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_심리적 안정감의 필수 요소
청소년기에 저의 아버지는 직업적인 이유로 늘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거리도 그다지 가깝지 않았습니다. 대화하고 뭔가를 함께 한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친밀감과 서먹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반응하실 거야' 혹은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날 비난하더라도 아버지는 나를 다르게 대할 것이다'라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로서 내가 아버지를 경험해서 알고 아버지가 평소 나의 생각과 의도를 알기 때문에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 말에 대해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판단을 하시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실제 몇 번의 사건 속에서 아버지는 그렇게 하셨습니다.
제가 경험한 아버지에 대한 신뢰는 부모와 자식 간이라는 특별한 관계로 인한 것입니다만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리더와 팀원들의 경우에 신뢰는 어떤 것일까요? 또 리더는 어떻게 팀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Kenneth M. Nowack과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적 신뢰는 '타인의 동기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취약해질 수 있는 정도'로 정의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상대에 의해 취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휴가 간 사이에 하던 일을 '신뢰하는' 옆자리 동료에게 부탁하고 가는 것은, 그 동료가 내가 없는 사이에 실수하거나 그 일을 잊어버려 내가 부탁한 일을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말 그대로 동료를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리더를 신뢰할까요? Nowack은 우리가 타인의 신뢰를 평가하는 기준을 능력 capacity (하겠다는 일을 완료할 수 있다는)과 일관성 consistency(행동이 변함없고 예측가능하다는) 그리고 배려 caring(공감을 보이고 도움을 주려는)와 솔직함 candor(정직하고 약속을 지키리라는)이라고 말합니다. 각각은 독립적인 요소이고 만약 4가지 중 한 가지가 없다면, 우리는 상대에게 협력하려는 의지를 줄이고, 자신이 아이디어나 도전을 공유할 때 상대가 지원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낮춘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상대를 신뢰하는 정도가 줄어든다는 말이고, 리더의 입장이라면 팀원에 대한 영향력에 치명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애초에 이 글을 시작하게 된 질문으로 돌아가서, 리더는 어떻게 팀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일관되게 능력 있고 배려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저의 이런 무책임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답에 대해서는 노여워 마시고, 대신 저는 리더가 팀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가지 행동을 권해 드립니다.
바로 리더가 먼저 자신의 취약성 vulnerability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리더가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기꺼이 그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이렇게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능력의 기준으로 보면 신뢰를 얻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입니다. 리더는 언제나 어떤 문제에나 답을 알아야 하고 선견지명이 있어 늘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팀원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4가지 요소 중 솔직함 candor의 측면에서 본다면 리더가 그렇게 노력하고 애쓰는 사이에 실수도 부족함도 없을 수 없고 그럴 때 리더의 투명하고 정직한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팀원의 신뢰와 존경을 얻게 해 줍니다.**
나아가 리더의 이런 행동과 이것을 통해 얻은 팀원들의 신뢰는 전체 팀의 심리적 안정감 psychological saftey을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 됩니다.
*TalentQ, February 27, 2020, https://www.talent-quarterly.com/in-team-we-trust/
**타샤유리크, <자기 통찰>, 김미정 옮김, 저스트북스(2018), P. 334,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