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 - <백년의 고독1>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4번.

by 이태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윌리엄 포크너 사후에 쓰인 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이 책을 평가하기도 했답니다. 작품의 유명세에 걸맞게 영화화 시도가 있었으나 작가가 거부했다고 하네요. 시점이나 주제가 다소 난해하게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비슷비슷한 이름들이 많아 헷갈리기도 하지만,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들마다 '마술적 리얼리즘' 과 중남미 특유의 이국적인 '색채'가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말 >> - 우르술라의 남편으로 자신이 살해한 친구의 유령에 시달리다 40명의 젊은이와 함께 '마꼰도'라는 마을을 개척하고 지도자가 됩니다. 힘도 세고 성실한 인물이었지만, 어느날 방문한 집시들에게서 과학의 산물들을 보게 된 후, 과학적 실험과 철학에 빠져들어가다 결국 미쳐서 밤나무에 묶인 채 살아가게 됩니다.



*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우린 계속 당나귀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바로 저기 저 강 건너에는 온갖 희한한 것이 다 있다니까.


* 괜찮아. 중요한 건 방향을 잃지 않는 거니까.


* 우린 그 어떤 곳도 절대 갈 수 없어. 여기서는 과학의 혜택을 받아 보지도 못한 채 썩어가야 한다니까




평화스러운 마꼰도 정경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 >> - 작가의 시선입니다.


* 그때 그의 내부에서 무언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현재 시각으로부터 그를 뽑아내 추억 속의 밝혀지지 않은 어느 부분으로 정처없이 데려가는 신비롭고도 명확한 그 무엇이었다.


*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이내 마꼰도에서는 질서를 지키고 노동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는데, 그 안에서 단 한 가지만은 허락되었다. 그것은 마을이 생겼을 때부터 자신들의 피리로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새들을 놓아주고 그 대신 모든 집에 음악 시계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 급기야는 온 동네 사람들이 월요일 동틀 무렵까지 깨어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당시에 할 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시간이 모자랐던 마꼰도 사람들은 잠을 안 자게 되는 것을 오히려 즐거워했다. 어찌나 열심히 일들을 했던지 이내 할 일이 더 이상 없게 되었고, 새벽 세 시에 시계에서 나오는 왈츠의 음표들을 세면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게 되었다. 피로 때문이 아니라 꿈이 그리워 잠을 자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피곤해지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함께 모여 앉아 끝없이 얘기를 주고받고, 똑같은 농담을 몇 시간씩이나 되풀이하고, (중략) 며칠 밤이 새도록 지속되는 지독한 모임에서 밑도 끝도 없는 장난을 쳐댔다.




승천하는 미녀 레메디오스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그 당시 기억상실증은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가 암소의 목덜미에 걸어놓은 표찰은 마꼰도 주민들이 어떤 식으로 기억상실증에 대항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였다. < 이것은 암소인데, 암소가 젖을 생산하게 하려면 매일 아침마다 암소의 젖을 짜주어야 하고, 그 젖을 커피와 섞거나 밀크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젖을 끓여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단어들을 이용해 잠시 붙잡아두었지만, 자신들이 씌어진 글자들의 의미를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는 별수없이 사라져버릴 그런 허망한 현실 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 마꼰도 사람들이 기억력이 회복된 것을 축하하는 사이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멜키아데스는 옛 우정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중략) 그(멜키아데스)는 정말로 죽어 있는 몸이었지만 외로움을 참을 수 없어 돌아왔던 것이다.


* 그들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의 방으로 가서 그를 온 힘을 다해 흔들어보고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콧구멍 앞에 거울을 갖다 댔지만, 그를 깨울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목수가 관을 만들기 위해 그의 몸 치수를 재고 있을 때, 그들은 창밖으로 작은 노란 꽃이 보슬비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꽃비는 조용한 폭풍우처럼 밤새도록 내려 지붕들을 덮고 문들을 막아 버렸으며 밖에서 잠을 자던 짐승들을 질식시켜버렸다. 너무나 많은 꽃이 하늘에서 쏟아졌기 때문에 아침이 되자 거리가 폭신폭신한 요를 깔아 놓은 것처럼 되어버려서 장례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삽과 갈퀴로 치워야 했다.




마꼰도 마을을 뒤덮는 노란 꽃 비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그는 무한한 권력의 고독 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방향 감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중략) 그는 자기 씨앗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싹트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더 심한 고독감을 느꼈다.


* 분필로 그려놓은 원 밖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다.


* 우르술라는 나이가 벌써 백 살이나 되었고 백내장으로 실명이 될 순간에 있었다 해도, 육체의 활력과 고결한 성격, 정신적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 정상적인 상태, 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그 끝없는 전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었다. 그렇듯 불길한 예감 때문에 스스로 혼자가 된 그는 죽을 때까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은 추위로부터 도망쳐 옛 추억의 온기가 밴 마꼰도에서 마지막 안식처를 찾았던 것이다.




파란색 보수파와 빨강색 자유파의 싸움<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아우렐리오 부엔디아 대령은 고독의 두꺼운 껍질을 깨뜨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그 껍질을 갉아댔다. 아버지에 이끌려 처음으로 얼음을 구경하러 갔던 그 아득한 어느 오후 이후 그가 유일하게 행복을 느낀 순간들은 은세공 작업실에서 작은 황금 물고기들을 만들면서 흘러갔었다. 근 사십 년 세월을 보내고 난 다음에야 소박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서른두 차례의 전쟁을 벌여야 했고, 전쟁을 통해 맺어진 모든 조약을 죽음을 걸고 위반해야 했으며, 승리의 영광이라는 수렁에 빠져 돼지처럼 허우적거려야 했다.

* 새로운 활력의 바람이 불어 닥쳐 집안이 떠들썩한데도 말없이, 조용히, 무감각하게 지내고 있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노년기를 좋게 보내는 비결은 다름이 아니라 고독과 명예로운 조약을 맺는 것이라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다.




처형 장면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우르술라의 말 >> - 사촌간에 결혼을 하면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난다는 미신때문에 남편인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결혼한 후에도 정조대를 차고 있기도 합니다. 과학 실험에 미쳐 집안의 돈을 탕진하는 남편과, 수시로 전쟁을 해대는 차남, 창녀들과 자고 돈을 받는 사생아인 큰 아들 등을 대신해 동물모양과자를 팔아서 집안을 지탱해가죠. 집에 알 수 없는 금화보따리가 숨겨져있음에도 주인을 찾아주려 절대 쓰지 않는답니다.



* 집은 텅 비어 있고, 우리 아이들은 세상으로 흩어졌고, 우린 이제 옛날처럼 다시 둘만 남게 되었단 말이에요.


* 행운이 끈덕지게 우리를 쫓아다닌다니까요.



<<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말 >> - 태어날때 울지도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고,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의자를 움직이고, 예언 능력까지 보유한 카리스마있는 초인입니다. 9살짜리 아내가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죽고 말자, 차가운 성격으로 변하며 반정부활동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전투를 벌이게 되죠. 전쟁 중에 17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낳게 됩니다.


* 우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


* 아니 이런,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흐르다니.







<페이지 생략>

< 그림의 주인은 서하연(조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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