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태하게 살 수는 없다 - <백년의 고독2>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5번.

by 이태연


<< 마꼰도의 정경 >> - 문명, 학살과 전쟁, 긴 폭풍우와 가뭄 등이 마꼰도 마을을 휘몰아치며 지나갑니다.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에 의해 양피지가 해독되는 순간 마꼰도는 공중으로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 바로 그 순간 마꼰도는 무시무시하게 울려퍼지는 기적 소리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로 뒤흔들렸다. (중략) 기적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안정을 되찾은 주민들은 모두 길로 쏟아져 나와 기관차 위에서 손을 흔드는 아우렐리아노 뜨리스떼를 보았고, 예정보다 여덟 달이나 뒤늦게 마을에 처음으로 도착한, 꽃으로 장식된 기차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많은 불안과 확신을 , 많은 즐거움과 고난을, 많은 변화를, 재난을, 향수를 마꼰도에 실어날라야 했던 그 아무것도 모르는 노란 기차를.


* 신기하게 이를 데 없는 그 수많은 발명품에 현혹된 마꼰도 사람들은 어느 것에서부터 놀라야 할지 몰랐다. (중략) 기계로 불이 밝혀지는 창백한 전구를 쳐다보면서 꼬박 밤을 세웠고, 그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퉁퉁퉁 소리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 마꼰도로 밀려드는 사람들의 물결이 너무나 엄청나고 급작스러웠기 때문에, 초기에는 가는 곳마다 가구와 트렁크가 걸리적거리고, 아무런 허가도 받지 않고 빈 터만 있으면 마구 집을 지어대는 목수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으며, 길거리 편도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놓고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대낮에 천막 아래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때문에 길거리에 나돌아다니기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기차가 들어오고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우르술라 >> - 시력도 잃게 되고 백살이 넘어가며 몸이 살구씨처럼 작아지지만, 통찰력은 여전합니다



* 우르술라는 자신이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곧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될 것 같아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중략) 그녀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도 바늘에 실을 꿰고, 옷에 단춧구멍을 낼 수 있었고, 우유가 언제 끓을 것인지도 알아냈다. 각각의 물건이 있는 장소를 어찌나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지 때때로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잊었다.


* 우르술라는 노령의 헤아릴 수 없는 고독 속에서 집안의 가장 무의미한 사건까지도 조사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었고, 과거에는 바빠서 보지 못했던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게 되었다.


* 우르술라는 두 아이의 가장 재미나는 장난감이었다. 그들은 우르술라를 낡아빠진 커다란 인형으로 여기고는 갖가지 색깔의 천조각으로 몸을 치장하고 얼굴에 그을음과 아치오떼를 발라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끌고 다녔는데, 전정 가위로 두꺼비의 눈알을 파내던 그들은 언젠가는 그녀의 눈알을 파낼 뻔하기도 했다.


* 우르술라는 세월이 방금 전에 수긍했던 것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원을 그리며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한번 더 몸서리를 쳤다.




우르술라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그녀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몸이 줄어들어 태아처럼, 미라처럼 되어갔고, 생애 마지막 몇 달 동안에는 잠옷 속에 말려든 작은 살구씨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는데. 언제나 쳐들고 있던 팔은 결국 거미원숭이의 다리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중략) 우르술라는 죽은 몸으로 성 목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바나나 회사가 있던 시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그녀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는데, 그 당시 그녀가 백열다섯 살에서 백스무 살 사이라고 결론지었다.

* 요즘 세월은 이제 옛날과는 다르게 흐른단 말이야.


* 누구든 그릇된 생각을 품으면 안 되는 법이에요. 아마란따 부엔디아는 이 세상으로 올 때와 똑같은 상태로 떠날 겁니다.


* 일 분의 화해는 평생동안의 우정보다 더 값진 것이란다.


* 이렇게 나태하게 살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리까지 벌레 먹이가 되겠어.




바나나 대학살 사건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 >> - 바나나 농장의 파업을 일으켰다가 집단살해당하지만, 시체더미에서 겨우 탈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로 은둔생활을 하게 됩니다.



*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둠 속에서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다. 그는 자신이 끝없이 길고 고요한 기차에 실려가고 있으며, 피가 말라붙어 머리카락이 떡이 되어 있고, 온 뼈마디가 쑤시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중략) 비로소 자신이 시체들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찻간에는 가운데 통로 외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시체들의 체온이 한결같이 가을철의 석고상처럼 차가웠고, 입 주위에 있는 거품이 한결같이 말라붙어 있었으며, 기차에 시체들을 쌓아올린 사람들이 바나나 송이를 운반할 때와 같은 순서와 방향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릴 정도의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학살이 벌어진 지 꽤 여러 시간이 흘렀음에 틀림없었다.


*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는 이제 자신의 전쟁이 끝났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중략) 군인들이 그를 쳐다보면서도 실제로는 보지 못한 그날 밤, 지난 몇 달 동안의 긴장과, 감옥의 비참함과, 역 앞에서의 공포와, 시체를 가득 실은 기차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우렐리아 부엔디아 대령이 광대나 바보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대령이 전쟁에서 느낀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단 한 단어로 충분했을 텐데 그토록 많은 말들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단어는 바로 <두려움>이었다.


* 삼천 명도 넘었어. 모두 역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걸 난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니까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가 한 말은 이것뿐이었다.



