사들과 방청객들의 얼굴이었다.  다만 재판장의 머리 위에 십자가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만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 때 법정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가 재판을 받을 때 신은 없었다. 


  *  "저는 장 발장입니다."  법정 안에는 더 이상 판사도 없고 검사도 없고 헌병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고정된 시선과 감동한 마음뿐이었다.   (···)그 모든 군중은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에 유죄 판결을 받지 않도록 자수하는 그의 그 단순하고도 숭엄한 행위를 대번에,  그리고 한눈에 이해했다.  그 세세한 사실들이며 망설임,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저항 같은 것들은 이 빛나는 거대한 사실 속에 사라져 버렸다.  















<< 미리엘 주교의 말 >> - 장 발장을 선의 길로 인도해주는 겸손하고 자비로운 주교입니다.


  *  양심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타고난 학문의 양(量)이오. 


  *  어찌 된 일이오?  나는 당신에게 촛대도 드렸는데.  그것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은이니,  200프랑은 능히 받을 수 있을 거요.  어째서 그것도 그 식기들과 함께 가져가지 않았소?


  *  잊지 마시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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