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보지 마세요, 마음을 보세요<파리의 노트르담2>

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14번.

by 이태연
















19세기 초 파리시는 수백년 전에 건설된 낡은 대성당을 구시대의 유산이라는 이유로 철거하려 합니다. 이에 반발한 위고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대성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파리의 노트르담」을 집필합니다. 소설의 성공으로 대성당은 살아남을 수 있게 되고 대대적인 복원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 작가의 시선 >> - 부주교 프롤로는 페뷔스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칼로 찌릅니다. 에스메랄다는 살해혐의를 받게 되지만,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 카지모도는 그녀를 구해내 성당 안 비밀의 방으로 피신시킵니다. 카지모도를 속여 에스메랄다를 빼앗아낸 프롤로는 반항하는 에스메랄다를 고발해버립니다. 교수대에 매달린 에스메랄다를 본 카지모도는 클로드를 성당 아래로 밀어버립니다.

* 노트르담 성당 인근 사람들은 카지모도의 종을 치는 열정이 매우 식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종탑 속에는 음악가가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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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성당의 정면 위를 미끄러져 내려, 지붕에서 떨어진 고양이처럼 날쌔게 두 망나니 쪽으로 뛰어가서 거대한 두 주먹으로 그들을 때려누이고, (···)한 손으로 이집트 아가씨를 집어서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단 한 번 펄쩍 뛰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성역이다!"하고 외쳤다. 그것은 어찌나 신속하게 행해졌던지, 만약 밤이었다면 단 한 번의 번개 불빛으로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 수만의 박수 소리가 카지모도의 외눈을 기쁨과 자랑으로 반짝이게 하였다. 이 요란스러운 진동에, 사형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 여자는 눈을 뜨고 카지모도를 바라보다가, 다시 얼른 감아버렸다. 마치 자기의 구원자에게 겁이라도 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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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녀를 품 안에, 그 울룩불룩한 가슴에 꼭 껴안았다. 자기의 재산처럼, 자기의 보물처럼, 마치 이 소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했을 것 같이. 그의 난쟁이 눈으로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애정과 고통과 연민으로 그녀를 담뿍 적시고, 갑자기 그 번쩍이는 눈을 쳐들었다. 그러자 (···)군중은 열광하여 발을 동동 굴렀다. 왜냐하면, 그 순간 카지모도는 진정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그는 아름다웠다. 그는, 이 고아는, 이 업둥이는, 이 허섭스레기는. 그는 자신이 존엄하고 굳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그는 자기가 쫓겨나 있는, 그리고 지금 자기가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는 그 사회를, (···)그 잔인한 인간들을, 그 경관들을, 그 법관들을, 그 망나니들을, (···)국왕의 힘을, 자기 앞에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감격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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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지기가 은신의 독방에 자기를 내려놓았을 때, 그의 투박한 손이 자기의 팔에 상처를 입힌 밧줄을 살살 풀어주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카지모도를 돌아보았는데, 그는 그녀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왜 나를 살려냈나요?" (···)그녀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그는 몹시 슬픈 눈으로 그녀를 흘끗 보고는 달아나 버렸다.

* 이 불쌍한 사나이는 정말로 보기 흉했다. 그녀는 무서워 떨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러자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무섭죠? 정말 추하지요? 저를 보지 마세요. 제 말을 듣기만 하세요. 낮엔 여기에만 계세요. 밤엔 성당 안을 죄 돌아다녀도 좋아요. 그러나 낮이고 밤이고 성당에서 나가지 마세요. 그런 날엔 파멸하실 테니까요. 아가씨를 잡아 죽일 것이고 저도 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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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각각으로 그녀는 카지모도에게서 보기 흉한 것을 자꾸만 더 발견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다리가 안쪽으로 휜 무릎에서 곱사등으로, 곱사등에서 외눈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위에는 슬픔과 부드러움이 담뿍 퍼져 있었으므로 그녀는 그것에 예사로워지기 시작했다.

* "제가 필요하실 때엔, 제가 와주길 바라실 때엔, 저를 보시는 것이 그다지 무섭지 않을 때엔, 이걸로 호각을 부셔요. 그 소리는 제게도 들리니까요." 그는 호각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달아나 버렸다.