사년 십일 개월동안 비가 내리다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한 주일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중략) 비는 사 년 십일 개월 이틀 동안 내렸다. (중략) 하늘은 구멍이라도 뚫린 듯 요란스런 폭풍우를 퍼부어댔고, 북쪽에서 내려온 태풍은 지붕을 날려버리고 벽을 무너뜨리고 바나나 농장에 있는 나무의 마지막 뿌리 밑둥까지 죄다 뽑아버렸다.


*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거리를 지나면서, 비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간을 몇 달 몇 년으로 나눠보고 하루하루를 각각의 시간으로 나눠보는 것이 무익했기 때문에, 멍한 시선에 팔짱을 낀 채 시간이 통째로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면서 응접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 마꼰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중략) 바나나 회사가 몰고 온 대혼란이 마꼰도를 뒤흔들어버리기 전부터 이미 마꼰도에 살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장마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랫동안의 장마 끝에 처음으로 비친 햇살을 즐기며 거리 한폭판에 앉아 있었다. (중략) 자신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불면증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서른두 번의 전쟁이 끝난 후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태도로, 말없이 침착하게, 세월의 흐름이나 재해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너무나 활기차게, 또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마꼰도의 결혼식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페르난다 >> -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아내이지만, 뻬뜨라 꼬메스와 남편을 공유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 자신이 너무 늙고, 너무 쇠진되고,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느낀 그녀는 가장 나빴던 시절로 기억되는 것까지 그리워했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복도에 있는 오레가노의 진한 향기와, 해질 무렵 장미나무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그리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짐승같은 성질까지도 얼마나 필요했던 것인가를 깨달았다. (중략) 그녀는 흘러가는 세월이 자신을 황폐화시킬수록 쓸데없이 자주 슬픔에 젖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녀는 고독 속에서 인간미를 띠어갔다.



<< 삘라르 떼르네라 >> - 점쟁이로 아우렐리아 부엔디아 형제와 동시에 관계를 맺은 창녀입니다.



* 몇 해 전에 백마흔다섯 살이 되었으나 이제는 나이를 헤아리는 해로운 습관을 포기한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잊혀져 있는 정지된 현재 시간 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카드 점을 통해 염탐을 하고 음험한 예측을 함으로써 혼란스러워져버린 미래가 아닌,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살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미래 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 그녀에게는, 비록 뚫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할지라도 부엔디아 가문 남자의 마음속에는 신비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가문의 역사는 끝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톱니바퀴이며, 그 축이 서서히,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계속해서 회전하는 하나의 바퀴라는 사실을 한 세기에 걸친 카드 점과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었다.




틀니로 주름을 사라지게 만드는 연금술사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 >> - 페르난다의 딸 메메가 낳은 사생아입니다. 자신의 이모인 아마란따 우르술라와 근친을 하게 되고, 돼지꼬리가 달린 아기를 낳게 되죠. 그러나 아마란따가 죽게 되고, 부엔디아 가문의 마지막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아기도 개미의 먹이가 되고 맙니다. 마침내 양피지를 해독하게 되지만 동시에 부엔디아 가문은 종말을 맞이하고 맙니다.



* 책 속의 현실에 틀어박혀 있던 그와 같은 남자에게, 오후 여섯 시에 책 가게에서 시작되어 동틀 무렵 사창가에서 끝나던 그 시끌벅적한 모임은 하나의 계시였다. 문학은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좋은 장난감이라는 생각을 그 당시까지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 두 사람은 죽은 자들이 배회하는 소리에 자주 잠에서 깨어났다. 가문을 보존하기 위해 창조 법칙과 싸우고 있는 우르술라, 위대한 발명이라는 환상만을 좇고 있는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기도하고 있는 페르난다, 전쟁과 작은 황금 물고기 때문에 실망해 난폭해지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 요란법석한 파티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정작 고독으로 괴로워하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두 사람은 강한 집념은 죽음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중략) 이제 유령이 된 두 사람이 계속해서 서로 사랑하게 될 거라는 확신으로 다시 행복해졌다.


* 아우렐리아노는 그때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친구들을 사랑하고 있고, 얼마나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순간 그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다 줄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피지를 해독하는 아우렐리아노 <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서하연 >



*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에게 먹히고 있다> 아우렐리아노가 자신의 삶 속에서, 죽은 자들과 그들의 고통에 대해 잊어버렸던 이때처럼 통찰력 있게 행동했던 적은 평생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는 그때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자신의 운명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페르난다가 세상의 그 어떤 유혹에도 자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했던 그 십자형 널빤지를 모두 문과 창문에 다시 대고 못질을 해버렸다.


* 마꼰도는 이제 분기탱천한 묵시록적 허리케인에 휘말려 한 곳으로 모인 먼지와 허섭스레기로 이루어진 공포의 소용돌이가 되어 있었는데… (중략) 그 자신이 말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하듯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었다. 그때 예언을 미리 알고 있던 그는 자신이 죽는 날짜와 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건너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 행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이 그 방에서 절대로 나가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이미 이해했는데, 그것은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양피지의 해독을 마친 순간 거울의 도시는 바람에 의해 부서질 것이고, 인간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져버릴 것이고, 또 백년의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가문들은 이 지상에서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양피지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반복되지 않는다고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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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주인은 서하연(조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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