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01번.
전설과 신화, 동화가 '상상력과 비틀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 된 단편집니다. 뉴욕 타임스는 로버트 쿠버를 일컬어 "삶의 여러 면면을 예리하게 그려 내는 뛰어난 마술사."라고 언급합니다.
【 요술 부지깽이 】 - '화자'는 스스로 섬을 창조해 내고 그곳에 아름다운 두 명의 자매를 초대했다고 밝힙니다. 황금 바지를 입은 언니가 홀로 있을 때 부지깽이에 입을 맞추면,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 구애를 해오는 등, 마법적인 에피소드들로 섬 전체가 신비롭게 변해갑니다.
* 자연은 스스로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우리 인간은 정녕 아무 의지 없는 정력에 자신을 내맡긴 눈먼 짐승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 나는 사라져 가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발명품인 이 섬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 생강빵으로 만든 집 】 - 소년과 소녀가 노인을 따라 숲 속의 집을 향해 걸어갑니다. 소년은 불안한 마음으로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갑니다. 그러나 독자가 예상하는 불길한 결말은 없습니다.
* 늙은이의 창백한 푸른 눈은 깊고 어둡고 처진 살 속에 낙담한 듯 둥둥 떠 있고, (···)이제 더 이상 보려는 의지를 상실한 것 같다.
* 소녀의 바구니는 꽃으로 출렁인다. 그녀는 오빠가 빵 부스러기를 흘리는 것을 알기나 할까? 아니면 늙은이가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알까? 물론 알겠지.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놀러 온거라 여기는 것을!
* 이제 소녀의 입가에서는 노래가 아니라 비탄의 울음소리만 흘러나온다. 꽃바구니는 땅에 떨어지고, (···)둘 다 울고 있다. 소년은 분노와 좌절감 때문에, 소녀는 고통과 연민 그리고 멍든 가슴 때문에.
* 끔찍한 비명이 숲의 적막을 갈가리 찢는다. 늙은이는 인상을 찌푸리고, 훌쩍거리는 소녀를 멀치감치 밀어내고는 소년을 때린다. 이제 더 이상 빵 부스러기도, 조약돌도, 노래도, 꽃도 없다. 때리는 소리만이 끔찍한 숲 속에 울려 퍼지다가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서는 소곤소곤 깔깔대는 소리로 잦아든다.
* 두 아이가 늙은이를 따라간다. 아이들은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노래를 부른다. 늙은이는 무기력하게 걷고 있다. 소년의 행동은 수상쩍다. 소녀는······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둘기들이 날아와 다 먹어 치울 것을. 세상엔 딱 떨어지게 들어맞는 소원이란 없는 법이다.
【 도보 사고 】 - '화자'는 트럭에 치여 깔아뭉개진 20대 청년입니다. 경찰과 사람들은 죽어가는 청년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완벽한 타인의 자리에서 실갱이를 벌이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 그에게는 지금 누워 있는 이 고통의 장소가 마치 자신이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장소 같았다. 그는 두 번째 바퀴 바로 뒤쪽 트레일러 밑에 트럭과 직각을 이루게 누워 있었다. 그의 몸은 머리와 어깨를 빼놓고 모두 트럭 밑에 있었다. 아마 내가 다시 태어나고 있는 모양이야, 그는 그렇게 추론했다.
* 갑자기 온 세상이 뒤집힐 것 같았다. 그는 발을 늘어뜨리고 머리를 쳐들었다. 빨간 트럭은 그의 몸 밑으로 윤활유와 오물을 쏟아 내고, 트럭 운전수는 그의 머리 위에서 법석을 떨고, 땅은 그의 등을 밀어내고, 초고층 빌딩들은 감각 없는 손가락처럼 앞쪽으로 삐죽 나와 있었다.
* 폴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눈치 챘다. 그는 이 두 사람을 책처럼 훤히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타인일 뿐이야, 폴은 생각했다. 그는 그들의 얼굴을 보기를 원했지만 그가 누워 있는 지면에서는 그들의 턱 아랫부분만이 잘 보이는 각도였다.
* 의사는 갑자기 격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자네는 이 빌어먹을 트럭에 반쯤 깔려 있는 이 남자를 내가 어떻게 진찰하길 바라나? (···)트럭을 치워야 내가 이 사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진단을 내릴 것 아니야!"
* 트럭의 소음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폴은 의사와 경찰관의 대화를 드문드문 들을 수 있었다. 의사는 호통을 치고, (···)경찰은 소리쳤다. "뒤로 빼든, 앞으로 가든, 제발, 난 상관없으니, 어떻게든 해 봐, 서둘러! 서두르라고!"
* 시동이 다시 걸렸고, 삐걱거리는 기어 갈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폴의 몸을 누르고 있던 중간 바퀴가 뒤로 빠지며 내려갔다. (···)바퀴는 폴의 몸뚱이 위에서 잠시 주저하다가 지면에 내려앉았다. 몇 시간이 지나갔다. 그는 눈을 떴다. 트럭은 멀리 후퇴하여, 시야에서 사라져, 어쨌든 폴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의 눈꺼풀은 무겁게 닫혀 있었다. 의사가 넝마같이 너덜너덜 해진 옷을 주섬주섬 그에게 덮었던 것이 기억났다.
* "나도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알아." 의사는 계속해서 얘기했다. (···)"우리 모두는 죽음에 맞서 발버둥을 치지, 청년, 그건 살아 있는 존재의 본질이야. (···)하지만 죽음이 삶을 잉태하지. 그게 그런 거라네, 젊은이, 절대 잊지 말게나! 생존과 죽음은 동의어야, 이봐, 그게 우주의 첫 번째 오류지!"
* 그가 깨어났을 때,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폴은 발치에서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뭔가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몸 전체가 위로 들리면서 목에서 또 다른 뜨거운 무엇인가가 확 터지는 듯했다. 녀석은 뒷발을 폴의 머리에 단단하게 고정시켰고, 가끔 오른발이 균형을 잃으면서 폴의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찼다. 목과 눈 뒤편에서 뜨거운 고통이 용솟음쳤다. 마침내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개는 (···)입에 신선한 고기 덩이를 문 채, 유유히 사라졌다.
* 폴은 땅이 갑자기 뒤집혀 자신이 길거리에 매달린 채 이 밤 누군가에 의해 수백만 개의 비 창살을 맞고 있는 표적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그는 다른 개들의 소리를 들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야 할까? 그는 궁금했다. 얼마큼이나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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