* 때때로 저녁에 그녀는, 종탑의 차양 아래 숨은 목소리가 마치 자기를 재우려는 듯이, 이상한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얼굴을 보지 마세요 / 아가씨, 마음을 보세요 / 잘생긴 젊은이의 마음은 흔히 흉하답니다 / 사랑이 오래가지 못하는 마음들이 있답니다. (···)아름다움은 완전한 것 / 아름다움은 전능한 것 / 아름다움은 반 조각으론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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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련한 종지기는 성당에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밤 (···)그녀는 자기의 독방 옆에서 한숨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질겁하고 일어나서 보니 몰골 사나운 덩치 하나가 자기 방 문 앞에 가로 누워 있는 것이 달빛에 보였다. 카지모도가 거기 돌 위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 며칠 전부터 그는 경계를 하고 있었다. 고약한 얼굴의 사내들이 그 처녀의 은신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성당의 주위를 끊임없이 얼쩡거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미치광이처럼, 회랑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뛰어다니고, 바야흐로 성당에 쳐들어오려 하는 밀집한 거지 떼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악마에게 또는 하느님에게 이집트 아가씨를 구제해 줄 것을 빌었다. 카지모도는 그 종탑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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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방으로 다가가면서 그는, 어쩌면 거기서 그녀를 다시 만나보게 될지도 모르리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녀가 타일 바닥과 매트 사이에 숨어 있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침대를 쳐들고, 그 아래를 보고, 그런 뒤에 머리를 흔들고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횃불을 발로 사정없이 밟아 뭉개버리고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한숨 한번 쉬지 않고, 힘껏 달려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기절하여 포석 위에 쓰러졌다.

* 그는 슬픈 몽상 속에서, 이집트 아가씨의 불의의 강탈자가 과연 누구일까 찾다가, (···)오직 클로드 신부만이 독방으로 통하는 계단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처녀에 대한 주교의 야간 겁탈 미수 사건들을 회상했는데, (···)이집트 아가씨를 자기한테서 뺏어 간 것이 부주교임을 그는 이내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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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나이가 (···)여자 하나를 어깨에 메고 있었는데, 흰옷을 입은 처녀로, 이 처녀는 목에 노끈이 매여 있었다. 카지모도는 그 여자를 알아보았다. 그녀였다.

* 밧줄은 여러 번 뱅글뱅글 돌았으며, 카지모도는 이집트 아가씨의 몸뚱어리를 따라 무서운 경련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한편 신부는, 목을 쑥 빼고 눈이 튀어나오도록, 그 사나이와 처녀를, 그 거미와 파리의 끔찍한 무리를 보고 있었다.

* 카지모도는 이집트 아가씨에게로 눈을 들어, 교수대에 매달린 그녀의 육체가 멀리서 흰옷 아래 마지막 단말마의 전율로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 이어서 부주교에게로 다시 눈을 떨어뜨려, 종탑 아래, 인간의 형체도 없어진 채 뻗어 있는 것을 보았으며, 가슴을 깊이 들썩거리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오! 저 모든 것을 나는 사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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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모도는 이집트 아가씨와 부주교가 죽던 날 노트르담에서 종적을 감춰버렸다. (···)사람들이 몽포콩의 지하실에 '사슴'올리비에의 시체를 찾으러 왔을 때, 그 모든 끔찍한 해골들 사이에서, 송장 하나가 다른 송장 하나를 이상하게 껴안고 있는 두 송장을 발견했다.

* 두 송장 중 하나는 여자 송장이었는데, (···)이 송장을 꼭 껴안고 있는 다른 송장은 남자 송장이었다. 이것은 등뼈가 구부러졌고, 머리가 견갑골 속에 들어가 있고,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더 짧은 것을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목의 추골이 조금도 부러져 있지 않았으니, 그는 교수를 당하지 않았음이 분명하였다. 그러므로 이 송장의 임자였던 사나이는 거기에 와서 죽은 것이다. 그가 껴안고 있는 송장에서 그를 떼어내려고 하자, 그것은 먼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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