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곱슬머리 Mar 28. 2023

이삿짐 센터장님에게서 배운 리더십

'말씀 정말 이쁘게 하시네요'


얼마 전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 이사 갈 집은 3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곳이라 짐을 빼는 데 하루, 짐을 들이는 데 하루 해서 이틀이 걸렸습니다. 집안일 치고는 꽤 큰 이벤트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이사를 했으니 꼭 1년 만에 반복하는 것이어서 나름 꼼꼼히 준비하느라 여러 이사 업체의 견적을 받았습니다. 


약속한 마지막 업체가 방문 견적을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 분이 OO센터장이라는 명함을 건네시며 집에 오셨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둘러보시고 '버릴 짐이 있나요?', '추가할 짐은 없나요?, 꼼꼼히 물어보시며 메모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하신 후 총비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와 아내에게 '아님, 어쩜 그리 말씀을 이쁘게 하세요? 제 기분이 다 좋아지네요"라고 미소와 함께 한마디를 건네셨습니다. '아, 그런가요?'라며 어색하게 웃었지만 속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 내가 좀 그렇지' 라며. 


방문 견적 상담이 끝나고 저는 아내와 의논 끝에 마지막 업체에게 이사를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비용도 합리적으로 보일뿐더러 상담하신 센터장님이 전문가다워 보였던 것이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예정된 날에 이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이삿짐 서비스 직원 분들이 도착하고 짐을 내리기 위한 사다리차의 사다리를 베란다에 고정하고 정신없이 작업이 시작됩니다. 한 분 한 분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오래 손발을 맞춘 내공이 있어서 인지 생각보다 빨리 짐을 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이사 갈 집에서 짐을 내리기로 약속하고 1단계 이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날 짐을 내리는 2단계 작업도 순적하게 마무리되어 이 역시 예상보다 일찌감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틀에 걸친 이사 중에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창 바쁘게 짐을 옮기시는 분들에게 짐 놓을 장소도 말하고 화분도 조심히 옮겨 달라 부탁하고 이것저것 대화하는 중에 문득 센터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어쩜 그렇게 이쁘게 말하세요' 이 말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순간 멈칫하면서 지금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하려 애쓰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말할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걸 보며 센터장님의 말 한마디가 제 말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자칫 민감할 수도 있는 이사 프로젝트는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분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매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제 내적 동기를 자극했습니다. 누가 상을 주거나 벌을 주지도 않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내면의 드라이버를 건든 것이지요. 그분이 저를 잘 알거나 의도하신 것은 아니겠지만 우연한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행동을 변화시킬 만큼 아주 효과적인 피드백 feedback을 넘어 피드포워드 feedforward가 되었습니다. 센터장님께 배운 리더십이었습니다.   


이사가 모두 끝나고 센터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사서비스에 만족하셨는지? 불편함은 없었는지 친절하고 차분히 물어보십니다. 역시 전문가시네요.   






이전 13화 나를 만나는 공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