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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슬머리 Jul 03. 2022

리더의 부담

리더는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성과 코칭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한 회사의 팀원 그룹과 리더 그룹을 위한 별도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팀원과 리더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접근하면서도 공통의 언어와 모델을 사용하여 성과 코칭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외국계 제약 회사 매니저들과 그 팀원들이 대상이었는데, 회사는 꾸준한 성장으로 조직이 확대하고 있었고 새로운 업무 시스템의 도입과 조직 구조 변화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한 상태였습니다. 특별히 워크숍에 참여한 부서는 확대되는 업무로 인한 인원 부족으로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팀원들은 연일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과 과도한 업무량에 대해 하소연하였고 팀의 리더들은 당면한 회사의 상황과 팀원의 호소 속에서 오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팀 리더들은 자신의 권한과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리더로서의 무력감을 느끼고 해당 이슈를 다루는 것을 회피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팀원들의 행동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팀원들에게는 '요즘 친구들은 자기 할 말 다 한다' 거나 '니 할 일이나 잘해라'는 짜증과 버럭 거림으로 거칠게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자리가 사람 만든다'는 말처럼 처음 공식적인 리더로 인정받게 되면 사람들이 달라집니다. 아니 달라지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내고 싶은 것이겠죠. 다행히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라면 '역시 사람 잘 뽑았네'하는 소리를 듣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만해졌다', '그렇게 안 봤는데 OO 되더니 달라졌다'하는 실망하는 반응을 듣게 될 겁니다. 어느 경우이든 리더가 되면 사람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뭔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누구나 리더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해준 상사와 회사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자신을 리더로 존중하고 따르는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리더 개인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슈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조직 운영에 의한 상황들은 팀의 성과를 책임지는 팀 리더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부서 경비 절감, 인원 동결, 프로젝트 방향 변경.....) 


이럴 때 팀원들은 불안함에 동요하고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되고 업무에 몰입할 내적 동기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들은 리더를 향해 발산하게 되지요. 리더들은 팀원의 표현을 불평불만을 넘어서 자신의 대한 공격으로 여길 때도 있고 이는 리더와 팀원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리더가 모든 상황을 알아야 하고 해결책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리더들이 갖는 부담이 한 가지 이유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유능한 리더는 그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리더가 되려는 '부담'은 꽤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혔습니다. 정말 리더는 그래야 할까요? 또는 팀원들은 모든 문제에 답을 아는 리더를 기대할까요?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팀원 그룹의 워크숍에서 '팀 리더들에게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팀원들의 대답은 꽤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우리도 팀 리더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회사에서 동결한 인원을 팀장님이 무슨 수로 늘리겠어요? 다만, 우리가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그걸 표현해 주시면 좋겠어요', '리더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궁금해요', '단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 상황을 공감해 주면 좋겠어요' 제가 들은 팀원들의 이야기는 리더들의 부담에 여유와 자유 그리고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리더의 마음은 팀이 마주하는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고 팀원들이 좀 더 편하게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성공을 경험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이 갭 앞에서 리더들은 큰 부담을 느낍니다.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팀원들을 원망하게도 됩니다. 결국, 이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리더들의 솔직함과 공감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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