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것도 없고, 불행할 것도 없고-<마담 보바리>

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6번.

by 이태연

















'보바리즘(과대망상 혹은 자기 환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플로베르는 간통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로 권태, 사랑, 절망, 죽음이라는 보편적 삶의 모습을 그려내며, 현실을 변질시키고 외면하게 하는 낭만주의적 몽상의 본질을 해부해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시골 의사인 샤를르 보바리는 엠마라는 처녀와 재혼하게 됩니다. 엠마는 따분한 남편과 권태로운 시골 생활에 갇혀 힘들어하다 남자들의 정부가 됩니다. 샤를르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엠마를 사랑하기만 하고, 정부들에게 버림받게 된 엠마는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우연히 아내의 실체를 알게 된 샤를르도 충격으로 죽고 맙니다.

*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조각 한 조각, 한 알 한 알, 흘러가더군요. 사라졌달까 떠나갔달까 아니 가라앉았다고 할까요, 여기 가슴 밑바닥에, 글쎄 뭐랄까······ 여전히 뭔가 묵직한 것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게 우리들 모두의 운명이니까 자포자기해서도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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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는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생활의 친밀감이 더해질수록 내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녀를 남편에게서 멀어지게 했다. (···)그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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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의 발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다가 막상 그가 앞에 오면 감동이 사라지면서 오로지 커다란 놀라움만이 남았다가 어느덧 그것도 슬픔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었다.

* 그녀는 좀더 정당한 이유로 샤를르를 미워하고 복수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떠오르는 무서운 가정(假定)에 깜짝 놀라곤 했다. 그래서 항상 미소를 지어야 했고,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런 척을 해야 했고 그렇게 믿도록 해야만 했다.

* 그는 가버렸다. (···)행복이 바로 눈앞에 있을 때 왜 붙잡지 못했던가? 행복이 달아나려 할 때, 왜 두 손으로, 두 무릎으로 잡아두지 못했던가?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했으며 그의 입술을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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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사랑에 도취된 나머지 그녀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이 그녀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사랑을 조금이라도 잃거나 방해받을까 봐 두려웠다.

*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몸을 맡겨버린 것을 후회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를 더욱 사랑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자기가 약하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굴욕감은 원한으로 변해 갔지만 육체의 쾌락이 그것을 무마해 주었다.


* 엠마는 남편과 마주앉아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굴욕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다른 굴욕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무능함을 이미 수없이 겪어 충분할 만큼 알아차리고 있었으면서도 그런 사람이 그래도 무엇엔가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굴욕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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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사치를 좋아하는 자신의 본능, 채우지 못한 온갖 욕구불만, 보잘것없는 결혼이나 가정생활, 상처 입은 제비처럼 흙탕 속에 처박힌 숱한 꿈들, 자신이 소망했던 모든 것, 체념해 버린 모든 것, 가질 수도 있었을 모든 것을 마음에 떠올려보았다! 그런데 왜? 왜?

* 이제는 남편의 것이면 무엇이나 다 그녀의 비위를 긁었다. 그의 얼굴, 그의 의복, 그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 그의 전 인격, 요컨대 그의 존재 자체가 싫었다. 그녀는 지난날에 자신이 정절을 지켰던 것을 마치 죄악인 양 후회했다.

* 그녀는 떳떳한 간통의 그 모든 사악한 아이러니 속에서 쾌감을 느꼈다. 애인의 추억이 어지러운 매혹과 함께 되살아왔다. 그녀는 거기에 정신이 팔려 새로운 감격을 느끼며 그 환영에 끌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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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마는 세상의 모든 정부들과 다를 바 없었다. (···)정사가 습관이 되자 그 결과 보바리 부인의 태도는 달라졌다. 눈짓은 한층 더 대담해졌고 무슨 말이든 거침없이 내뱉게 되었다. 마치 세상을 얕잡아 본다는 듯이 궐련을 입에 문 채 로돌프 씨와 산책하는 지각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 이 무렵만큼 보바리 부인이 아름다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녀는 환희와 열광과 성공이 가져다주는 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한몸에 담고 있었다.

* 호텔 방안에서 레옹을 다시 만난 그녀의 넘치는 격정! 그녀는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러면서도 가끔 엠마는 돌연 로돌프와 마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몸을 떨곤 했다. 두 사람이 영원히 헤어지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그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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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번도 행복했던 적도 없었다. (···)사실 애써 찾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다 거짓이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저주가, 쾌락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 단 한번의 밀회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던져버려도 아까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날들은 그녀의 축제 날이었다. 그녀는 그날이 항상 멋들어지기를 바랐다!

* 레옹이 그녀에게 싫증을 난 것만큼 그녀 역시 상대에게 물려버렸다. 엠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그대로 발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러한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끼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그녀는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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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마는 자신의 정념에 완전히 포로가 된 채 살고 있어서 (···)그녀는 지난날 그토록 아픈 상처를 주었던 것에 스스로 몸을 던지려고 달려가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몸을 파는 짓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 그는 철학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행복할 것도 없고······ 불행할 것도 없고."

* "당신은 나를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었군요! 다른 남자들과 다를 게 없어요!" 그녀는 자기의 본심을 드러내버렸다. (···)그녀는 자기를 이토록 끔찍한 상태에 몰아넣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즉 그게 돈문제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괴로운 것은 오로지 사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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