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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슬머리 Apr 30. 2022

EQ와 리더십


전 직장에서 APAC팀 소속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프랜차이즈 비지니스를 담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리더였던 부사장을 포함해 총 5명의 지역 담당 매니저들이 있었고, 당시 새로운 팀원들이 합류한 상황이었습니다. 팀 리더는 성과와 함께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균형 잡힌 리더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미팅의 목표가 다음 해의 운영 전략 수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팀리더는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외부 진단 전문가를 통해 팀원들의 업무 스타일과 EQ(Emotional Quotient)를 진단하는 세션을 전체 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세션은 온라인 셀프 진단을 미팅 참여 전에 각자 진행하고, 미팅에서는 진단을 진행한 외부 전문가와 함께 각자의 진단 리포트를 리뷰하고 본인의 스타일과 팀동료의 스타일을 이해하면서 협력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찾아보는 워크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진단 리포트를 리뷰하는 워크숍에서 저의 진단 결과를 받아 보고 적잖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습니다. DISC를 기반으로 한 업무 스타일 진단 리포트는 평소 제가 생각하는 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받아들일 만했지만 EQ 진단 결과는 쉽게 동의가 되지 않았던 것이죠. 다니엘 골만 Daniel Goleman의 Emotional intelligence를 근거로 한 5가지 진단 항목인 자기인식/자기조절/동기화/감정이입(공감)/사회적 관계 스킬 모든 점수가 정규분포의 68%를 벗어나기 직전 하위에 있다는 것이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때까지 함께 일한 동료들로부터 ‘잘 들어준다.’, ‘잘 챙겨준다.’ 등의 말을 들어온 저는 EQ 점수가 적어도 상위 14%에 있기를 기대했는데 실상 저의 점수는 겨우 하위 14%를 면한 정도였으니까요. 돌아보니 그 날 리뷰 워크숍은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저 때문에 한참 진도를 못 나갔고 팀 리더와 진행하던 외부 전문가도 상당히 난처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기 감정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감정 조절에 실패하면서 스스로 EQ가 낮다는 것을 증명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흑역사였지죠.


그 후로 한참이나 잊고 지냈던 EQ는 사춘기를 겪던 딸아이가 던진 “아빠는 EQ가 낮은 게 틀림없어!” 라는 말과 함께 훅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그 여름의 진단 결과 리포트를 컴퓨터를 뒤져 다시 찾아내서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곤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인정’ 할 수밖에 없었지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EQ는 더 높은 수준의 협력과 생산성을 촉진하기 위해 감정의 힘과 감각을 느끼고 이해하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동료나 매니저로서 자신의 감정/동기/기분 등을 인식하고 그것을 관리하며, 팀원과 동료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인 것이죠. EQ가 낮은 저는 높은 수준의 협력과 생산성은 고사하고 동료나 팀원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럼 EQ 낮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진단 리포트에서 제안한 많은 것들 중에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골라 메모하고 다르게 행동해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의 관점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당신의 신체언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인식하라’, ’실수했다면 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라’ 등입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이러한 저의 인식의 학습과 결심을 알리고 계속 피드백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물론 잘 되진 않았지만 훨씬 나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젠 대화할 수 있겠다.’는 반응이 큰 열매였습니다.


EQ는 모든 사람이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특별히 주변 동료, 고객, 협력사들을 통해 성과를 내야하는 조직의 리더들에게는 반드시 점검할 능력이자 타고난 경향성입니다. 나의 EQ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 검증된 진단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정서적인 능력과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계 맺는 능력을 살펴보시기 권합니다. 그 결과를 진지하게 리뷰하고 본인의 EQ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당연히 모든 사람이 타고날 때부터 이런 사회적 스킬에 뛰어나지는 못합니다. 그저 자전거를 배우 듯이 목표를 가지고 연습하고 내 것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죠. 그 목표가 투르 드 프랑스나 올림픽 메달이 아니라 적어도 넘어지지 않게 편하게 자전거를 타겠다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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